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어떤 쓸데없는 논쟁...

까칠부 2010. 9. 7. 06:57

언어란 결국 기호다. 그리고 기호란 기표와 기의로 이루어진다. 한 마디로 그 단어, 그 표현, 그 수단이 어떤 뜻을 갖는가. 그리고 그 뜻이란 관습에 의해 대개 이루어진다. 개인적이거나 혹은 사회적이거나.

 

아마 그 대표적인 예가 예전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그 사건이 아닐까?

 

"내가 죽였다! 내가 죽였어!"

 

자식이 먼저 보내고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부모들이 자신을 탓하며 하는 말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음덕과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결국은 그 또한 자신의 업이며 죄라고.

 

하지만 미국 경찰이 보았을 때 그 말은 곧 자기가 그 자식을 죽였다고 하는 자백으로 보이기 쉽다. 그래서 실제 체포되어 재판까지 받은 바 있었다.

 

분명 신호등 불빛은 초록불이다. 아니 잔디밭을 두고서도 파랗다고 한다. 그러면 그것은 틀린 말인가? 한국전쟁이 3년 동안 치러졌다. 하지만 햇수로 따지면 또 4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유감이라 하면 그리 대단하게 들리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실제 그렇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들어가면 유감이란 상당한 강도의 사과의 표현이 된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잘 안 쓴다.

 

하긴 미안하다고 말을 했을 때도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가, 어디서이며, 누구에게 하는 것인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그 사람의 평소 습관이라든가, 그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그래서 말이나 문장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것처럼 세상에 바보같은 것도 없다. 괜히 학자들이 문장 하나 가지고 그렇게 평생을 걸고 연구하고 하는 게 아닌 것이다. 문장 하나더라도 그 안에는 그러한 문장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을 터이니.

 

하지만 그런 이해란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터라. 언어라는 - 표현이라는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래서 일어난 것이 작년의 박재범 사태였었지. 슬랭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 하는데,

 

"내가 슬랭까지 알 게 무어냐?"

 

요즘 아직도 시끄러운 어떤 논쟁에서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단어 하나하나 가지고 물어뜯고. 하지만 과연 당시 어떤 생각으로 그같은 표현을 했는가. 엄밀한 분석 없이 단지 그런 단어가 쓰였으니까.

 

내가 워낙에 상식적인 이야기는 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하여튼 진짜 질리지도 않는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그것도 단어의 뜻 그대로. 바보라는 뜻일 테지만.

 

역시 교육의 문제인 것일까? 정작 있는 문장이나 문단, 작품 전체를 그대로 이해하기보다는 조각조각 분해하기를 좋아하는. 유기적인 이해보다는 단편적인 이해만을... 설마 지금도 그럴까?

 

아무튼 참 새벽부터들 열심이다. 저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때로는 부럽기까지 하다. 대단하다. 세상에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