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참 내가 무심하다. 김제동이 괜히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을 텐데.
"It's not your fault"
그리 외할머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단다.
"우리 딸 남편 대신에 어떻게 하고 널 낳아서 나는 네가 싫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아왔다던가? 무려 30년을.
그래서 저 말이 그리 눈물나도록 고마웠단다.
"네 탓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군가 일찌감치 그에게 그 말을 해주었다면.
사람들의 정선희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그것이다.
"남편을 잡아먹은 여자다!"
무의식적으로 그런 게 있다. 그녀의 남편의 죽음에 대해 그녀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데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음에도 그녀에게 책임을 지우고 싶어하는 데는, 그런 심리가 있다.
"네가 남편을 죽였다!"
실제 그런 말을 입밖에 내서 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래서 지금도 정선희 보기가 불편하다던가?
아마 정선희 자신도 그런 게 있을 것이다. 남편의 죽음이 자기 탓인 것 같고, 왠지 자기 잘못인 것 같고, 통계적으로도 그렇다. 가까운 사람이 죽거나 하면 사람들은 - 특히 한국사람들은 그리 자신을 탓한단다. 자기 잘못이라고. 자기 죄라고. 자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라고.
그런데 주위에서 비난을 해대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 한 구석에 상처가 깊으니 그리 말하는 것만도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견뎌내 준 것만도 고맙달까?
그래서 말한 것이리라. 그래서 김제동도 굳이 자신의 아픈 과거사를 끄집어낸 것이리라.
"It's not your fault"
그것은 정선희에게 한 말이었다. 정선희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도.
"정선희, 당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 무엇도 정선희,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사실 나도 구원받는 기분이었다. 그런 것 있잖은가? 뭐든지 안 풀리면 모두 내 탓인 것 같은. 내가 못나서 그런 것 같고, 내 복이 그런 것인 것 같고, 그래서 주위가 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 같고,
그런데 말해준다.
"It's not your fault"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 하나로도 극락왕생을 할 수 있다는 원효의 가르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를 알 것 같다. 말 한 마디가 그렇게 무겁고 소중하다. 단지 말 한 마디가 그렇게 간절하고 소중하다.
사실여부는 모른다. 내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단지 나는 드러난 사실들을 가지고 판단할 뿐이다. 그리고 내가 판단한 바로 과연 정선희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이란, 그들의 감정이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정선희를 배척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나도 그녀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이다.
"It's not your fault"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니 어떻게든 이겨낼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사람이란 이렇게나 잔인하다. 남편을 잃은 아내에게 명확한 아무 근거도 없이 죄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그것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도 모르고. 남의 일에 오지랖도 좋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정도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돌이켜 어제 방송분을 떠올리며, 문득 지나쳤던 그 한 마디가,
"It's not your fault"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지쳤을 때. 지쳐 힘들 때.
열어놓은 창문으로 간만의 서늘한 바람이, 내음이 좋다. 여름이 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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