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박칼린편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당겨서 남자의 자격을 다시 보았다. 박칼린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알게 되고 나서 본 남자의 자격은 확실히 색달랐다.
피플인사이드에서 박칼린은 말하고 있었다.
"뮤지컬이란 감정의 극대화다."
말로써 표현하지 못할 어떤 고조된 감정에 대해서 사람은 노래를 하게 되고, 그저 노래만으로 부족할 때 몸을 움직여 그것을 전달하려 하고, 그것이 곧 뮤지컬의 노래이고 춤이라고.
그리고 뮤지컬에서의 음악이란 뮤지컬의 이야기를 충실히 전달하는 수단이란다. 하기는 연극에서 말로 대사를 한다면 뮤지컬에서는 노래로써 대사를 한다. 얼마나 충실하게 그 순간의 감정을, 이야기를 전달하는가.
남자의 자격에서도 그래서 합창에 안무를 넣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자장가를 들으며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무서운 음악을 들으면서 자장가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거든요. 그게 음악의 힘인데... 그냥 안 시켜도 어깨가 들썩들썩 했잖아요. 음악이 그렇게 움직이게끔 만드는데 그것을 빼는 것도 우습다."
율동을 하게끔 만드는 음악이니 율동을 넣는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하긴 사실 그런 것들은 비단 뮤지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음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밴드가 있다. 그런데 정장차림이다. 혹은 캐주얼차림이다. 아니면 염색한 긴 머리에 징박힌 가죽재킷에 차림이 화려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생각한다.
"아, 이들은 어떤 음악을 하겠구나!"
아티스트가 입고 나오는 이상이며, 하고 나오는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표정, 손동작, 안무, 그 모든 것이 아티스트가 대중과 소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음악이 아니어도, 굳이 노래를 하지 않더라도,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어떤 것들. 음악조차도 때로는 수단일 수 있다.
아니 음악이란 자체가 어쩌면 수단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아이돌의 경우처럼 아이돌 자신의 매력을 대중에 전하고 인정받고 싶을 때도.
립싱크라는 게 그저 노래를 못해서만 하는 것인가. 일류가수들은 립싱크도 잘 한다. 이승철이 립싱크하는 것 보면 놀란다. 그저 입모양만 맞추는 것이 아니다. 표정까지도 그럴듯하게 가야 한다. 단지 입만 맞추는 것임에도 훌륭하게 그 곡의 분위기를 연기해낼 수 있어야 한다. 노래 못하는 가수는 립싱크도 못 한다.
내가 지금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 그에 맞춰 춤을 짜고, 표정을 연기하고, 스타일을 맞추고, 그 모든 것이 음악의 한 부분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외모를 어떻게 가꾸느냐까지도. 수염을 기를 것인가, 머리를 염색할 것인가, 머리를 짧게 자를 것인가. 선텐을 해서 태우기도 하고, 혹은 다른 과학의 힘을 빌기도 하고.
바로 그렇게 음악까지 아우르는 그 전체가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음악이라고 음악 하나만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앞에 서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일체화된 작품으로서인 것이다. 그를 통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고. 굳이 음악이 아니더라도. 노래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로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그런 것들이 대중음악이란 것이 아닌가.
물론 박칼린이라면 그런 노래 못 부르는 가수를 바라지는 않겠지. 노래도 되고, 춤도 되고, 연기도 되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안 되더라도 그것이 대중과 소통할수만 있다면. 그것은 아마 큰 차이일 듯.
단지 그저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는 것만이 아니라 그 노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그 노래의 내용과 감정이 그대로 사람들에 들려질 수 있도록. 표정만이 아니라 패션도. 당연히 무대에서의 안무도. 더 나아가 일상까지도. 음악과 자신의 일상을 일치시킬 때 또 그 감동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예를 들어 DJ DOC의 경우처럼. 확실히 DJ DOC의 음악은 DJ DOC이기에 좋은 것이 있다.
하여튼 대단한 사람이다. 특히 저 장면. 노래 없이 단지 표정만으로도 넬라 판타지아를 들려주는 저 장면에서, 만화 "스바루"에서 춤만으로 음악을 들려주던 장면을 연상했다. 연기도 다시 시작했다는데...
덧붙여 어제 음악창고를 통해 박칼린이 실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그 밖에 최재림과 옥주현과 마이클 리... 원래 이런 목소리였구나. 멋진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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