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직접 신체에 닿는 것이 없으면 폭력이 아니다. 욕설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폭언이 아니다.
하지만 실명사이트 - 존댓말을 기본으로 하는 사이트 들어가봐도 사실 디씨나 그렇게 크게 차이가 없다. 말은 존댓말인데 그 내용은 아주 시궁창이거든. 오히려 더 악질이다.
"예의 좀 지키십시오!"
가장 예의와 거리가 먼 인간들이 꼭 그런 소리를 한다.
내가 의심도 폭력이라 했더니 왜 의심이 폭력이냐 한다. 간단히 묻는다.
"나 너 못 믿겠어!"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과연 어떠할까?
"네가 한 거야?"
"진짜 너야?"
물론 장난삼아 할 수도 있다. 감탄으로 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런 건 듣는 자신이 안다. 그런데 아예 자기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모두 부정한다면?
당연히 상처가 된다. 아마 전에도 썼을 것이다. 어떻게 의심은 개인에 상처가 되는가. 인간에게는 자존의 욕구라는 게 있다. 그 이전에 소속의 욕구가 있다. 인간의 기본 욕구 오단계 가운데 세번째와 네번째다. 그런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의심이란 바로 이 소속의 욕구과 자존의 욕구에 대한 배반이다. 너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건 그를 동류로써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너를 믿지 못하겠다 하는 것은 또한 그에 대해 존중하거나 존경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일 테니까.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가..."
정히 의심스러우면 주위 사람들에게 딱 자기가 하는 말 하루만 모두 부정하고 의심해 보라 해보면 확실히 알게 된다. 미리 짜고 한 것이어도 아주 기분 더럽다.
하긴 그렇다 하더라도 의문이 있으면 풀어야겠지. 의심스러운 게 있으면 확인해 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믿지 못하겠는다 믿으라 하는 것도 또한 말이 안 되는 것이니. 단지 전제해야 할 것은,
"만일 그것이 사실로 밝혀졌을 경우 어찌할 것인가?"
그러면 말하겠지.
"무릎꿇고 사죄하겠다."
그런 때 내가 쓰는 말이 있다.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거면 경찰이 있을 필요가 없다!"
일본 만화에서 곧잘 쓰이는 대사다. 말 그대로다.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거면 경찰은 왜 필요하고 법은 왜 필요할 것인가?
김수철도 일을 저지르고 말한다.
"미안해!"
그러면 그가 저지른 일들이 사라지나?
유영철이 말한다.
"죽은 사람들에 미안하다."
그래서 저지른 일들이 용서되나?
그래서 말하는 것이다. 사과할 디스는 하지 말라. 나중에 사과할 것 같으면 디스같은 건 처음부터 하지 마라. 나중에 사과까지 갈 거라면 경솔했다는 뜻일 테고, 결국에 그 경솔함으로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남게 될 테니. 화가 풀릴 때까지 맞아줄 자신이 없으면 -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보상할 생각이 없으면 처음부터 그런 경솔한 디스같은 건 하지 마라.
의심도 마찬가지다. 의심스럽다. 좋다. 의심하는 거야 자유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의심이 타당한가. 그런 의심을 상대에게 말할 만큼 타당한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그런 근거를 가지고 의심을 하는 것인가.
문제는 더구나 그런 의심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으니 그 근거라는 것도 너무나 가볍다는 것이다. 단지,
"이건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전문가도 아니다. 당사자도 아니다. 직접 비교가 가능한 어떤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추측만으로. 그런 의심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래서 너무나 쉽게 의심을 하고 만다.
타블로만이 아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루머라는 게 그렇다. 네티즌 수사대라 하지? 그러나 과연 그들이 그런 현실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직접적인 당사자라면 그나마 그 신뢰성을 인정하겠지만 단지 인터넷 몇 번 검색해 보고는 이렇다더라. 그리고 의심은 더욱 당연한 것이되고.
그리고 그나마 사실이 밝혀지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의심하게 만든 네가 잘못한 거야!"
역시나 의심이라는 것이 폭력이라는 -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심지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행위라는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장난인 거다. 의심따위 하면 또 어떤가.
"그냥 알고 싶어서 의심하는 거다."
"그저 확인하고 싶어서 이렇게 의심하는 거다."
그런 무책임한 말들이.
역지사지란 이런 때 쓰는 말이다. 정말 묻는다. 누군가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네가 하는 말 도저히 못 믿겠어!"
<자기야>에서도 그런 말 곧잘 나오더만. 어떤 기분일까? 전혀 상처가 안 되는가? 사과하면 그 상처는 사라지는가? 없었던 것이 되어 버리는가?
다시 말하지만 사과할 디스는 하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과할 의심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다. 기본이고 상식일 터다. 이런 소리를 따로 늘어놓을 필요조차 없는.
정말...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졌다라. 도의라는 게 처음부터 있기나 했는가 모르겠다만. 한심할 따름이다.
'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블로의 표절곡... (0) | 2010.09.05 |
---|---|
팬과 팬덤 - 팬이란 사랑하는 것이다! (0) | 2010.09.03 |
루머발생론... 관객효과라고나 할까...? (0) | 2010.09.01 |
왓비컴즈 신상공개? - 네티즌이 어딜 가겠냐? (0) | 2010.09.01 |
타블로와 비전문가의 시대... (0) | 2010.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