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란 그렇다.
"엄마가 지금 돈이 없거든? 나중에 사줄게."
안 통한다.
"사줘! 사주란 말야!"
그런 걸 가지고 뗑깡이라 부른다.
아이들이란 주변을 보는 능력이 없다. 주변을 살피는 지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로지 자기 입장만 살핀다. 자기 입장만 생각한다.
아이들이란 그래서 무척 잔인하기도 하다. 어른들은 주위를 생각하느라 감히 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아이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저지르곤 한다. 자기 욕망이 시키는대로. 자기 에고가 시키는대로.
일련의 타블로와 관련한 논란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말했듯 어지간한 경우 학력인증이라면 졸업장 하나면 끝난다. 졸업증명서에 성적증명서, 이미 끝난 일이다. 만일 여기서 의혹이 있다면 그건 형사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공문서위조로 고발해서 잡어 넣을 일이지 의혹 어쩌고 할 일이 아니다.
논문이야 없다고 밝혔고, 스탠포드 학장까지 나서서 맞다고 인증해주었고, 관련한 증언들도 나오고 있었고,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
"논문번호, 봉인된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여권, 출입국기록"
무얼 제시해도 하는 말이 저것이다. 굳이 봉인된 졸업증명서나 성적증명서가 왜 필요한가? 왜 언론에 공개하는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가 봉인되어 있어야 하는가? 만일 의혹이 있다면 그건 앞서도 말했듯 공문서위조로 형사적으로 처벌할 일이다. 개인적인 의문을 말할 것이 아니다.
즉 보편적인 기준에서 이미 타블로는 자기가 할 바를 다 했다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만 해도 사실 넘친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면 경찰이 나서야 하겠지. 그런데도 그리 의혹이 있다면서도 오로지 자신들이 제시한 기준만을 고집하는 것. 뭐겠는가?
성인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기에 성인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기에, 그래야 함을 알기에 성인이다. 돈이 없으면 못 사 줄 수도 있는 것이고, 일이 바쁘면 시간에 늦을 수도 있는 것이고, 왜 근거를 제시하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제시하는가? 내가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입장에서 왜 그런 것들을 가져왔고 보편적으로 그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가?
하긴 그게 바로 보편이라는 게 한국 인터넷문화의 한계라 하겠다. 단지 네티즌이 그렇게 주장했다는 이유로, 같은 네티즌이 그렇게 요구했다는 이유로,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제출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린아이같은 에고에 동조해버리는 인터넷의 동질의식이랄까?
내가 그것을 바라니까. 내가 그러기를 요구하니까. 이 얼마나 어린아이같은 철딱서니 없는 소리인가 말이다. 그렇게 해야지만 믿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절대 믿지 않을 테니까.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칭얼거림이나 다름없다. 그런 것을 이성이라 논리라 생각하는 그 머릿속이라는 것은.
내가 아이들 싫어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기적이거든. 자기밖에 모른다. 남의 사정은 생각도 않는다. 오로지 자기 입장에서만. 자기 욕구에 충실해서만. 더구나 그것이 집단이라는 힘까지 갖게 되면.
확실히 인터넷의 익명성이란 인간의 이성마저도 퇴화시키는 모양이다. 아마 오프라인에서 얼굴 마주 하고... 아니지. 바로 이런 게 군대문화의 폐해 가운데 또 하나이기도 하다. 힘의 우열. 어린아이의 치기만큼이나 당연한 힘과 지위의 우열에 따른 일방적인 문화. 오프라인에서도 곧잘 그런다. 힘의 우열이 드러나면 다른 사람의 입장 따위 상관없이 자기 입장만을 주장하려 들고. 그러고 보면 타블로에 대한 비난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군대였지? 결국은 그게 문제? 군대에서 머리가 퇴화해 버린 것이?
뭐라 근거를 제시해도 오로지 자기 입장에서만. 자기가 주장하는 것만. 자기가 요구하는 것만. 이 얼마나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에고인가. 이기이고. 그런데도 그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은. 그리고 그런 것들에 어느새 동조하고 마는 네티즌이란. 힘까지 가지고 그것으로 윽박지르려고만 들고.
군대문화의 폐해인가? 부모들이 어려서 잘못 가르친 탓에 나이를 먹고서도 여전히 어린아이인 채인가? 인터넷이 뇌를 퇴화시켜버린 것인가?
이래저래 어린아이를 싫어하는 탓에 더욱 네티즌이라는 집단성에 회의적이 되는 이유다. 나도 아마도 네티즌일 테지만 이럴 때는 정말 네티즌이라는 게... 혐오란 바로 이런 감정일 것이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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