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발라드라고 하는 장르(?)

까칠부 2010. 8. 31. 23:37

그러고 보면 원래는 그냥 가요였었다. 이문세든, 이선희든, 또 누구든. 트로트에서 비롯된 뽕멜로디와 팝의 영향을 받은 세련된 편곡과 연주, 그리고 무엇보다 감미로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가사.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정형화되었다기보다 점차 그렇게 자리잡아갔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시까지는 그냥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들이 부르는 보편적인 어떤 스타일들. 사람에 따라서는 스탠다드라고도 불렀는데. 전형적이라는 뜻에서.

 

그런데 80년대 중후반 한국 대중음악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변진섭이 데뷔하던 무렵이다. 변진섭이 자기를 두고 발라드의 시작이라 하는 것은 그렇게 틀린 말이 아니다. 그때부터였으니.

 

록이 주류무대로 올라왔다. 칼라TV의 보급으로 비주얼 중심의 댄스음악이 저변을 넓히고 있었다. 주현미, 김연자, 현철 등 트로트도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문득 이제까지의 가요를 정의할 어떤 단어가 필요했다. 록도 아니고, 댄스도 아니고, 트로트도 아니고,

 

하긴 댄스란 자체도 장르라기에는 어떤 스타일이다. 댄스에 얼마나 많은 장르가 있는데. 록부터 디스코, 고고, 일렉트로니카, 기타등등등... 그냥 댄스인 거다. 마찬가지다. 그냥 발라드인 것이다. 록보다는 부드럽고, 댄스보다는 느리고, 트로트보다는 덜 꺾이는.

 

그러면서 양식화가 시작되었다. 발라드라는 스타일이 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결 더 감미로워지고, 한결 더 아름다워지고, 가수들도 그에 맞춰 자신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금도 보면 정작 알앤비인데도 발라드라고 한다. 록도 발라드다. 메탈도 발라드다. 블랙홀의 넘버를 보면 상당히 감미롭고 애상을 띈 음악이 있는데, 그러나 역시 발라드. 부활이야 말로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니던가. 타이틀곡이 전부 발라드이니.

 

부활더러 발라드밴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록밴드와 발라드 밴드는 서로 대립하는가. 아니거든. 록을 하는데 그것이 발라드의 스타일을 띄고 있다. 정확히는 그보다는 소프트록이라 해야 맞겠지만.

 

누군가 그러던데. 오로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장르가 발라드라고. 맞는 말일 것이다. 발라드란 장르가 아니었으니까. 가요가 따로 장르가 있던가. 그저 이것저것 여러 장르의 요소를 따다가 사람들이 듣기 좋게. 그야말로 대중음악. 팝. 그리고 그 가운데는 당연히 사랑노래가 많고. 사람들은 강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걸 좋아하고. 

 

하긴 대중이 장르를 두고 듣지는 않는다. 장르를 따져 듣는 것은 마니아들. 대중은 귀에 들리는 느낌을 쫓는다. 록이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것도, 댄스라고 따로 이야기하는 것도, 역시 발라드도, 그런 점에서 대중음악에 있어서의 장르란 달리 스타일이라 말해도 좋지 않을까.

 

아무튼 멜론에 들어가 보니 장르 말고 스타일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길래. 장르와 스타일의 차이란? 글쎄... 멜론은 어떤 의도로 나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나서 끄적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