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일부일 뿐이다, 전부가 아니다! - 어떤 비열함에 대해...

까칠부 2010. 8. 27. 18:54

한 가족이 있다. 누군가 하나가 여자를 납치해 왔다. 그리고는 자기 방에 가두고 강간을 한다. 고문을 한다. 마침내 죽인다. 그것을 가족도 알았다. 그래서 과연 그 가족에게는 죄가 없을까?

 

회사 동료들끼리 술을 마셨다. 그러다 일행 가운데 두엇이 일어서 길가던 사람 하나를 붙잡고 무작정 폭행을 가했다. 그래서 크게 다쳤다. 그러면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회사동료들은 잘못이 없는가?

 

참 편리한 논리다. 나는 아니다. 내가 그런 건 아니다. 단지 일부일 뿐이다. 나는 책임이 없다. 그러면 최소한 말리는 노력이라도 보이던가.

 

어차피 나치독일에서도 유대인학살에 가담한 사람은 소수였다. 전쟁에 직접 참여한 사람도 소수였다. 하지만 독일인 전부가 그에 대한 책임과 죄의식을 지금까지 가지고 살아간다.

 

과연 일제강점기 일본인 전무가 조선인을 괴롭혔을까?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인 전부가 전쟁범죄에 관여했을까? 하기는 그래서 일본도 말한다. 단지 일부일 뿐이다. 왜 우리를 가지고 그러느냐?

 

정작 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한 걸음 물러서서 지켜보고만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로 인해 누가 고통을 받고 괴로워하는지. 전혀 상관 없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어쩌면 속으로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에 대한 어떤 문제의식도 없이 그들을 말릴 생각이 없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말한다. 전부가 아니다. 단지 일부일 뿐이다. 나는 상관없다. 과연 책임이 없는가. 과연 책임이 없다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습게도 그들은 그렇게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철저히 방관자로 있었으면서도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참아내지 못한다. 최소한 당사자에 가해지던 부당한 폭력에 대해 말리거나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어떤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란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그들이 자신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더고 가시를 세운 채 독을 토한다. 웃기지 않은가?

 

참고로 맨 위 사례는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이라고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피해 여학생은 가해 남학생의 가족과 함께 밥까지 먹었다던가? 그러나 철저히 방관하고 방치했다. 어처구니가 없지. 그런데도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가해자의 일부에 불과한 다섯 명. 나머지는 죄가 없는가?

 

하다못해 그 가운데 말리는 적극적인 모습이라도 적당히 보였어도 내가 이렇게까지는 않는다. 일부라는 말도 인정한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언제 그랬었는데?

 

언제나 그렇다. 말하기는 일부.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그러면 안에서 알아서 자정을 위한 노력을 보이란 말이다. 정작 남들에 피해가 갈 때는 가만 있다가 정작 자기에게 피해가 올 것 같으니 나는 아니다. 뭐 이런 뭣스런 비열함이 다 있단 말인가.

 

그래서 늘 하는 말. 생각없는 놈들이 더 나쁘다. 차라리 악의를 가지고 욕설하는 놈들은 그 행위를 가지고 책임을 물을 수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악의조차 없이 휩쓸린 인간들이란 정작 그에 동조하고서도 하는 말이란,

 

"나는 아니거든?"

"내가 왜 욕 먹어야 하는데?"

 

바로 그것이 욕먹어야 할 이유일 터임에도.

 

말릴 수 없으면 아예 그 자리를 벗어나는 모습이라도 보이던가. 기껏 그런 자리에 함께 하고서도 정작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그 심보라는 것은.

 

그래서 더 욕하는 것인지 모른다. 지금에 와서는 욕하고 비난하던 인간들보다 그런 인간들이 더 욕하고 싶어진다. 차라리 욕하는 놈들은 솔직하기라도 하지. 이건 뭐...

 

물론 이런다고 그 인간들이 죄의식을 가질 것이냐? 천만의 말씀이다. 사실이 확정되더라도 그들은 어느새 안면 바꾸고 말 갈아타고는 그럴 것이다.

 

"너희들이 잘못한 거야!"

"내 이럴 줄 알았다!"

"너희가 나쁜 거야!"

 

늘 그래왔던 패턴이므로. 웃고 만다. 하찮은 것들. 뭐라 하는 자체가 내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