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믿음과 인정... 타블로 사태를 보면서...

까칠부 2010. 8. 25. 15:52

믿음이란 개인적인 것이다. 그리고 전적인 것이다.

 

인정이란 공식적인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에 대한 것이다.

 

뭔 말이냐면 과거 루팡 표절의혹에 대해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만일 표절이면 나도 함께 까이겠다."

 

다른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스윗튠즈를 믿으니까.

 

반면 인정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NSC에서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NSC가 뭐하는 곳이지? 아아, 그러면 맞겠네?"

 

타블로를 믿어서도, NSC를 믿어서도 아니다. 내가 타블로를 알면 얼마나 알고 NSC를 알면 얼마나 알까? 하지만 스탠포드에서도 거기 가서 졸업증명서 발급받으라 했다니까. 스탠포드 학장의 말은 못 믿어도 그러한 공식화된 시스템은 믿는다.

 

거기서 발생하는 것이 인정이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신뢰할 수 있는 어떤 근거를 통해 보증되어지는.

 

물론 그럼에도 오류가 있을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이미 내 손을 떠난 부분이다. 만일 그것이 오류가 있다면 NSC 내적으로 해결할 문제이고, NSC와 관련한 공적인 관계에서 해결할 문제다. NSC를 믿네 마네는 내가 이야기할 바가 아니다.

 

즉 최소한 이런 정도의 근거가 제시된다면 나 개인의 믿음과는 상관없이 그에 대한 근거로써 인정하겠다.

 

하지만 그게 안 되니까. 누구 말마따나 공적인 권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탓에 모든 것을 자기가 증멸하려 나서다 보니 문제가 커진 것이다.

 

자기가 알면 뭘 얼마나 아나? 실제 스탠포드 학생이 성적증명서를 떼서 보여주고,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당사자들이 실제 이렇다 보여주어도, 그러나 알지 못하니까. 알지 못하니까 무모하게 여전히 의심하고 자기 잣대로서만 믿지 못하겠다 하고.

 

정확히는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NSC를 믿지 못하겠다. 스탠포드에서 발급한 성적증명서도 인정 못하겠다. 나아가 학력을 인증하는데 필요한 졸업장,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학교 관계자의 증언, 그러나 그런 것들도 도저히 인정 못하겠다.

 

뭐냐면 개인적인 믿음과 공적인 인정을 혼동하는 것이다. 내가 믿기 위해서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학력을 인정받는데 필요한 근거들이란 사실 저 정도로도 넘치는 것임에도 개인적인 불신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 못하겠다.

 

그래서 지금도 그들은 말한다. 타블로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 말했듯 나는 타블로를 알지 못한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고, 그가 나오는 방송도 그리 챙겨보지 못했다. 다만 내가 인정하는 것은 타블로가 제시한 근거들. 그리고 그 근거들이 담보하는 공신력. 만일 까여야 한다면 잘못된 증언을 해주고 증거를 제시한 토비어스 교수나 NSC나 스탠포드가 까여야겠지. 그런데 그런 것을 구분 못하니까.

 

역시 문제는 공적인 관계를 믿지 못하는 완결된 사적인 에고의 감정이라 하겠다.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닌데도 끝까지 믿느냐 마느냐로 가는 것은. 믿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인정이냐 아니냐일 텐데도.

 

짬 내서 쓰는 글이라 잘 정리가 안 되는데 아무튼 그렇다는 것이다. 과연 취업응시자의 학력에 대해서 어떻게 믿어야 할 것인가? 그에 필요한 자료들을 - 충분한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나 개인이 보증한 것들을 통해 그것을 인증하는 것이다. 믿는 것이 아니라. 재판을 하거나 할 때도 증거력을 믿거나 하지는 않는다. 인정하지.

 

한 마디로 주위를 보지 못하는 편협함이랄까? 한국 인터넷문화 - 아니 한국 대중의 현실이라. 더 문제는 그런 것들마저 관용하는 자칭 지식인들. 언론들. 까일 것은 까여야 할 텐데도.

 

타진요야 말로 한국 인터넷과 대중의 현주소라 하겠다. 한국사회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