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를 보는 줄 알았다. 아무리 일본만화 원작이라고.
일본 드라마는 일단 드라마임을 전제한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현실에 바탕을 둔다.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드라마를 받아들이는 것도 그래서 서로가 그렇게 다르다.
그렇다 보니 일본 드라마에서는 캐릭터가 매우 강조된다. 원래 한 시즌이 10회 남짓으로 짧기도 해서 개성 강한 캐릭터로 한 번에 시청자에 각인시키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끌고간다. 그래서 일본 배우들은 바로 그런 캐릭터 연기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캐릭터 자체는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대신 관계로써 나머지를 채워간다.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평이한 대신 캐릭터와 주위와의 관계를 통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식이다. 단정지어 말하자면 일본은 캐릭터 중심, 우리나라는 관계중심이랄까?
그런데 이놈의 드라마는 한국드라마치고는 철저하게 캐릭터 중심이다. 신인인 두 주연을 제외하고도 다른 배우들도 마치 시트콤 찍듯 과장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그런 대신 관계가 빈약하다. 어쩔 수 없다. 캐릭터가 강조되려면 주위와의 관계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 한 마디로 개연성을 잃게 된다.
물론 일본 드라마가 그렇게 개연성 없이 이어지느냐.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바로 캐릭터 중심이라는 것이다. 캐릭터라는 자체가 일본 드라마에서도 개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캐릭터이기에 이렇다. 그런 캐릭터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지금 이것은 한국 드라마라. 한국 드라마에서 그런 것은 상당히 생소할 수 있다. 얼마나 캐릭터를 통해 부여되는 개연성에 동의할 수 있는가.
더구나 문제가 오하늬라라고 하는 캐릭터다. 백승조는 사실 문제가 아니다. 아니 백승조도 문제이기는 하다. 원작에서의 백승조는 재수없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었다. 추노에서의 오지호인가? 발성이 너무 빈약한 탓에 그 카리스마를 살리지 못한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발성과 연기가... 그러나 그렇더라도 이 드라마에서 중심은 백승조가 아니니까.
소녀만화라는 것이다. 소녀만화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캔디류다. 예쁘지도 않다. 잘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타고난 개성으로 잘생긴 킹카와 엮어진다. 오렌지 로드와 비디오 걸에서 별로 잘난 것 없는 남자 주인공이 퀸카와 엮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로망이다. 투사다.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현실과 그럼에도 꿈을 꾸고 싶은 판타지가 그렇게 투사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오하니가 여성들의 판타지를 투사하기에 적합한 캐릭터인가. 더불어 남자들이 보기에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문제가 앞서의 캐릭터 문제. 우리나라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일반적으로 어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 일본과는 약간 경우가 다르다. 캐릭터가 강조되면 그만큼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이입하기도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리얼리티를 보여주다 보면 원작이 갖는 오하늬의 엉뚱한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 그럼 그 경계는 어디인가?
내가 보기에 캐스팅은 좋았다. 충분히 매력적이면서 수수하다. 충분히 평범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얼핏 삐삐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그렇게 한 눈에 들어오는 외모는 아니지만 때때로 보이는 표정들이 좋다. CF출신이라던가? 과장된 캐릭터 연기도 그럭저럭 되었다. 어차피 신인에게 대단한 연기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현실성을 갖는가.
차라리 6시나 7시 쯤 청소년 시간대였다면 어땠을까? 하긴 청소년이 그 시간에 TV 보기도 무리일 것이다. 청소년 시간대라는 것이 이미 사라져버린 지 오래이니. 그렇다면 캐릭터를 강조하는 것과 동시에 주위와의 관계를 보다 탄탄히 가져감으로써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러자면 드라마 자체가 늘어질 수밖에 없으니. 지금도 충분히 늘어지고 있다.
그것도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아예 초반에 스피드를 더 빨리 가져가서 1회에서 2회까지 분량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다. 늘어짐으로 인해 생각이 많아진다면 생각이 많아질 여지 없이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를 따라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역시 보여주자면 김현중을 보여주어야 할 텐데 장난스런 키스는 백승조가 아니라 오하니를 중심으로 만들어져가는 이야기라는 문제가 남는다.. 김현중이 중심에 서는 순간 장난스런 키스는 무너진다. 이래저래 여러가지가 맞지 않달까.
아무튼 여자주인공 오하니의 캐스팅은 좋았다. 전체적으로 원작을 살린 캐릭터며 캐릭터연기며 만화적인 세트도 충분히 맛을 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라는 것이다. 한국 대중이 보는 드라마다. 한국 대중에게 재미있는 드라마란 어떤 드라마인가. 김현중은 보류. 일단 비주얼이 되기 때문에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연기가 얼마나 느는가가 관건이라 하겠다. 앞으로를 생각하더라도.
일본드라마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일본 만화 좋아하는 사람도 드라마라는 생각을 버리고 보면 좋아할만은 하겠다. 못 만든 드라마는 아닌데 그러나 안 맞는 드라마랄까? 이것도 참 애매한 것이. 그러나 그것도 못 만든 드라마라 할 테니. 3.5%의 시청율이 확실히 납득이 간다 할 것이다.
아마 한 동안은 이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다른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에는. 새로운 변화가 있거나. 아니면 지금의 방식이 대중에 제대로 먹혀들거나. 그도 아니면 김현중의 매력이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거나. 오하니의 캐릭터가 얼마나 여성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지금 이대로는 힘들지 않은가.
그래도 일단은 웃을 수 있었으니까. 기본적으로 원작이 좋다. 원작만 따라가도 웃음 포인트는 넘친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우리 정서에 맞게, 드라마로써 소화해내는가. 조금 더 지켜봐야 알 테지만.
그나저나 오하니 아버지가 한다는 국수집. 딱 라면집 아닌가? 우리나라에 저런 식으로 운영되는 국수집이 있던가? 별로 보지 못 한 것 같은데. 이것도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부분.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아직은 어렵다. 아직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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