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란 자기만족이다. 프로란 책임이다. 아마추어란 자기가 만족하고자 하는 것이며, 프로란 자기가 내건 이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아마추어는 즐기고자 하는 것이고 프로란 자기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자 하는 것일 테고.
김태호PD의 글에 따르면 원래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의 컨셉이 아마추어 동호회라고 햇다. 한 마디로 프로레슬링이라는 자체를 즐겨보자. 그것을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프로레슬링이라는 즐거움을 관객과 시청자와 공유해보고자 하는 것이었겠지?
그런데 어떤가? 상처투성이에, 멍투성이에,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지 모르고 의욕마저 잃은 채 거의 떠밀리듯 링에 서고 마는 멤버에. 도대체 갈비뼈가 금이 가고, 뇌진탕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근육파열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링위에 서도록 할 수 있겠는가? 프로라 할지라도 그런 상황이면 의료진이 나서서 더 이상 무리하지 않도록 말려야 하는 상황에. 그런 고통스런 모습이 과연 프로레슬링의 즐거움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 그렇게 자기 몸을 해쳐가며 해야 하는 프로레슬링이란.
그렇다고 돈을 지불하고 표를 산 관객에 대한 프로로써의 책임감이라 하기에는 너무 엉성하다. 괜히 프로레슬러들이 그렇게 근육을 키우고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서로 짜고 하는 쇼라 하면서도 WWE 소속 레슬러들이 그렇게 몸을 단련하고 훈련도 하고 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위험하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보다 돈을 지불하는 팬을 위해서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물렁살이 그대로 드러난 대로. 기술조차 익숙지 않아 사고가 빈발하는 상태로. 몸상태마저 좋지 않아 진통제까지 맞고 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래도 멋지다 보겠지. 왜냐면 아마추어니까. 무한도전 팀이 아마추어들임을 아니까. 그것은 또 프로로서의 자세인가?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남들 다 감동적이라 하는데도 하루가 지난 지금도 불편함만이 머릿속에 남은 까닭은. 아마추어라기에는 너무 비장하고, 프로라기에는 너무 엉성하다. 아마추어로서 그들을 따라 프로레슬링을 즐기기에는 너무 처절하고, 프로의 경기라 구경만 하기에는 너무 허술하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이입이 되지 않는다.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겠는가?
프로레슬링에 올인할 수 없는 형편이면 그에 맞춰 아마추어끼리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하던가. 자기 실력에 맞게. 자기 현재의 모습에 맞게. 아니면 제대로 다른 것 다 포기하고 프로레슬링에만 올인하던가. 아무것도 아닌 어정쩡함이 나를 피곤케 했다. 나의 감성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건 또 뭔가?
최악이라기에는 출연자들에 미안하고, 결국은 이런 무모한 미션을 기획한 PD 이하 제작진 책임이리라. 이렇게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프로그램을 강행했던. 아직 준비가 채 끝마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강행하고야 말았던. 그나마 큰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지. 위태한 때가 많았다. 화룡점정이라지만 용의 눈이 이래서야 너무 잘못 찍힌 것 아니겠는가.
재미를 느끼기에도 가슴만 조마조마했던. 웃자고 재미있게 보려 해도 내내 불안하고 위태했던. 그리고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어색함과. 다시는 이런 미션은 말기를. 아마추어면 아마추어답게. 프로로써 하자면 프로로써의 엄밀함으로. 이도저도 아닌 것은 안 좋다. 확실히. 그런 건 안 좋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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