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용어가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긴 뭐 전문적으로 파고 들 것 아니면 상관이 없기는 하다.
만화나 드라마 등에서 곧잘 쓰이는 장면이다. 한 사람이 카페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것을 보면서 누군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연인을 기다리고 있겠지?"
"그런데 표정이 어둡잖아?"
"헤어지려는 것일까?"
"그런데도 굳이 나와 기다리고 있는 건..."
"헤어짐을 알면서도 붙잡고 싶은 거겠지."
"로맨틱하다..."
어쩌면 그 남자는 속이 불편할 뿐인지 모른다. 연인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배탈이 나서 화장실 쓰려고 카페 드어왔다 잠시 쉬어 가는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없지 않은가.
1+1은 2다. 당연하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1+1은 0이다. 이상하다. 문득 관심이 간다. 왜 0이지?
전자는 어차피 당연한 것이니 별 관심을 갖지 않고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도대체 왜 0인가 알고 싶어한다.
"그냥 오답이다."
역시 재미없지 않은가. 관심이 사라지면 역시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무언가 심오한 뜻이 있을 거야."
"어떤 정치적인 뜻일까?"
"아, 내가 알 것 같아."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겠지.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끌고.
사실 루머 이야기하면서 대중 어쩌고 하는 것도 우습다. 대부분은 사실 관심도 없다.
"뭐 별다른 게 있겠어?"
설사 그 내막을 알더라도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면 그냥 스치듯 잊혀질 것이고. 꼭 기억하는 것은 흥미를 자아낼만한 어떤 것. 역시 그에 신빙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손 놓고 무러설 테지만 이미 흥미를 끌고 나면 사람들은 그에 집중하게 된다. 이야기를 만들어서까지. 그리고 그것이 그럴싸하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러면서 재생산되고 확산되고.
루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루머가 퍼져나가는 과정이다. 말했듯 대부분의 경우 사실 그렇게 대단 이유나 내막따위는 없다. 알아봐야 별 흥미도 없다. 자연스레 사라진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 문득 누군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내가 보기엔 저기에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타당하다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관심을 끊고 외면하겠지만, 그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는 사람들은 어느새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것 그럴싸하군."
그러면서 거기에 또다른 이유들이 더해진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말이 안 되는 게..."
여기서 비판이 이루어진다면 역시 루머는 소멸된다. 하지만 대개 여기서 나오는 말이란 이렇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이렇게 설명하는 게 낫지 않겠어?"
그렇게 소설이 다듬어지듯 이야기는 다듬어지고 어떤 논리적 체계를 가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제대로 최소한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 스스로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오홋, 맞아! 상당히 타당한 설명이야!"
"매우 합리적인 설명이로군. 설득력 있어."
그리고 그것은 다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이유인 즉, 재미있으니까. 말했잖은가? 어차피 재미없는 평범한 이유라면 사람들은 입어저릴 것이라고. 관심도 갖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세상에 음모론처럼 재미있는 게 어디 있는가. 남의 이야기라면.
말 그대로 남의 이야기니까. 구경꾼인 거다. 관객인 것이다. 극장 앞에서 관객이 하는 고민이란 무엇이겠는가? 관객이 그장 안으로 들어서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재미있자는 것이다. 즐기자는 것이다.
연예인만인가? 아니다. 카페의 예를 들었지만 일상에서도 그런 모습 흔히 보게 된다. 나도 경험이 있다.
평범한 아이였다. 예쁘장하다는 것을 제외하고 전혀 눈에 띄지 않던 그런 아이였다. 물론 내 눈에 그랬다는 것이었다. 의외로 내가 눈이 높다.
그런데 어느날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차마 익명으로라도 말하기 거북한 아주 지독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거기에 이끌렸다. 그냥 평범한 아이와 그런 지독스런 사연이 있는 아이와, 내 관심은 그로부터 그 아이에게 쏠리게 되었다.
대개는 그렇다. 시작은 작다. 누군가의 한 마디다. 그 전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흥미를 자극하는 한 마디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면서 그 안에서 다듬어지고 재생산되고 퍼져나가고, 어느새 기정사실이 되어 버린다. 한 사람 죽이는 게 그렇게 쉽다. 연예인만이 아니라 일반인의 경우에도 그런 루머로 인해 견디지 못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모르겠지. 전혀 느낌이 없을 것이다. 역시나 남의 일이니까. 자기 일이 아니니까. 단지 구경꾼에 불과하니까. 영화 속의 인물이 죽어나 고통을 받는다고 관객까지 죽고 고통을 받고 하는가.
오지랖이기는 한데 조금 묘한 오지랖이다. 대개의 오지랖이 남의 일을 자기일처럼이라면, 이 경우는 단지 남의 일을 남의 일로써 지켜보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냥 구경꾼이다. 그래서 지켜보면서 만화에서 그러듯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그것을 확신하고 사람들에 퍼뜨리고.
루머의 공식이라는 게 있다. 루머의 강도란 정보의 중요도와 불확시성에 비례한다던가?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루머의 강도는 그 대상에 대한 관심도와 루머 자체의 흥미도에 비례한다. 한 마디로 재미있으니까.
더불어 조건을 달자면 얼마나 사람들이 할 짓 없이 한가한가. 할 짓 없이 한가하다는 것은 여유가 넘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그 또한 스트레스다. 이러나 저러나 재미있는 게 좋은 것이다. 그래서 루머는 더욱 강하게 더욱 빨리 퍼지고.
더구나 대부분 악의가 없다 보니 거리낌도 없다. 누군가를 해꼬지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재미있게 놀자. 누군가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지 모른다는 생각보다는 그 자체가 재미있고 즐겁다. 악의가 없다는 것이 그 악의를 감보해주는 셈이다. 그래서 거리낌이 없고, 머뭇거림이 없고, 당당하기까지 하고. 오히려 그에 대해 비판적인 것에 적대적이기도 하다.
"내가 설마 나쁜 뜻으로 이러고 있겠느냐?"
그러고 있다.
정선희나, 그리고 타블로나, 그 밖에 수많은 루머들에 대해서도. 최진실씨도. 이런이런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어째서 사람들은 그 이야기들에 이끌리고 휩쓸리는가?
그냥 정선희의 남편 안재환씨가 사업의 실패를 비관해 자살했다. 재미없지 않은가? 그래서 보다 재미있는 방향으로 어떤 음모론을 만들어 보고, 그렇다 보니 그럴싸한 최진실이라는 거물도 들어가게 되고. 단지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내라기에는 그런 쪽이 보기에도 재미있으니까.
타블로가 스탠포드 나왔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 위조라면? 조작이라면? 성적증명서가 사실인 경우보다 조작인 경우가 확실히 재미있기는 더 재미있다. 동명이인으로 남의 인생을 대신 살고 있다니 이건 한 편의 영화다.
박재범도 있구나. 도대체 사람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치는가.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 하니 온갖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마디로 그냥 재미있어서다. 이런 일이 있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다면,
"에이..."
도시의 특징이라기에는 향촌사회에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니까. 전통사회에서도 그런 일은 많았다. 단지 지금에 이르러 미디어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더 크게 더 무섭게 확산되고 있을 뿐. 아마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어린아이같은 그저 재미있고자 하는. 하긴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도 그렇게 자기들끼리 전혀 악의없이 루머를 만들고 상처입히고 한다.
데스노트에서도 류크였던가? 말하지.
"인간이란 참 재미있다."
악마는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곧 악마인 것일 게다.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 루머가 있으면 그 대상을 볼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라.
유희의 인간이라던가? 재미있으면 그것을 피하기가 그렇게 힘들다. 남의 일이면 더욱. 그래서 반드시 그렇게 하라 말은 못 하겠지만 최소한 그것이 다른 사람에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유난히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대중에 대해서. 인간은 참 재미있다.
'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팬과 팬덤 - 팬이란 사랑하는 것이다! (0) | 2010.09.03 |
---|---|
타블로를 통해 보는 폭력에 대한 무지... (0) | 2010.09.02 |
왓비컴즈 신상공개? - 네티즌이 어딜 가겠냐? (0) | 2010.09.01 |
타블로와 비전문가의 시대... (0) | 2010.08.30 |
타진요가 말하는 논리와 타당성... (0) | 201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