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몇 달 전에 썼을 것이다. 게스트라는 게 청춘불패에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수 있겠다. 확실히 게스트란 사건이 만들어지거든. 게스트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에 변화가 주어지며 출연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는 것이, 더불어 농촌버라이어티라고 하는 청춘불패의 본질적 재미를 보다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사실 같은 것이다. 농촌버라이어티를 하면서 사건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리고 농사를 짓자면 농사에 익숙한 주민들과의 접촉이 활발해야 한다. 초반에는 그런 것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건이란 지역주민을 만나면서 이루어졌다. 왕구아저씨 등의 지역주민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워낙에 농사일이 띄엄한 탓에, 그리고 지역주민과의 관계설정에 너무 소솔했던 탓에, 물론 아이돌 버라이어티라는 한계가 있었다. 촬영일이 아니더라도 유치리로 내려가 어울리는 것도 필요했을 텐데. 이번에도 3주만이라 하지. 그렇게 허술하게 지역주민을 대하고 나면 그만큼 거리를 좁히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고작해야 출연자들과 어울리는 것은 그 가운데 일부.
그렇다면 이대로 보아두고만 있을 것이냐? 그래서 그동안 여기저기 공연도 다니고, 게스트도 불러 짝짓기도 하고, 모두가 욕하는 짓거리들안 만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른 게 할 게 없으니까. 캐릭터가 있나? 관계가 있나? 더구나 캐릭터와 관계를 만들자면 사건이 필요한데 사건도 없고. 그래서 억지로 게스트 불러다 짝짓기하면서, 혹은 어디 가서 잘기자랑이나 하면서 어떻게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청춘불패가 나아갈 방향이었으니.
어느샌가 G7도 제법 농사일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게스트가 불려오면 그들을 주도해 농사를 지을 정도가 되었다. 나름 능숙하게 농사일이 처음인 게스트를 주도하며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게끔 되었다. 2PM이 그랬다. 삽질에 서툰 2PM을 비난하면서 그것 가지고 한 바탕 왁자한 판을 벌렸다.
그러면 차이는 무언가? 누가 주도하는가? 과거 청춘불패에 게스트가 참여하면 게스트가 상황을 주도했다. 오히려 G7은 그에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호스트가 G7이고 게스트는 단지 손님일 뿐일텐데 그들에 맞춰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흐름이 깨지고 맥이 끊기는 이유였다. 게스트로 인해 정작 사건은 일어나는데 캐릭터도 관계도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였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확실히 상황은 G7이 주도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주연이었다. 의외였다. 하지만 주연은 기본적으로 넉살이 좋다. 애교가 주위에 맞추는 능력이라면 넉살은 주위를 끌어들이는 능력이다. 특유의 뻔뻔함과 넉살로 주연은 철저하게 주위를 자기 페이스대로 움직였다. 준호가 확실히 그에 휘둘리고 있었다. 제아며 김신영마저도. 주연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고 그 안에 나머지가 움직이는.
물론 삽질하던 장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가운데 멤버들이 상황을 주도하는 장면은 그리 없었다. 나르샤도 그렇고, 효민이나 선화도 당연히. 뭐냐면 사건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다. 자기가 사건을 만들고 그 안에 주위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것을 잘 못한다. 주어진 상황에 단발적인 리액션은 보일 수 있지만 자기가 주도해서 상황을 만들고 주도해 주위를 움직이는 법은 아직 알지 못한다. 그건 나르샤도 마찬가지다. 주연의 경우는 유인나와 마찬가지로 천연스런 넉살이 우연처럼 그것을 가능케 했달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가능성이 보이더라는 것은 전처럼 정작 G7이 게스트로 인해 게스트가 되어 버리는 상황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주연의 캐릭터. 그리고 주연의 캐릭터를 받아주는 신영과 주위의 존재. 더불어 농사일에서의 G7의 능숙함이다. 최소한 농사일을 하는 동안에는 G7이 게스트를 이끈다. 보다 캐릭터와 관계를 강화하여 사건을 주도할 수 있겠끔만 되면 앞으로가 보이지 않을까.
특히 기대가 되는 것은 그로 인해 충족될 농촌버라이어티라는 정체성이다. 과거 주민들로부터 농사일을 배우는 것이 주였다면, 이제부터는 G7이 주가 되어 게스트에게 농사일을 가르칠 수 있다. 농사일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사건을 만들고 게스트를 이끌 수 있다. 결국 그 다음 캐릭터와 관계에 대해서는 MC와 제작진이 고민할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가 주장하는 바는 항상 한 가지다. 재미있으면 장땡이다. 각본을 쓰든 뭔 짓거리를 하든 재미만 있으면 된다. 게스트도 마찬가지다. 아이돌 버라이어티라고 게스트가 있으면 안 되는가? 중요한 건 누가 주도하는가? 누가 주인가? 게스트가 있어서 출연자들이 돋보일 수 있다면 누가 나쁘다 할까? 문제라면 워낙에 캐릭터며 관계가 탄탄하지 못한 탓에 매번 게스트만 나오면 중심을 못 잡고 휘두린 것이 문제겠지.
바로 그것이 어제 청춘불패를 보면서 느낀 가능성. 내가 유독 주연을 주목한 이유다. 원래는 선화에게서 기대했던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쳔연스런 넉살이 있는 아가씨일 줄이야. 유인나를 보았고 서인영을 보았다. 옆에서 관계만 잘만 형성해주면 제대로 사건의 기점이 되어 줄 수 있는 아가씨였다. 아예 효민과 선화를 붙여서 사고뭉치 트리오로 만들어 볼까? 특히 청춘불패에서 웃음의 상당부분을 맡고 있는 김신영과의 갈등관계는 과거의 써니나 구하라와는 다른 불협화음의 재미를 주고 있었다. 빅토리아가 초반 반짝하다가 특유의 귀여움만으로 한정되어 버린 것으로 볼 때 확실히 그런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주연이라면 인지도도 낮고.
그래서 또 생각하는 것이 소리의 경우다. 소리의 경우도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닐까. 주연만 해도 그리 걱정이 많았다. 저렇게 뺀질거리는 역할이 과연 자신에 도움이 되겠는가? 하지만 프로그램에는 도움이 된다.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고 시청율 높아지면 역시 자기에게도 도움이 된다. 조금 더 망가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시도를 한 번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빅토리아는 못하는 소리만 할 수 있는 선택일 것이다.
어쨌거나 어제 분량은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재미있게 보았고, 내가 그동안 줄곧 주장해 오던 바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주연의 의외의 모습이라거나.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보다 원숙해진 효민과 선화라든가. 김태우의 하차가 아쉽기는 하지만 잘만 다듬으면. 제작진을 못 믿는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분명 거기서 가능성을 보았다. 기대해도 좋은.
먼저 MC부터 제대로 확보하고. 그리고 보다 출연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출연자와 소속사 등과의 협의 아래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고. 지금처럼 주먹구구로가 아니라 말이다. MC가 없으면 그걸 제작진이 해야 한다. 생각을 하고 만들기를. 차라리 체험 삶의 현장이더라도. 그저 출연자가 아까울 따름이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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