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이경규와 김구라 - 이경규의 부활...

까칠부 2010. 9. 1. 20:29

문득 생각했다. 이경규의 부활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그러면 이경규의 몰락은 언제부터일까?

 

어찌 보면 김구라와 이경규의 만남이 그 고리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미 라인업 이전부터 이경규 스타일의 예능은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한 마디로 질린 것이다.

 

대중은 변덕스럽다. 이경규를 대신할마한 예능인 MC는 얼마든지 있고, 이경규의 캐릭터는 변덕스런 대중이 참고 보아주기에는 너무 오래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이경규라면 뻔하다.

 

어쩌면 잠시의 침체기는 이경규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수 있다.

 

"한계를 인정하면 그것은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

 

그리고 그대 김구라가 옆에 있었다.

 

"이젠 갔잖아요!"

 

김구라의 강점은 상대의 장단점을 잡아 정확하게 캐릭터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라디오스타에서도 김구라가 하는 역할이 바로 캐릭터 잡아주기다. 당시 이경규의 상태가 어떠했는가. 이경규처럼 영리한 사람이 자기에게 해가 되는데도 김구라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그런 소리들을 듣고 있었을까? 이경규의 감은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다. 그런 이경규가 김구라를 용인했던 이유.

 

다만 문제라면 김구라는 일단 이미지가 너무 비호감이다. 그리고 캐릭터가 너무 강하다. 일방적으로 흐를 수 있다. 뒤로 이어지는 것이 없다. 완만한 쇠퇴기를 걷던 이경규를 바닥으로 끌어내려 이제까지의 강한 이미지를 없애준 건 좋은데 그 이상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바로 그런 부분들을 일거에 해결해준 것이 바로 이경규 부활의 기폭제가 되어 주었던 "남자의 자격"이었다.

 

이경규 팬이라면 남자의 자격에 절이라도 해야 한다. 특히 김태원과 김국진, 김성민. 이경규가 남자의 자격에서 다시 살아난 첫째는 일단 약자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경규는 다른 출연자를 윽박지르는 욱사마가 아니다. 오히려 철저히 당하는 약자 캐릭터다. 벽이 허물어졌다.

 

"아, 원래 이렇게 귀여운 이미지였구나."

 

차이라면 김구라에 비해 김태원이나 김국진이나 호감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자였다.

 

김국진은 아무리 해도 강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김태원은 그나마 이경규에 찰싹 달라붙어 딸랑이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독기가 없다. 독하다는 느낌이 없다. 이경규가 이제 이렇게 약해졌구나. 하인인 이윤석마저 소심한 반항을 할 때 이경규와 대중 사이에 놓여 있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의 통제 아래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경규에 반발하고 있었다. 가장 약한 이미지의 김태원이 이경규에 아부하는 모습은 그래서 차라리 역설적이다. 남자의 자격이 갖는 어떤 진정성이란 또 여기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이경규가 통제력을 잃으면서 멤버 하나하나의 캐릭터와 관계에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부여되었으니. 하지만 그 또한 이경규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람들은 이미 이경규라고 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니. 그러나 정작 모든 것은 이경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확실히 이경규의 경우를 보더라도 김구라가 갖는 한계는 명확하다 하겠다. 캐릭터는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러나 그 캐릭터를 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김국진도 하고, 김태원도 할 수 있는 것을, 그러나 김구라는 하지 못하는 건. 김구라가 라디오스타에 애착을 갖는 것도 어쩌면 라디오스타야말로 김구라의 단점을 가장 훌륭히 커버해주는 팀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아마 당시 이경규의 몰락이 방치 속에 완만하게 이루어졌다면 - 그래서 여지를 두었다면 지금의 이경규는 없었을 수도 있겠다. 일찌감치 이경규의 상황을 캐치하고 그것을 잡아낼 수 있었던 것. 다만 그것을 어떻게 살려갈 것인가. 남자의 자격은 그래서 이경규에게도 천운이었던 셈.

 

"성품을 봅니다. 성품이 좋아야 좋은 웃음이 나오기 때문에..."

 

아무튼 나름대로 김구라도 이경규에 의해 공중파에 들어온 보답은 하지 않았는가. 물론 반드시 김구라 때문에 그리 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김국진이든 김태원이든 김성민이든.

 

사람은 다 베푸는대로 돌아온다. 김국진이 MBC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해 준 것도 이경규. 강호동이야 이경규가 키웠고. 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을 살린 것도 역시. 음덕이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