연예일반

맛있는 초대 -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건 정상이다!

까칠부 2010. 8. 20. 23:04

원래 사람이란 외롭다.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라고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고, 그래서 애완동물을 기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못할 이야기들을 그들에 털어놓게 된다. 얼마나 똘망한가. 어느새 이입되고 나면 그 반응들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화내면 화내서, 좋아하면 좋아해서, 절대 비정상이 아니다. 나는 비정상이 아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김태원과 김도균과 유현상의 즉흥 기타연주. 확실히 유현상의 기타내공이란 어디 가지 않는다. 단지 기타를 잘 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귀를 뚫고,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시켰다고 그대로 따르고, 전에는 양키들 닮고 싶다고 우유만 먹고 했다고. 음악이 그리 절실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태원 클럽무대란 바로 그런 본토 음악에 익숙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유현상은 그 이태원 무대에서도 손꼽히는 기타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김태원이 그의 기타를 두고 수입쇠고기라 한 것도 그런 맥락. 조금 더 들을 수 있었으면.

 

김태원의 기타톤과 김도균의 화려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테크니션. 그리고 유현상의 화답.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이보다 더 고급스런 만찬이 어디있겠나 싶은데, 그러나 너무 짧아서.

 

다만 문제라면 프로그램 자체가 맥락이 없다. 김구라의 지적에 동의한다. 벌칙이 좀 세야지. 뭐랄까 목적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벌칙이라도 강해야 한다. 그래야 긴장이 생기고 재미가 생긴다. 기대가 되고 재미가 있다.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

 

맛있는 초대라 해서 뭐라도 먹이는 줄 알았다. 아니면 뭐라도 만들거나. 그냥 모여서 노닥노닥. 제목과는 전혀 동떨어진 그냥 야외토크쇼. 이보다는 차라리 식신원정대 쪽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도 김도균을 보았으니. 얼굴 많이 상했다. 요즘 옴이 안 좋은가? 최은경 아나운서에게 사인을 요청하더라는 당시의 부활 멤버들이 떠올라 우습기도 하고. 그때가 채제민 있을 땐가? 없을 땐가? 락 하는 사람들이 참 순수하다.

 

그리고 기쁜 것은 국민시체 김태원이 드디어 부활했다는 것. 매달리기 9초가 넘어가더니 다리걸기로 이윤석을 이였다. 김태원의 건강이 회복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이윤석이 바로 내 마음이다. 문제라면 내가 지금 술에 취해 방송을 보고 있었다는 것. 술에 취해서 금주의 효과를 보다니.

 

프로그램 자체는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은 게스트빨로 보는 거니까. 게스트 재미 없음 볼 게 못 되는 프로그램이다. 엉성하고. 맥락없고. 신동엽이라도 아니었으면. 아직 신동엽과 이수근의 호흡도 그닥 맞지 않는 것 같고.

 

언제고 한 번 유현상의 기타솔로도 들어볼 수... 아, 나이가 있으려나? 윤수일과 유현상이 함께 나와 공연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동년배라 통하는 것이 있을지도.

 

재미는 없었지만 재미있었다.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영 아니라. 도대체 절친노트2는 왜 그만둔 것일까? 김구라 보니 그 생각이 더 간절하다. 재미있었는데. 더욱 절친노트2가 아쉽다.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