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나 장기를 두다 보면 가장 짜증나는 것이,
"왜 여기다 놓지 않고 거기다 놔?"
바둑을 두는 당사자와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훈수꾼과는 보는 것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작 물건을 찾는 자신보다 주변사람이 더 쉽게 더 빨리 물건을 찾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는 보는데 정작 바둑 두는 사람은 못 보니까.
그러나 그보다 더 짜증나는 것이 있으니,
"여기서 이렇게 했어야지! 봐! 저기서 이렇게 받잖아? 너 바보냐?"
바둑 다 두고서 그 결과 가지고 뭐라 할 때.
고스톱 칠 때도 그런다.
"야, 거기서 왜 목단을 내? 국진 쌍피 냈으면 쪽이잖여?"
여기서 문제. 과연 패를 들고있는데 뭐가 까일지도 모르면서 국진 쌍피를 바닥에 내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결과를 보고 나면 그리 아까운 거라.
타블로도 말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루머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휩쓸릴 줄 몰랐다."
그래봐야 내가 상황을 인지하고도 타블로가 인증하기까지 고작 열흘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과연 그렇게 느린 것인가? 이게 뭐와 같느냐면,
"너 바보지? 바보지? 봐봐! 대답을 못하니까 바보 맞아! 바보 맞지?"
코미디에서도 가끔 나오지 않던가. 대답할 사이도 주지 않고 멋대로 떠들고 결론내리기. 어지간해서 - 특히 연예인이 어떤 루머가 퍼지고 그에 대응하기까지 열흘이면 무지 빠른 편에 속한다. 그러나 단지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다 보니. 한참 떠들어대는 그 가운데 있다 보니 정작 그 당사자의 입장은 고려치 않는 것이다.
더구나 인증하는 수단이라는 것도 그렇다. 보통 학력에 대해 인증하려면 뭐가 필요한가? 사실 졸업장 하나면 끝난다. 보통 졸업장 이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건 아마 2005년 공개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자면 미국의 경우는 NSC가 학력인증을 대행하고 있다. 스탠포드에서도 졸업증명서 떼려면 거기 가서 떼라고 한다. 여기에 성적증명서까지 스탠포드에 요청해서 다운로드받았는데. 생각해 보라. 과연 자기가 그 입장에서 거기까지 했는데도 인정 못하겠다.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의심받은 자체로도 상식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학력을 인증하는데 이 이상이 필요하지도 않다. 논문번호 어쩌고 하지만 어차피 논문이란 쓰지도 않았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었고. 스탠포드 학장까지 나서서 보증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당시 타진요가 내세운 것이 말도 안되는 다니엘 선웅 리 동명이인설일까? 죽은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고 있다고. 거기까지 상상이나 갈까?
웃기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학력인증이란 말했듯 졸업장 하나면 끝난다. 학교에서 찍은 사진 공개하면 그것으로도 또 완결이다. 설마 그 잘난 네티즌들이 여권에 출입국기록까지 요구할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설마 언론에 공개하는데 밀봉된 수준의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요구할 것이라고는. 어느 쪽이 더 상식에 가까운가?
내가 타블로 책임론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비판 아닌 비난을 하는 것도 그래서다. 저건 비판의 대상조차 아니다. 그냥 욕먹을 일이다. 도대체 저기서 타블로가 뭘 어떻게 더 했어야 하는가? 네티즌의 속내를 미리 꿰뚫어 봐서 여권에 있지도 않은 논문번호에, 출입국기록에, 성적증명서며 졸업증명서까지 일부러 밀봉된 상태로 일일이 공개해야 했겠는가? 그러면 또 말은 없었을까?
하여튼 중립적인 척 하면 그리 멋져 보이는 모양이다. 여기도 잘못하고 저기도 잘못하고, 자기가 대단히 이성적이로 합리적이라 여겨지지? 한 마디로 착각이다. 그냥 비겁한 것이다. 더 깊이 생각하기 싫은 것이고. 책임지기도 싫은 것이고. 그래서 쟤도 잘못했거니. 사실상 일을 이 지경으로 키운 것도 바로 그런 비겁한 방관자들 때문이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무슨...
그 좋아하는 상식에 묻는 것이다. 도대체 인터넷에 루머가 퍼졌을 때 얼마만에 대응을 해야 늦지 않은 것일까? 그리고 그 대응수위는 어디까지 해야 적절한 것일까? 학력인증을 할 때 대개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는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사하려 할 때 어느 수준에서 자신의 학력을 인증하는가? 혹은 인증을 요구하는가?
그런데도 네티즌이 그러니까. 결국 이게 문제다. 같은 네티즌이니까. 같은 네티즌이니까 어느 순간 그들에 동화되고 마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인정하고, 그들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그리고 그들의 편에서. 비판을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을 공유하면서. 도대체 그런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하여튼 그놈의 네티즌, 네티즌, 그냥 네티즌이면 좋을 것을 같은 네티즌이라고 한 데 휩쓸려서는... 비슷할까? 한국국적이 아니면 한국을 비판하지도 말하는 그 자칭 네티즌의 수준과?
과연 타블로의 대응은 늦었는가? 혹은 대응의 수위가 적절치 못했는가? 타블로의 인증이 과연 상식 수준에서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진정 타블로가 궁예라도 되는 줄 아는 것인가? 관심법에 미래까지 꿰뚫어 그대로 행할 수 있는.
항상 보면 훈수두는 놈들 처럼 똑똑한 놈들도 없다. 더구나 기보보며 훈수두는 놈들은 거의 국수급이다. 이창호도 저리 가라다. 그런 것을 두고 늘 하는 말로 생각없다 하는데. 주제를 모른다고. 같잖다.
아무튼 결론은 이번 타블로를 통해 인터넷의 허위에 대해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전부터도 느끼던 것이었지만 더욱 분명해진다. 인터넷에 대한 맹신이 있기에 더욱. 인터넷을 욕하는 자체가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니.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역시 자기 이름 걸고 글을 쓰자면 욕 먹는 걸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싫기는 해도.
제일 싫은 인간들이다. 때리는 시어미만큼이나 옆에서 거드는 시누이란. 짜증이다. 그 생각없음이.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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