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천하무적야구단 - 이런 게 야구의 맛이다!

까칠부 2010. 9. 12. 02:10

제대로 걸려들었다. 그동안 띄엄띄엄 보던 것이 지난주 그놈의 to be countined...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야구란 게 무언가? 야구의 매력이란 어디에 있는가? 시합이 종료되는 그 순간까지 아무도 결과를 모른다.

 

그래서 있는 말이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무려 다섯 개의 삼진에 3이닝이 넘도록 한 점도 내지 못하던 투수에게서 이제까지 삼진만 당하던 4번타자가 결승타. 그리고 노장 이하늘의 역전타.

 

바로 이 맛이다. 역전. 이닝이 있는 경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 점 뒤지다가 두 점 내어 역전... 이미 그 전에 석 점 먼저 땄다가 어느새 한 점 차 역전을 당했던 터다.

 

그래서 끝나는가 싶었다. 남은 시간은 15분. 아마추어 야구는 시작하고 2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이닝에 들어가지 못한다 한다. 15분만 잘 막으면.

 

그러나 어처구니 없는 수비실책 두 개가 다시 흐름을 바꾸어 놓는다. 특히 포수인 이하늘이 다시 돌여주는 공을 받지 못해 놓친 김동희나 전광판을 보느라 역시 그 공을 보지 못한 동호의 실수는 왜 야구가 멘탈스포츠인가를 보여준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그 쉬운 공도 못 잡고, 수비도 이루어지지 못한다.

 

김성수의 실책으로 한 점, 김동희의 위의 실책으로 또 한 점, 겨우 역전해 놓은 것이 또다시 역전이 되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2개. 그러나 남은 시간은 3분. 그나마도 1분은 주자교체로 써 버렸다. 2분.

 

맞춰잡으면 좋을 것을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힘들게 삼진으로 잡고, 남은 시간이 1분 이내로 접어드는 순간... 그러나 드라마가 펼쳐진다. 초구 2루수앞 땅볼 아웃. 기사회생이었다. 정말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드라마는 또 한 번의 역전극을 써낸다. 안타, 안타, 안타, 안타... 그리고 한 번의 김창렬의 본헤드플레이. 이제까지 못 낸 점수를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듯 새로이 시작된 6회에서 천하무적야구단 팀은 무려 7점을 뽑아낸다. 야구는 정말 모른다. 이제까지 그렇게 점수 내기가 어렵더니만.

 

물론 그렇게 점수를 뽑을 수 있었던 것도 야구이기 때문이다. 야구란 매우 정교한 스포츠다. 작은 공 하나를 배트로 때리고 글러브로 잡고. 쫓기는 마음에, 역전당했다는 허탈함에, 다시 쫓아가고 싶은 욕심에, 무한질주 팀에서도 실책이 연발한다. 역시나 이제까지 않은 실책을 몰아서 하겠다는 듯이.

 

그리고 다시 천하무적야구단팀으로 넘어와 7점을 내고 6점차로 역전했으니 이제는 시합 끝이다. 노아웃에 무려 석 점을 순전히 수비와 투구미스로만 내주고 만다. 역시나 긴장이 풀어진 탓이다. 정교한 경기이다 보니 한 번 무너지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다.

 

참 재미있었다. 경기 결과야 12대 8. 점수가 많이 나서도 재미있었지만 계속된 역전극이. 초반 5점을 따고 달아나던 천하무적야구단팀에, 차근차근 점수차를 좁히며 4대 5로 뒤집은 천하무적 야구단팀. 그리고 다음 공격에서 무한질주팀은 6대 5로 뒤집고, 천하무적야구단팀이 12대 6으로 크게 앞서고,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에조차 노아웃에 3점. 잔루. 엎치락뒤치락 그 뒤집는 재미라는 것이.

 

아마 다른 경기에서는 힘들 것이다. 한 점 한 점 실시간으로 따고 따라붙는 경기들에서는. 시간제한이 있기에 결국 만회할 수 없는 점수차이라는 것이 있다.

 

축구에서 남은 시간 5분에 3점 차이면 거의 진 시합이다. 그러나 야구에서는 5분이 남았어도 아직 이닝이 계속되고 있다면 몇 점 차는 안심할 수 없다. 한 이닝에 20점 넘게 내는 경우도 있는 스포츠니까. 멘탈게임인 터라 한 번 몰리기 시작하면 그것 또한 무섭다.

 

제대로 낚여버렸다. 차라리 무한도전 말고 이걸 볼 걸 그랬나? 그리 좋아하는 - 솔직히 잘 알지도 못하는 출연자 때문에 지금도 많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야구라는 게 어차피 경기 자체를 보는 거니까. 야구로서보다는 천하무적야구단이라는 팀 자체에 매료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더구나 예능이기에 가능한 실제 야구경기에서와는 사뭇 다른 디테일함이랄까? 덕아웃이라든가, 중계석이라든가, 응원단석이라든가, 그리고 감정이입이 된다. 달리 고를 것 없다. 천하무적야구단을 보는 동안에는 천하무적야구단이 내 팀일 테니. 내가 확실히 야구를 좋아하기는 좋아했었다.

 

더불어 예능이기에 또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이어서 펼쳐진 어머니 야구교실. 어머니들을 불러다 야구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과연 예능이 아니고서 가능이나 하겠는가. 어머니들로 하여금 야구에 흥미를 갖게 만들고, 직접 참여해 보게 만들고, 더구나 그 시간 TV를 시청하고 있는 것도 어머니들이리라. 야구장 가면 여성팬들도 많다. 어머니들에게도 야구의 매력을 가르쳐준다.

 

전혀 야구라고는 모르던 여성들이 야구에 대해 알아가고, 의외의 재능에 눈을 떠 가고... 설마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질 줄이야. 오늘이 처음이라는데 컨트롤마저 정확하다. 타격도 매섭다. 아마 천하무적야구단 멤버 몇 명과는 트레이드해도 좋지 않을까. 어설퍼서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시합이란 또한 매력이다.

 

꿈의 구장 건설과 더불어 예능으로써 톡톡히 야구의 저변에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프로보다 더 재미있는 아마추어 야구의 세계도 알게 되고. 다만 이후 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유지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천하무적야구단 팀도 자리를 잡았으니 이런 식으로 저변을 넓혀가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농촌 가서 농사일 도우면서 야구 가르치기. 어린아이들이나. 뭐 기타등등등...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좋고. 시합을 빼고는 솔직히 예능으로서는 별재미다. 차라리 이런 쪽으로 보다 진솔하게 야구에 대해 접근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자체로도 그림이 된다.

 

아무튼 고민이다. 그동안 고민없이 무한도전을 봐 왔는데 앞으로는 선택을 달리 해야겠는가.

 

그리고 깨달은 것은 내가 참 야구를 좋아했었구나. 일주일에 한 번 어설픈 아마추어 야구를 그들과 함께가 되어 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있지 않겠는가. 예능으로서보다는 야구 자체로서.

 

꽤 재미있었다. 의미도 있었고. 야구팬의 혼이 다시 깨어나려는 느낌이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