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하모니가 여심을 잡다!

까칠부 2010. 9. 6. 16:09

지난주 시청율이 22.6%다. 아마 전체 예능 가운데 1박 2일에 이어 시청율 2위 쯤에 해당할 것이다. 세바퀴가 지난주 몇% 나왔더라? 정말 대단하다. 여기까지 오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번 합창 미션을 두고 여초사이트를 눈팅을 많이 했었다. 아니 원래 여초사이트를 많이 다닌다. 남초사이트와는 또 다른 미묘한 온도의 차이를 느끼고 싶어서. 역시 남자와 여자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아무튼 합창미션을 전후해서 여초사이트에 유독 남자의 자격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왔었다. 그 전에도 물론 남자의 자격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그리 적은 편은 아니었다. 특히 이경규와 이정진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비주얼덩어리가 괜한 것이 아니다.

 

디테일하고 소소한 관심이었다.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그런 점에서 남자의 자격도 여성시청자층이 꽤 두텁다. 의외로 여성시청자들이 남자의 자격을 즐겨 보곤 한다.

 

지난 밴드 미션에서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온통 밴드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함께 감동했다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만 확실히 이번 합창미션만큼은 아니었다. 왜?

 

멤버의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성이 절반이다. 모두가 스스로 합창을 하고 싶다 해서 참가한 멤버들이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이입하는 것은 합창단에 들고 싶어서 오디션에 참가하는 지원자들이고 함께 하모니를 맞춰가는 출연자들이다.

 

합창은 비단 남자만의 꿈은 아닌 것이다. 아니 음악이란 비단 남자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다. 여성도 음악에 대한 꿈이 있고 - 그래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밴드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것 아닌가. 여기에는 남자의 자격 밴드의 영향도 아주 적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음악에 대한 꿈이 있고, 음악에 대한 무엇보다 동경이 있고, 그것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더구나 박칼린 선생님은 너무 멋있다. 여성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너무 매력적인 사람이다. 여성들에게 있어 그것은 또 하나의 꿈이고 동경이기 쉽다. 강하고 당당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배다해 역시 보호해주고 싶은 청순한 외모에 묘하게 보이시한 매력이 있다. 아주 매력적이면서도 어딘가 무척 친근한 소박함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칼린조차 감탄한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다. 남성은 물론 여성마저 좋아할 수 있는 매력이 배다해 그녀에게 있었다.

 

아마 압권은 배다해와 선우의 솔로경쟁이었을 것이다. 성악이라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두 사람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개성과 장점을 가진 두 사람의 목소리는 이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누가 더 낫다. 누가 더 못하다. 물론 그 근저에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 두 사람이 들려주는 노래에 대한 감동이 있었을 것이다.

 

원래 남자의 자격에서도 대박미션이었던 "마라톤"이나 "전투기"편도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지리산"편도 그랬다. "밴드" 미션에서도. 누구나 바라지만 차마 이루지 못했던 것들. 모두가 꿈꾸지마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 그 역시 꿈이고 동경이었을 터다. 마땅히 나 역시 그러고 싶은.

 

그래서 그리 남자의 자격이 방송되고 나면 꿈을 쫓는 남자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 역시 남자의 자격만이 갖는 특유의 소박함에 힘입은 바 크다. 그리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도전해 본다. 그렇게 훌륭하게 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도전해 본다. 부담이 없다. 나도 저만큼은 할 수 있다.

 

그것이 이번에는 여성들이 이입해 버린 것이다. 방송에서 여성들의 파워는 무척 세다. 채널선택권에서 여성들의 힘은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여성들은 한 번 마음을 주면 길게 간다. 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것이다. 남자의 자격이 남자들의 마음을 잡았더 것처럼 그녀들의 꿈과 동경을 보여줌으로써.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둘이 아니다.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가는 공존하는 존재다. 서로 이해해야 하고 서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서로 함께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한다. 남성의 꿈이 여성의 꿈은 아닐까? 여성의 꿈이 남성의 꿈은 아닐까? 여성의 꿈이 남성에게는 어떻게 비칠 것이며 남성의 꿈은 여성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하긴 말했듯 그동안에도 남자의 자격에서 여성의 참여가 적지는 않았다. 여성들이 보는 남성, 여성들이 남성에 요구하는 것들, 그리고 남성을 통해 보는 여성 자신의 이야기들, 그러나 한 편으로 남성과 여성이 함께 꿈꿀 수 있는 것들을 지금처럼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확실히 그런 점에서 리마인드 웨딩은 너무 빨리 써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미션이었을 텐데도.

 

아무튼 고민해 볼 바일 것이다. 처음에는 남자의 자격이었지만, 남자의 자격이란 여성까지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남자이기에 그들의 자격에는 여성까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지금처럼 남성을 중심으로 끌고 가더라도 가끔은 이런 식으로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할 수 있는 미션을.

 

어쨌거나 이번 미션이 대박인 것은 바로 그런 점일 것이다. 칙칙한 남성들만의 프로그램에서 여성들도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도 여성들이 곧잘 보곤 했었지만 이제는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써. 남성과 여성은 결국 함께 가는 존재일 테니까.

 

다만 그렇다고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마도 남성이든 여성이든 기존 시청자들이 바라는 남자의 자격은 그동안의 그리 잘나지 못한 일곱 남자들이 보여주던 소소하고 정감넘치던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또 이번 같은 큰 미션은 가끔, 어쩌다 잊지 않을 정도로만 보여주면 좋지 않은가.

 

다시 한 번 시청율 대박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페이스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남자의 자격이지만 남자만이 아닌 여성들까지 함께 보며 남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더불어 여성 스스로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앞으로의 남자의 자격을 기대해본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시청율에 걸맞게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으면 하고. 그러나 일곱 남자는 여전하겠지. 여전하리라. 물론.

 

 

덧, 아무튼 나 역시 덕분에 요즘 사라 브라이트만의 노래를 달고 살고 있다. 이 역시 남자의 자격의 영향일 것이다. 듣고 있는 데 정말 좋다.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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