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잖은가? 지난주 예고편을 보며 그리 말했었다. 크게 흥하거나 크게 망하거나. 다행히도 상당히 만족스럽게 뽑아져 나왔다. 간만에 정말 스킵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는 회차였다. 도대체 이렇게나 잘 하면서 왜 그동안 그 모양이었을까?
답은 노촌장의 이 말에서 바로 나오고 만다.
"3주만이라 일이 쌓였어!"
매주도 아니고 3주? 그러니 맥이 끊기지. 농사일에 연속성이 없으니 농사 가지고 분량 만들기가 힘든 거다. 과정을 보여주지 못하니 결과도 맥락이 없고.
아무튼 간만이었다. 일만으로도 분량이 나온 건. 삽질만 가지고도 잘하네 못하네 왁자하니 한참이다. 바로 그런 게 예능일 텐데. 원래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게 그런 식으로 분량 뽑는 것 아니던가?
어제의 수순갑은 역시 게시트인 제아와 리지. 확실히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리지는 오히려 게스트인 2PM을 살렸고, 제아는 신영팀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어 주었고. 리지 하나로 2PM 전원 넉다운. 이 아가씨 꽤 세다. 플레이걸즈스쿨에서도 본 바 있지만.
주연의 캐릭터가 참 흥미롭다. 영웅호걸로 치면 거의 유인나? 사건의 중심이 된다. 내가 처음 한선화에게 바랬던 그것이다. 게으르다. 무책임하다. 거기다 뻔뻔하기까지 하다.
"걔한테 맡기면 오늘 중으로 밥 못 먹어!"
우영과 제아더러 닭 나르라 할 때도 그래서 김신영이 개입할 여지가 생겼다. 김신영이 느닷없이 출연도 않은 구하라와 써니를 언급한 이유. 비로소 프로그램에 변화가 생겼다.
서툴러도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저 둘은 잘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주연은 아니다. 열심히 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못한다. 그것이 항상 사건을 일으킨다. 특히 부지런하고 일 잘하는 김신영과 얽이면 사건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밋밋하던 이야기에 활력이 주어진다.
나물을 볶으라 하는데,
"나물 볶으래!"
정작 준호에게 모든 걸 다 떠넘기고, 이제껏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것이 또 게스트인 준호에게 여지를 만들어준다. 다만 아직 이런 식의 역할극에 익숙지 못한 탓에 빈 틈이 많이 보인달까? 그렇더라도 김신영에게는 간만에 괜찮은 파트너가 생긴 것 같다. 단순히 개인기로 웃기는 파트너가 아닌 진정으로 역할극을 통해 자연스런 분량을 확보할 수 있는 관계로써의 파트너다.
장차 청춘불패가 보다 안정적으로 캐릭터와 관계를 가져가자면 구하라와 김신영을 떼어 놓는 게 좋다. 구하라와 김신영이라는 중심을 흩뜨러 다른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효민은 선화랑 엮는 게 좋을 테고, 하라는 소리가 좋을까? 다만 여기서 소리에게 악역을 맡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악역을 맡을 생각이 있다면 막내를 괴롭히는 역할로 좋을 것이다. 힘도 좋은 듯 하니 구하라와 그것으로 긴장관계도 만들 수 있을 테고.
아무튼 제아야 워낙 감을 인정하니까. 다만 너무 지나치다는 점은 제아가 아직 고정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지나치면 일찍 질린다. 적당히 일상과 비일상을 조절할 정도가 되어야 오래 갈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기점으로서 제아가 보여준 모습은 참고할 만 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주연이. 확실히 주연이 앞으로 청춘불패에서 사건의 기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기대가 된다. 오히려 지금 앞으로가 기대되는 것은 어제의 주연. 사건을 일으키는 멤버가 있어야 주위에서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
리지는 플레이걸즈스쿨에서 그 천연덕스러운 매력을 알았고. 그렇게 크게 한 멘트는 없지만 중요한 때 제대로 한 역할을 했었다. 그런데 닉쿤 전에 말하고자 했던 멤버는 누구일까? 억지로 떠민 느낌이 있는데. 10점만점에 10점과 하트비트 사이는? 흐흣... 짓궂은 의문이다. 2PM이 앞으로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 할 테지.
다만 문제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극이 전혀 없었다는 점. 억지로 상황극이라 하자면 제아와 김신영 사이에서, 그리고 주연과 준호 사이에서. 혹은 한우를 앞에 두고 김태우와 노촌장, 준호 사이에서 또. 그러나 너무 소소한 수준이고 그나마 그 밖에 어디에 상황극이라 할 만한 게 있던가.
상황극을 이끌 멤버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유일하게 김태우가 그것을 했었는데 김태우마저 빠지고 나니. 유리와 현아가 빠지고 나서 김태우의 역할이 위축된 것이 청춘불패에서 상황극이 사라지게 된 이유일 것이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상황극마저. 캐릭터와 관계가 아직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니. 더불어 서로에 대한 신뢰마저도. 도대체 언제나 되어야 청춘불패의 캐릭터와 관계는 자리를 잡을 것인가.
간만에 청춘불패다운 모습이었으면서, 2PM를 게스트로써 철저히 게스트로서만 활용한 회차이면서, 청춘불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동시에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제 김태우마저 그만두고 나면 누가 있어 상황극을 이끌 것인가? 관계를 만들고 관계를 주도하고. 그것은 김신영의 역할이 아니었기에.
소소함이 좋았다. 일하는 사이사이 분명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좋았다. 모자른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원래 청춘불패는 이런 모습이었을 터다. 더 재미있지는 않더라도 그런 진정성이 - 땀내 나는 진실함이 흐뭇한 웃음을 짓게 만들던 프로였으니.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이럴 수 있을 것인가는. 어쩐지 소 뒷발에 쥐 잡은 격이라. 전에도 허튼 기대를 하게 몇 번을 그랬던 터라.
무엇보다 개인기가 없어서 좋았다. 억지로 웃기려드는 개인기가 없어서, 그래서 그런 자연스런 흐름들이. 이어지는 수다와 수다의 끝에 지어지는 표정들과 스스럼없는 행동들이. 늘 이렇게만 이어졌으면.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저 아쉬울 뿐. 기대도 않기에 아위숨도 크지 않지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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