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타진요가 말하는 논리와 타당성...

까칠부 2010. 8. 30. 09:49

예전 읽은 무협소설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이 자신임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였다. 자기를 증명해야 하는데 수단은 필적 뿐이었다. 과거 자신이 다른 신분으로 썼던 글과 지금 쓴 글을 비교해 같은 사람이었음을 인정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쓴 글씨를 본 사람들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필체가 다르다."

 

이유인 즉 처음 썼던 글이 술에 취해서 쓴 글이라. 술에 취해서 쓴 글이 정상일리는 없지 않은가.

 

결국 동일인임을 입증하지 못하고 궁지에 몰렸을 때 구원군이 나타났다.

 

"아니 어떻게 필적을 검증하는데 문외한을 시킵니까? 전문가더러 감정하게 합시다."

 

필적감정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전문적인 기술들이 쓰인다. 아무리 정교하게 위조하려 해도 그 위조기법을 꿰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이 보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어떤 것들. 술기운이라든가 그런 것에 좌우되지 않는 특징들이다. 그리고 그는 비로소 자기 글씨였음을 인정받는다.

 

내가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을 보며 의아해했던 부분 가운데 하나다. 신정아의 경우는 아마 예일대 동문 가운데서 그녀의 학력에 대한 의혹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에 있어 스탠포드 출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배제되었다.

 

실제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이 있던 초반의 어느 게시판의 모습이었다.

 

"나도 스탠포드 출신인데 타블로가 학교 선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폭력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너부터 스탠포드임을 입증하라!"

 

인터넷상에서 다수가 공격적으로 나오는데 버텨내기란 어지간히 단련된 사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자기 학력 인증하란다고 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결국 손 들고 사라지고.

 

지금도 가끔 게시판 등에서 그쪽 사람들이 나와 하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상식적으로..."

 

그리고 이어지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그래서 성균관대 교수 하나가 섣부르게 타블로 공격했다가 바로 사과하고 만 경우도 있었는데,

 

"어떻게 논문 없이 석사학위라 가능하느냐?"

"어떻게 3년 반만에 석사학위까지 딸 수 있느냐?"

 

정작 스탠포드 출신들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대개의 타진요가 말하는 의혹이라는 게 그렇다. 과연 그 가운데 스탠포드 출신이 누가 있을까? 스탠포드 출신이 아니라면 스탠포드에서 관련한 부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누군가여야 했을 것이다. 성적표의 자세한 내용에 의혹이 있으면 그와 관련해서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거나. 즉 같은 해 나온 같은 과 성적표 쯤은 가지고 있어야겠지.

 

그러나 보면 항상 주변이다. 몇 년 전, 혹은 몇 년 후, 아니면 직접적인 관계까 있는가 확인되지 않은 사항들, 그보다는 그냥 그럴 것 같다는 "상식"에 근거한 추측들. 과연 그런 것을 정당한 의심이라 볼 수 있겠는가? 단지 모를 뿐인 것을. 스탠포드에 대해서. 그 내용들에 대해서.

 

아마 그러겠지. 모르기 때문에 의혹을 가지고 답을 구하는 것이 잘못인가? 당연히 잘못이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가지고 미리 멋대로 단정짓고서는 의혹이라 여기고 묻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뭐라도 알고서, 어떠한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히 그럴 것이다. 그것이 합리라고. 논리라고.

 

하여튼 이래서 무지란 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가만 있으면 누가 뭐라나. 모르는 주제에 아는 척 괜히 나서다 엄한 남을 의심하고 비난하고 상처주니 뭐라 하는 것이지. 어째서 관련해서 스탠포드 출신들은 의혹에 동참하지 않는가. 오히려 그들이 타블로의 주장을 옹호해주는 것은.

 

하기는 타블로 동문들이 타블로의 학력을 인증해주겠다 나서니까 이제는 그들의 학력을 검증하겠다 난리다. 도대체 어디가 닮은지도 모르는 비교사진을 떡하니 확인된 증거인 양 올리고서는 그들을 의심하고. 도대체 그런 사진 한 장으로 얼마나 동일인물인가를 알 수 있는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래서 또 떠오르는 말,

 

"현대사회에는 전문가란 없다."

 

죄다 전문가라. 어설프게 배운 지식으로 전문가 행세하기가 인터넷의 또 하나의 유행이다. 과연 얼마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는가와는 별개로 그저 내가 보기에 그러니까. 혹은 남이 보기에 그렇다니까. 그런 것이 합리적인 의심의 근거가 되어 버리고. 같잖은.

 

그래서 결국 한다는 소리가 자신들의 의심은 어떤 경우든 옳다. 자신들이 의심하고 비난하고 모욕주었던 것은 지극히 정당하고 모든 것은 타블로 책임이다. 이 모든 것이 타블로 탓이다. 무지와 뻔뻔스러움은 결국 한 가지라. 멍청한 것인가. 아니면 철면피인 것인가. 답도 없고 약도 없고. 웃는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