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어떤 노래인가보다 어떤 사람이 부르는가...

까칠부 2010. 9. 3. 12:31

대단한 히트곡이었다. 임펙트도 엄청났고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다. 그런데 뒤가 없다. 그 다음 앨범을 냈는지 뭐하는지. 가수활동은 하고 있는 것인지.

 

왜? CF는 떴는데 상품은 뜨지 못한 경우와 같다 할 수 있겠다. 노래는 떴다. 그런데 노래에 가려져 정작 가수 자신은 알려져 있지 않다. 결국은 이미지메이킹의 실패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의상이며 퍼포먼스며 머리모양이며 하나하나가 상당한 전략적 판단에 의해 선택되어진다. 나는 이런 가수다. 나는 이런 무대를 보여준다. 나는 이런 음악을 한다. 여기서 성공하면 그의 존재는 각인된다.

 

"최성수라는 가수가 있대!"

 

물론 그를 위해서는 일관된 음악적 이미지도 필요하겠지. 중요한 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일 테니까. 이 사람에게는 이런 음악을 기대할 수 있겠다. 변신을 하더라도 일단 밑천을 든든하게 마련해 둔 다음에.

 

아무튼 비슷한 수준의 히트곡으로도, 아니 더 크게 히트하고서도 정작 가수 자신이 묻혀버리고 마는 경우는 그런 경우라 하겠다. 노래는 잘 하는데 가수 자체의 매력은 없다. 노래는 좋은데 정작 누가 부르는지 인상이 분명하지 못하다. 혹은 노래와 가수가 잘 매치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다 첨단화된 기술들이 쓰이는 것이 바로 요즘의 아이돌일 것이다. 아이돌은 그야말로 토탈상품이다. 음악과 자신의 이미지와. 어떤 음악을 하는가와 어떤 아티스트인가. 패션에서부터, 헤어스타일, 방송에 나와서 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그것이 토탈이미지를 구축했을 때 그들은 아이돌로서 성공한다.

 

지금도 카라 하면 프리티걸의 귀여운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게 그런 경우다. 다시 한 번 프리티 걸 시절로 돌아갔으면. 그래서 루팡에서도 그런 귀여운 분위기의 노래를 타이틀곡 말고는 다 채워넣었던 것 아니던가. 원더걸스 역시 원더걸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음악적 스타일이 있다. 박진영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물론 예외라고 하면 예외랄 경우들도 있다. 소녀시대의 경우는 워낙 Gee의 임팩트가 컸고, 그를 적절히 잘 활용하여 멤버들의 인지도를 높였기에 어지간해서는 소녀시대 자신의 매력이 음악적인 선호를 넘어선다. 티아라의 경우도 음악과 티아라 자신에 대한 마케팅을 별개로 시도한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도 역시 포인트는 누가 부르는가? 티아라의 데뷔가 라디오스타를 통해서였다는 것은 그래서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나도 티아라를 알 수 있었다.

 

최근 활동중인 시크릿과 레인보우. 시크릿도 초반에는 무척 고전했었다. 하지만 한선화가 청춘불패에 출연하게 되면서, 그리고 백지선화라는 캐릭터를 갖고 점차 인지도를 높여가기 시작하면서, 매직의 히트는 그러한 시크릿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에 힘입어 터졌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돈나 역시 시크릿이라는 이름과 매직의 스타일이 익숙한 대중을 끌어들인 것일 테고.

 

반면 레인보우는 시작이 너무 미미했기에. 그렇다고 멤버를 알리는데도 실패했다. 레인보우를 알리는데 실패했을 때, 이번의 신곡 "A"의 경우 체감상 꽤 반응이 좋음에도 사람들이 듣기에 생소하다. 이건 도대체 누가 부르는 노래인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 생소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전의 레인보우와 비교해 더 생소하고. 그나마 뒷심을 받기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곡이 괜찮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과연 사람들에게 레인보우라는 인상은 어떤 것일까?

 

아이돌만이 아니겠지. 일반 솔로가수나 밴드나. DJ DOC만도 그들의 새앨범이 저만큼 성공한 것은 DJ DOC만의 스타일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아, 이건 정말 DJ DOC스럽다. 때마침 터져준 강원래 디스건도 DJ DOC라는 캐릭터를 보다 돋보여줬고. 반면 자기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경우는 과거의 명성이란 참 무색할 정도였다.

 

물론 이런 건 기획사에서 다 알아서 하는 거다. 기획사에서 하는 일이 뭐게? 왜 기획사에서는 그리 언론플레이에 목숨을 걸겠는가? 연예인들은 그리 예능에 얼굴 한 번 비추지 못해 안달을 하고. 다만 음악이 좋으니 가수도 뜬다. 음악이 뜨는 것과 가수가 뜨는 것과는 별개다. 가수가 뜨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특별한 노력이, 그 이전에 그만이 갖는 선천적인 매력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예로 드는데 DJ DOC를 제외하고 모두 걸그룹이다. 보이그룹은? 내가 사내자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뭔데? 나는 사내자식들에 관심 없다. 동성애를 특별히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그런 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여자가 좋다.

 

아무튼 그런 점에서 또 요즘 행보가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애프터스쿨이다. 애프터스쿨은 다른 것 없다. 박가희가 처음부터 끝이다. 처음에는 안 그랬지만 아마 "너 때문에"부터였던가. 박가희가 전면에 나서면서 애프터스쿨이라는 색깔이 분명해졌다. 아마 그것을 믿고 멤버를 계속 추가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애프터스쿨 안에서 너무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 마이너스일 테지만 그것을 붙잡아주는 박가희의 존재란.

 

그리고 더불어 예상해 보건데, 애프터스쿨에서 처음으로 졸업하는 멤버는 리지, 레이나, 나나 등 어린 멤버들이 아닐까. 만일 위에서 졸업해 나가게 되면 애프터스쿨은 그 색깔을 잃게 되기 쉽다. 그것은 애프터스쿨에도 이후 애프터스쿨에 참가할 멤버들에게도 좋지 않다. 오렌지 캬라멜이 뜨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어린 멤버들이란 기존의 멤버들과 부대끼는 것도 있을 테니까. 이를테면 아이돌 사관학교? 박가희는 훌륭한 교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떨까?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보다 누가 노래를 부르는가. 사실 노래를 좀 못 불러도 부르는 사람이 매력이 있으면 귀를 잡아끈다. 부르는 사람이 매력이 안 되면 아무리 잘 부르는 노래도 별 것 없다. 특히나 라이브보다는 방송이고, 공연보다는 행사인 지금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그것이 매니지먼트일 테고.

 

하긴 이제는 가수는 모르겠는데 노래만 떴다. 가수는 전혀 모르겠는데 노래만 대박쳤다. 힘들지 않을까? 노래를 듣는 자체도 미디어를 통한다. 세상은 그만큼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