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던 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힙합인데 멜로디가 좋아서 들었다?
물론 힙합도 멜로디가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힙합 음악인들의 주전공이 무엇이던가?
하나가 디제잉, 다른 하나가 랩. 원래 그렇게 시작한 장르였다. 힙합 음악인끼리 서로의 실력을 겨룰 때 가장 많이 하는 것도 프리스타일 랩이다.
그러면 힙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결국 랩이다. 가사다. 얼마나 맛깔나게 가사를 쓰는가. 그것을 얼마나 멋드러진 운율과 리듬으로 읊어내는가.
강렬한 비트와 그 비트에 올려진 리듬감잆는 랩의 가사들, 랩이란 자체가 힙합에서 멜로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멜로디란 그저 거들 뿐.
힙합에서 샘플링에 대해 관대한 이유도 그것이다. 멜로디야 갖다 쓸 수 있다. 연주도 갖다 쓸 수 있다. 비트도 갖다 쓴다. 그러나 각 힙합 음악인만의 개성있는 랩메이킹과 랩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그것은 그 자신만의 것이다. 그것을 건드렸다가는 작살이다.
대중음악에서도 정작 그렇게 비중이 있는 부분이 아닌 경우는 설혹 유사성이 있어도 따져묻지 않는다. 힙합 역시 중요한 건 랩이니까. 가사니까. 얼마나 비트를 잘 만들고, 랩을 잘 뽑아내는가. 더불어 멜로디와 연주까지 훌륭하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가사가 훌륭하더라."
"랩이 훌륭하더라."
"리듬이 신나더라."
그것도 아니고,
"멜로디가 좋더라."
흠... 하긴 뭐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힙합의 대중화라는 것도 시도되고 있는 것일 테지만. 랩이 아니라 멜로디로써. 피처링에 의존해서. 별로 재미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욕이나 지껄이고 해외 랩 흉내내느라 가사도 안 들리는 랩도 꽤나 싫기는 마찬가지일 터다.
얼마나 멜로디를 잘 뽑아내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랩을 잘 만들어내는가. 재미있기는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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