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무한도전 - 프로레슬링연맹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

까칠부 2010. 8. 20. 21:58

첫째 전제, 말은 바로하자. 누가 프로레슬링을 살리려 하는가. 단지 예능을 위한 일회성 소재로써만 활용하려 드는 무한도전? 아니면 열악한 환경에서도 프로레슬링의 링을 지키고 있는 관계자들.

 

물론 그들의 선택이 현실과 동떨어졌을 수는 있다. 그들의 행동이 현실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무한도전을 이유로 그들을 비난하고 조롱할 수 있는가. 더구나 프로레슬링에 대해서라면 말이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그래도 프로레슬링을 지켜온 것이 그들일진대.

 

더구나 웃기는 게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자고 하면 다 해야 하는 건가?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자고 하면 그 종목을 살리기 위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인가? 무한도전의 취지와 프로레슬링연맹의 입장이 다를 수 있고, 그렇다면 굳이 무한도전의 방식에 따를 이유는 없는 것이다. 협조를 구하려면 무한도전이 그들에 맞추거나, 아니면 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거나. 배고프고 힘들고 소외되었으니 무조건 받들어야 한다. 그런 프로레슬링을 살리려는 취지이니 무조건 받아들어야 한다. 이 무슨 오만인가?

 

더구나 기사를 보았다. 솔직히 나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프로레슬링을 하려면 일단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 몸조차 만들지 않고 기술부터 배운다는 것은 코드도 외우지 않고 기타 애드립부터 한다는 것과 같다. 몸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만큼 위험도도 커진다. 더구나 아마추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괜찮은 것 같아도 프로가 보기에는 위태위태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지적은 당연하다. 프로라면. 더구나 프로레슬링에 대한 자긍심이 있다면.

 

물론 그 이면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겠지. 조금 더럽고 추한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프로레슬링에서 주인공은 누구인가. 선수다. 당사자들이다. 무한도전은 단지 예능프로그램이고 예능의 일환으로 프로레슬링이라는 소재를 차용했으 뿐이다. 그들은 더 이상 링에 있을 사람들도 아니고, 굳이 경기를 할 사람들도 아니다. 방송이 나가고서도 여전히 링을 지키는 것은 그들이다. 그런데 과연 무한도전을 이유로 그들이 비난받고 조롱당해야 하는가.

 

어차피 무한도전은 예능프로그램이다. 나도 허튼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근본은 예능프로그램이 맞다. 프로레슬링을 살린다? 굳이 무한도전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는가? 중요한 것은 재미이고 시청율이다. 프로레슬링을 살리는 것은 그러한 일환으로서는 가능해도 그 자체가 근본목적이 될 수는 없다. 괜한 기대를 했던 나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라면 문제였겠지. 이로써 프로레슬링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정작 프로레슬러가 참여하지 않는 프로레슬링 특집을 통해 관심을 갖는 것은 프로레슬링인가? 아니면 프로레슬링이라는 이미지인가? 아마추어 손스타를 통해 보여지는 프로레슬링이란 한국 프로레슬링 자체일까?

 

아무리 예능 전성시대라지만. 연예인이 예능 나오지 않으면 신비주의네 뭐네 온갖 비난에 조롱에 별 소리ㅡㄹ 다 들어야 하는 시대라지만.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비난을 퍼부어대는 것은.

 

말하지만 어설픈 것처럼 위험한 건 없다. 내내 궁금했다. 왜 하필 현직 프로레슬러가 아닌 손스타일까.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할 수 있으면 현직 프로레슬러가 낫지 않을까. 이런 사정이 있으리라고는. 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다면, 그런 여건이 된다면 제대로 현직 프로레슬러에게 지도받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프로레슬링 연맹의 비판에 일부 동의하는 것이고,

 

더불어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굳이 한국 프로레슬링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로서 예능의 프로레슬링에 대해 무어라 한 마디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무튼 참 우리 사회에는 성역도 많다. 전지전능이고 무소불위다. 한낱 예능프로그램이 프로레슬링 관계자들보다 프로레슬링에 더 기여하는 역할이라 하니. 이래서 원래는 예능을 보지 않았던 것이지만.

 

예능 전성시대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네티즌의 성역을 건드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도. 과연 나는 앞으로 무한도전 프로레슬링편을 이제까지와 같이 순수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글쎄...

 

팬이 안티를 만든다는 건 이런 것이리라. 아무리 그래도 프로레슬링의 주인은 무한도전이 아닌 프로레슬링의 링에 서는 선수와 관계자들이다. 프로레슬링을 걱정하는 듯한 비난들이란. 내가 너무 보수적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