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당했다. 온몸이 멍투성이에 팔까지 부러졌다. 아주 점잖고 학식 많고 똑똑한 사람이 말한다.
"그러게 반항하지 않았으면 맞는 일은 없었을 거잖아?"
아니 강간을 당하고 있는 현장을 본 어떤 훌륭하고 품위있고 도덕적인 분께서 말한다.
"그쯤에서 저항을 포기하는 게 더 다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그러다 죽어!"
길가다 엄한 놈에게 갑자기 두들겨맞고 있다. 그러자 옆에서 누군가 훈수둔다.
"잘못했다고 그래! 싹싹 빌어!"
하긴 살면서 그런 경우 많이 본다. 정작 잘못한 건 없는데 일단 때리고 보니 살기 위해서,
"잘못했어요!"
잘못하지 않았어도 그렇게 빌어야 한다. 힘이 있으면.
"뻔히 맞을 것 알면서 덤비긴 왜 덤비니? 사과해!"
확실히 네티즌이란 권력이다. 그리고 네티즌이란 네티즌에 속할 수밖에 없다. 참 편하다.
타블로 사태의 본질은 대중의 타블로라는 개인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이다.
단지 의심했을 뿐이라? 그래서 그 의심만으로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최진실씨가 목을 맸다. 누구도 직접 위해를 가한 것 없다. 단지 의심했을 뿐이다. 그들의 진정을 의심하고 부정했을 뿐이다.
타당한 근거나 있으면 모른다. 확실한 증거라도 있으면 모른다. 단지 정황일 뿐이었고 의혹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단정지어 개인을 비난했다. 철저히 불신하고 부정했으며 조롱했다. 그 가족에 대해서까지. 그것을 과연 용인해야 하는가?
학교에서도 숙제를 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몽둥이찜질을 하며 가족까지 욕보였다. 그건 체벌이 아닌 폭력일 뿐이다. 그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집에서 부모라면 안 그럴까?
그런데도 더 이상 맞기 싫으면 타협하라. 굴복하라. 알아서 기라. 참 말은 쉽다. 한참 부당한 폭력 앞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두고,
"더 맞기 싫으면 무릎꿇고 사과하라!"
그런 게 이성이고 합리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자체가...
하지만 그게 또 우리 사회의 현실이니까. 왜 그런 엄한 짓을 하느냐? 폭력 앞에 철저히 굴복하도록.
왜 악플러가 저리 극성인가? 그것을 정당화시켜주는 이성과 합리와 윤리가 존재하거든. 네티즌이라는.
항상 지적하는 바지만 진영논리야 말로 가장 피해야 할 것이다. 어디에 속해 있으니 어찌 말해야 한다. 어디에 속해 있으니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하여튼 네티즌이란...
내가 가장 혐오하는 논리다. 더 맞기 싫으면 얼른 잘못했다 빌라. 패거리의 힘을 빌어. 확실히 이래서 내가 타블로 건에 대해 눈을 떼지 못하는 거다. 내가 싫어하는 우리 사회의 - 어쩌면 인간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다 들어가 있거든. 내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것들이다. 혐오스러운 것들. 악취나는 쓰레기들.
참 대단한 네티즌이라는 생각이다. 대단한 한국 대중이고.
물론 그럼에도 타진요란 일부임을 안다. 그에 동조하는 자칭 네티즌도. 그렇지만 어떤 경우든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소수다. 그 소수가 반복되니 그 집단이 욕을 먹는 것.
왜 네티즌을 욕하는가? 그러면 묻지. 왜 네티즌을 욕하면 안 되는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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