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놀러와 - 정선희의 눈물, 그 잔인한 오지랖...

까칠부 2010. 8. 31. 08:01

그리들 똑똑하다. 그리들 잘났다. 모르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을 다 알고, 몰라서도 안 되고...

 

분명 타인이다. 다른 사람이다. 나와 사정이 다르다. 그런데도 말한다.

 

"내 생각에는..."

 

그리 많은 사람이 있다. 그리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 다양한 상황들이 사정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단지 한 마디로 단정지을 수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어찌 그리 잘 안다고.

 

과연 연예인만일까? 일상에서도다. 한 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 번 쯤 그 대상도 되어 보았을 것이다.

 

"저 사람 어떻다더라."

 

  

나도 전혀 모르는 내 이야기가 그렇게 어느새 사람들 사이를 떠돌고 있다. 나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미 결론까지 지어지고 완결되어 있다.

 

말했듯 너무나들 똑똑하니까. 잘났으니까. 모르는 것도 없고, 몰라서도 안 되었으니까. 그깟 알지 못하는 부분 쯤이야. 그런 정도는 얼마든지 추론으로 채워넣을 수 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화라는 게 그렇게 만들어진다. 비는 어떻게 내리는가. 모른다. 그러니 신이 만들어진다. 요정이 만들어진다. 정령이 만들어진다. 신비한 존재와 힘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믿음이 된다. 종교가 된다. 종교에는 의심이란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당사자가 전혀 모르는 당사자의 이야기로 그를 대하고, 그를 단정짓고, 그를 단죄하고. 초등학교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중학교 때도 있었다. 어리석었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믿고 있었다니.

 

동네에서도, 혹은 친척 사이에서도,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그리고 인터넷이야 물론 당연히. 끊이지 않는다. 어쩐지 믿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 또한 우리니까. 그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다. 뒷담화 하는 동안 잠시 자리를 비운 한 사람을 뺀 모두가 우리가 되는 것처럼. 우리란 곧 진실에 대한 보증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에 상처입고 고통받았는가. 심지어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선택을 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반성하는가면,

 

"이 모든 게 너희들 때문이다."

 

말했듯 자신은 무오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반성은 남의 일이지 자기 일이 아니다. 심지어 그 피해자더러,

 

"오해하는 빌미를 제공한 네가 잘못한 거다."

 

그리 말하는 것이 지극히 논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가. 더구나 또 연예인이기에.

 

말하더라.

 

"연예인이 받는 출연료에는 그런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그리고 또 말한다.

 

"그런 거 싫으면 연예인 그만두라!"

 

연예인이라는 죄로 감히 대중을 두고 고소하거나 고발하거나 항의한다거나 하는 자체가 허락되지 않기에.

 

"피해자인 척 한다."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는 정선희더러 하는 말이다. 그조차도 못 참겠다.

 

일방적으로 오해받고, 오해를 바탕으로 온갖 비난에 시달리고, 가족까지 그 일로 상처받고, 그럼에도 연예인이라. 그러고서도 피해자인 척이라. 온갖 책임에 그에 씌워지고.

 

비단 정선희의 경우만이 아니다. 연예인에 대해서만도 아니다. 말했듯 일상의 누군가에 대해서다. 혹은 모르고 지나친 어떤 일들에 대해서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너무 많은 것을 알려 하지 않는가. 그와 나는 다른 사람일 텐데도. 그와 내가 보는 세상과 겪는 일들이란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도. 너무나 당연한 역지사지일 테지만 그러나 너무나 쉽게 간과하고 지나가는 그런 것들을.

 

오지랖이 넓어 좋은 때가 있고 아닌 때가 있다. 오지랖이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벽을, 그 간격을 무시하는 것이다. 나는 너무 넘치고 있지 않은가.

 

어느새 인터넷을 통해 지나칠 정도로 개인의 거리가 가까워진 지금 더욱 조심하고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

 

모두는 다 다르다. 사람은 각자가 다 다르다. 같지 않다. 같을 수 없다. 모두 잘 알 수도 없다.

 

말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너무 똑똑하다. 그리고 너무 잘났다. 항상 그게 문제였다. 항상.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