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타블로 사태에서 내가 보았던 가장 어이없는 단어가 바로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니 어떻다던가? 타빠도 타까도 모두 잘못이라.
도대체 왜 중립적인 입장이라는 게 헛소리인가? 이번 타블로 논란의 핵심은 타블로가 제시한 증거들에 대해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못하느냐였다. 증거들을 인정하면 타블로의 말이 맞는 것이고, 증거들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면 타블로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것이고.
그런데 여기서 중립이란 무언가? 한 마디로,
"나는 타블로가 제시한 증거들을 아직은 믿지 못하겠다."
한 마디로 저들과 같은 입장인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타블로가 인증하라!"
얼마전 중립적인 척 자신을 포장하려 했던 블로거 하재근도 그런 요지로 말하고 있었다. 말은 중립인데 여전히 그 책임에 대해서는 타블로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그게 과연 중립인가?
때로 사안에 따라 중립이라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때가 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한 때다. 이쪽이 아니면 저쪽이고, 저쪽이 아니면 이쪽이다. 중립이란 단지 자신의 입장을 가리기 위한 치장일 뿐. 괜히 사람들이 양시양비론에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게 아니다. 양시양비론이란 자체가 자신의 불리함을 가리기 위한 비겁함일 터이므로.
참고로 한 마디 더하자면, 인터넷이든 어디든 자기 이름 걸고 말하고 글도 쓰고 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절대 욕먹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욕먹는 사람은 인정할만 하다. 욕먹기 싫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도루뭉수리. 타까들보다 저런 중립적인 인사들이 더 혐오스러운 것은 그 때문이다. 이미 스스로 타블로가 제시한 증거들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겠다 하면서 무슨 중립적인 척인 것인지. 그러고서도 문화평론가라 타이틀을 붙이고 사는 것을 보면 가엾다 할 밖에. 개인적으로 오프라인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고 해서 이번에 실망이 참 크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아무튼 이것으로 타블로 사태는 일단 끝이 났다. 스탠포드에서 아예 타블로의 졸업사실을 인증해 주었고, 이중국적과 병역기피의 경우는 법무부장관이 나서서 해결해주었고, 표절문제야 무단샘플링은 세계 힙합계 어디서나 있는 문제들이다. 얼마전 무단샘플링을 이유로 소송이 벌어졌을 때 그 고소당한 당사자 면면을 보니 참 화려하더라. 남은 건 예능에서 좀 허풍을 떤 건데, 그런 정도는 원래 양해하는 사안 아니던가? 자작나무 어쩌고 하면서 꾸며낸 이야기를 우습게 부르는 단어조차 있을 정도다. 하긴 그 이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자체가 어이가 없는 것이지만. 설사 타블로가 학력위조 했다 밝혀졌어도 나는 여전히 그들을 비난했을 것이다. 그들의 행태는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그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타블로는 일단 왓비컴즈의 뜻대로 끌어내려졌고, 대부분의 타까들은 나는 잘못이 없다며 선량한 피해자인 척 할 테고, 똑똑한 척 하는 인간들은 타블로에 왜 일찌감치 인증 안했냐고 탓을 돌릴 테고, 물론 그동안의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실제 책임을 지는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서겠지. 또다른 타블로를 찾아서. 타블로를 만들려. 인터넷이란, 아니 대중이란 전혀 발전이란 없달까? 어떻게 돌아가나 지켜보기는 할 테지만 과연 무엇이 그리 달라지겠는가.
한심한 짓거리들이었다. 지난 몇 달. 네티즌이라는 말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그래도 붕어는 낚이면 낚인 줄이나 알지. 이건 붕어를 낚는 미끼떡밥도 아니고. 진심으로 바보같다.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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