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너무나 잘 아는 지인들이 이번에 나온 책을 보고 하는 말이다.
"너무 잘 알다 보니 책의 내용에 몰입이 안 된다."
하긴 예전 어느 커뮤니티에서 처음 오프 모임을 갔을 때 난리가 났었다.
"원래 저런 캐릭터였어?"
글을 쓰는 나와 말을 하는 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 위화감에 한때 팬을 자처했던 많은 사람들이 오프에서 떨어져나가고 말았다. 심지어 안티로 돌아선 사람마저 있었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어?"
그래서 내가 블로그나 홈피 같은 것 어지간하면 오프에서의 관계에 공개하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거든.
내가 우리나라 드라마보다 일본 드라마를 더 즐겨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 많이 안다. 배우들에 대해. 출연자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감정이 있다. 부대낀다. 아, 또 쟤가 나왔어?
하지만 처음 일본 드라마를 볼 때 아는 사람이란 없었다. 나카마 유키에가 누구인지 타니하라 쇼스케가 누구인지, 카메라기 카즈야는 또 누구인가? 그냥 드라마로써만 보았다. 배역으로써만. 재미있었다. 전혀 거리낌이나 부대낌 없이.
물론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아니다. 당장 위에 언급한 배우들 이름만도 당장 문제다. 일단 나카마 유키에 나오는 드라마는 피한다. 우에토 아야도 패쓰. 소리마치 다카시도 역시다. 그나마 어찌해봐야 내가 한국에서 일본 배우들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고만하니까. 그리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배역으로써만.
하얀거탑에서 보여준 가라사와 토시아키의 연기라든가, 신센구미에서의 카토리 싱고라던가, 파견의 품격에서의 시노하라 료코, 무코도노에서의 나가세 토모야, 런치의 여왕에서의 다케우치 유코, 대충은...
확실히 스타란 어느 정도 신비감이 필요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김명민만도 워낙 드러난 것이 없으니 - 별로 알려고도 하지 않고 - 그가 나오는 작품은 온전히 받아들여진다. 누가 출연한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의 배역 가운데 누가 연기를 한다. 어느샌가 예능이라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을 까발리는 탓에. 물론 그것도 아주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덜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그런 것이 예능으로 인한 이미지소모일 것이다. 워낙에 예능을 통해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까발려지는 탓에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에게 도저히 전처럼 이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면야 그조차도 감지덕지일테지만, 그로 인해 더 많은 가능성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
아무튼 그래서 결국 그 인간들 며칠이 지났는데도 책 한 권을 다 못 읽었단다. 그래도 사람들 보라고 지하철에서 굳이 표지 보이게 읽는다는 것은 고마운 일. 조금만 바짝 더 팔렸으면.
너무 가까운 것도 좋지는 않다는 거다. 개인과 개인 사이도 너무 가까워지면 여러가지로 피곤한 일이 많다. 하물며 그와 다른 개인과 개인이라면. 아마 타블로 사태도 그 거리조절을 못한 탓이 가장 클 텐데. 내가 모든 것을 다 검증하겠다? 왜? 어째서? 무슨 권리로?
살다 보면 그래서 느끼는 것이 어떻게 거리를 설정하는가. 그게 바로 지혜일 테지만. 어쨌거나.
'연예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불패 - 간만에 재미있었다. (0) | 2010.08.28 |
---|---|
시상과 불참... (0) | 2010.08.27 |
청춘불패 - 아이돌 버라이어티의 한계... (0) | 2010.08.26 |
안티만도 못함을 느낄 때... (0) | 2010.08.25 |
놀러와 - 김제동의 의미심장함... "It's not your fault" (0) | 2010.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