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별 거 없었다. 그냥 슬렁슬렁. 특별히 재미있지도 않고 특별히 재미없지도 않고.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며 책을 읽고 있었다. 참 취미도 희한하다.
그러데 문득 귀에 들리는 이야기가 있었다.
"무슨 말을 하면 다르게 해석되고, 그래서 조심하면 왜 말 안하냐고..."
정선희와 관련해서는 이미 한 번 썼다. 결국 개인적인 문제다.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해결할 문제다. 당사자 사이에 패인 감정의 골은 누가 나서서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제 3자도 아닌 구경꾼의 입장에서는. 그러나 그리 오지랖들이 넓어서.
하여튼 항상 보는 일이다. 뭔 일이 생긴다. 그러면 온갖 의도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리고 꼭 보면 그 가운데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쪽으로 사람들은 몰리곤 한다. 언론도 한 몫 거든다.
"이러이러한 논란이 있다."
알지 못하던 사람들마저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고, 휩쓸리게 되고...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기에 깊은 생각 없이 더욱 쉽게 그에 휩쓸리고 만다.
"너는 이래서 나뻐!"
"너는 이래서 문제야!"
"왜 거기서 그랬는데?"
"누가 그러라고 했는데?"
쏟아지는 비난들, 그리고 당연히 사과 요구가 나오겠지?
"사과해라!"
그래서 또 사과를 한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 또 이어지는 말,
"뭘 잘못했는데?"
이건 고전적인 레파토리고, 항상 이어지는 전가의 보도가 있다.
"자세가 안 되어 있다."
"태도가 되어먹지 않았다."
"표현이 그게 뭔가?"
"거기서 왜 또 그 단어를 사용했는가?"
결국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는 과거의 아주 먼 일까지 시시콜콜 끄집어 해부해서는 단정지어 말한다.
"쟤는 인성이 안 되어 있어!"
그래서 아무말도 않고 있으면?
"대중을 무시하는 거냐?"
대중님이시니까. 그리고는 역시 같은 패턴. 과거의 아주 사소한 일까지 끄집어내서는 단정지어 말한다.
"쟤는 인간이 덜 되었어!"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고,
사과해서 욕먹고, 사과하지 않아서 욕먹고,
해명하면 해명한다고 욕하고, 해명하지 않으면 해명하지 않는다고 욕하고,
고소하면 고소한다고 욕하고, 고소하지 않으면 고소하지 않는다고 욕하고,
과연 누군가 진지하게 진정을 담아 솔직한 속내를 이야기했을 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진정성 빼고. 태도나 자세에 대한 것 빼고. 말투 빼고. 과거 이야기 빼고. 인성 빼고.
"아, 사과했구나. 그럼 됐어!"
혹은,
"아, 거기서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그렇다면야?"
하기는 졸업장 내보여도 위조다. 졸업증명서 보여줬더니 대학에서 졸업증명서 떼라고 링크건 기관을 믿지 못하겠다, 성적증명서 보여주니 의심스럽다, 대학측에서 사실을 인증해주니 동명이인일 것이다,
그리고는 대응을 잘못했다. 확실한 인증을 못했다. 제대로 사실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보여준 것이 죄다 조작이고, 위조이고, 의심스러우니, 아무것도 입증된 바 없다. 그래서 침묵하는 것이 답답해 더 밉다.
살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어차피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말해봐야 소용없다. 귀를 닫고 사는 사람에게는 무언가 말을 한다는 자체가 낭비다.
이미 결론은 그리 내려져 있다. 그렇데고 확고하게 믿고 있다. 거기다 말 몇 마디 더해봐야 자신의 결론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면 그저 귀찮고 성가실 뿐이다. 말해바야 믿음도 가지 않고. 눈앞에 증거를 들이밀어도 믿기가 쉽지 않다. 근거란 결론을 내리기까지 필요한 것이지 결론이 내려지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니.
그렇게 귀 닫고 완결된 자기 세계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에게 무어라 해본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뭐라 해봐야 여전히 그러고 믿고 있을 것 입 다물고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만수무강에도 좋다.
사과하래서 사과해도 어느샌가 관심법을 사용해 그 속내까지 파헤친다. 탁월한 안목과 남다른 판단은 그 숨겨진 속뜻까지도 샅샅이 파헤쳐 밝혀낸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래도 쏟아지는 말에는 모든 것을 접고 사라지거나 그저 버틸 밖에. 지칠 때까지.
너무 똑똑하다. 너무 현명하다. 너무 지혜롭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도 본다. 보여서는 안 되는 것도 본다. 볼 수 없는 것들도 본다. 너무 잘나서 그렇다. 그 자신보다 더 그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정도로. 결코 보여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결코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것도 정상은 아니다. 절대 보이지 않을 것이 집단적으로 보이기 시작해도 그것도 정상을 벗어난 것이다. 정상을 벗어난 것을 그리 당연하게 여기면. 과연 대화란, 소통이란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말이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내가 굳이 리플을 읽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연예인들이 있어도 없는 양 그냥 넘어가려는 이유일 것이다. 말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그리 알고 있으니까. 신뢰가 없으니까. 들어준다는 신뢰가. 소통에 대한 기대가. 그런 단절들이. 그로 인한 실망과 절망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진실을 전하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이다. 누가 그녀로 하여금 더 이상 이 땅에 살 수 없다 여기도록 했는가. 차마 자기 말을 들어줄 한 사람만 있어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녀가 여전히 이 땅에 버티고 사는 것일 테지만.
소통에 대한 기대를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기대를 저버리도록 한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 - 아니 인터넷이라는 무기를 손에 쥐어 버린 대중이라는 권력에 대해서. 그 오만과 폭력에 대해서. 그에 취해버린 사람들과 그에 주눅들어버린 사람들과.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소통의 단절이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짧지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작 예능보다도, 그 내용보다도 그 한 마디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화두였달까? 우리 자신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녀의 눈물이야 말로.
말하지만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보이면 그것도 정상은 아니다.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 보이는 것도 먼저 자신의 병을 의심해 볼 일이다. 과연 눈 앞에 보이는 저것은? 저것을 보는 나는? 지혜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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