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아이돌 버라이어티의 한계...

까칠부 2010. 8. 26. 10:22

리얼버라이어티란 내적인 버라이어티의 요소와 외적인 리얼리티의 요소를 조화시킨 것을 말한다. 리얼버라이어티라는 하나의 정해진 틀이 아니라, 프로그램 안과 밖을 오가며 버라이어티와 리얼리티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굳이 녹화일이 아니더라도 프로레슬링 연습을 하던 무한도전이나, 녹화일 이외에도 틈틈이 밴드 연습을 하던 남자의 자격이나.

 

청춘불패에서도 그런 것이 있었다. 버섯을 키울 때. 콩나물을 키울 때. 청춘불패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벗어나 각 멤버들이 속한 팀과 그 주변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다는 것이...

 

농사를 짓다 보면 보통 일이 많은가?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고, 비가 너무 안 와도 걱정이고, 벌레가 꼬여도 걱정이고, 잡초가 자라면 그것도 솎아줘야 하고, 왕유치나, 푸름이나, 청춘과 불패... 그런데 스케줄 내기가 쉽지 않다. 전적으로 리얼버라이어티에 자신을 투자할 수 있는 기존의 리얼버라이어티에 비해 워낙에 소속사에 묶은 몸이라 스케줄 따로 빼기가 그리 어렵다.

 

내가 문득 남자의 자격을 보다가 생각이 미친 이유다. 워낙 바쁘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도 보통 바쁜 게 아니다. 그나마 한가하다던 이윤석도 요즘 방송을 몇 개 더 하고 있다. 밴드대회 출전하는데도 스케줄이 겹치는 바람에 처음 김태원과 이경규만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밴드 연습도 제대로 되지 않고, 그런 점에서 완성도 면에서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남자의 자격은 합창편을 비롯, 자격증 편 등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미션을 지난주 보여주고 있기도 했다. 단지 워낙 여러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려다 보니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 그것까지 포함해 리얼버라이어티다. 그런데 청춘불패는?

 

청춘불패에서 기껏 G7이 기를 농산물이라고 보여주어도 별 느낌이 없는 것이 그래서다. 농사를 지었으면 얼마나 지었게? 그동안 보인 모습이란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이벤트성으로. 하다못해 촬영 없는 날 일 없는 멤버는 유치리로 가서 농작물도 살피고, 농사일도 돕고, 유치리의 농민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굳이 멤버들이 모여야만 버라이어티가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워낙 농사일이라는 게 그렇다 보니 더구나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최근에는 게스트 불러다 노닥거리기. 변수가 없다. 즉 내가 말하는 사건이라는 게 없다. 사건이 없으니 캐릭터가 드러나지 않는다. 차라리 몇 주 쯤 소리나 주연 같은 아직 자리잡지 못한 멤버들을 따로 유치리로 보내서 그네들로 하여금 농사일과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도록 하면 어떨까? 그런 과정에서 캐릭터도 잡고, 한두 멤버 함께 유치리에 가서 관계도 다지고.

 

하지만 모두가 소속사에서는 소중한 재산이랄 아이돌이니까. 그런 것 한 번 보내느니 행사 한 번 뛰는 것이 소속사에서도 이익이다. 나도 그러느라고 정작 팀인데 멤버가 하나둘 빠져 무대에 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래저래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결국은 청춘불패가 리얼버라이어티보다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때 되면 모여서 바짝 찍고 흩어지는 것은 스튜디오 버라이어티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정해진 촬영 이외의 시간들이 때로 더 중요할 수 있다. 초반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그런 게 되어 주었는데...

 

어쨌거나 양해하고 봐 주어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농사를 짓겠다며 내려가서는 전혀 농사와는 상관없이 생뚱맞은 예능만 하다 올라오는 것이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느니. 그래도 역시 재미없다는 데는 다른 말이 필요없지만. 항상 말하지만 최악의 병풍은 PD와 작가일 터이니.

 

아무튼 그런 점에서 더욱 영웅호걸에도 기대를 하게 된다. 영웅호걸은 괜하게 넘치는 미션 같은 것 없다. 딱 모여서 함께 하고 그대로 찢어지기 좋은 정도다. 한 번 찍을 분량에만 충실하므로 괜히 더 이상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덕분에 화제성은 청춘불패보다 떨어지지만 이대로만 계속 이어진다면 재미라는 한 가지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아니 벌써 그러고 있다.

 

말하지만 청춘불패도 처음부터 지금 같았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초반이 더 리얼버라이어티 같았다. 지금은 리얼버라이어티라기보다는 야외형 스튜디오 버라이어티? PD와 작가가 문제다. 이처럼 좋은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밖에 못 만든다는 것은. 괜한 욕심만 컸거나, 아니면 생각이 없었거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