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무한도전 - 아니나 다를까랄까...?

까칠부 2010. 9. 12. 07:58

박명수에 대해 말이 나온다. 왜 거기서 더 열심히 하지 않았느냐?

 

길과 노홍철더러도 그런다. 왜 유재석이나 정형돈처럼 그런 위험한 기술에 도전하지 않았느냐?

 

말했잖은가? 김태원더러도 완주에 도전하다가 앰뷸런스 실려가라 하는 사람 있더라고.

 

감동이라는 것이다.

 

프로레슬링 선수가 있다. 그것이 직업이다. 그래서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며 경기를 준비한다. 열악한 여건에 운동량은 부족하고, 그래서 부상이 끊이지 않아 상태도 좋지 않다. 다음날에는 출근도 해야 한다. 그런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보여준다.

 

당연히 감동이다. 스스로 자신이 놓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를 이룬다.

 

그러나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일부러 어려운 여건을 만들고, 힘든 상황을 만들고, 고통을 자초해가며 - 혹은 강제당해가며 그것을 극복한다. 과연 그것은 감동일까?

 

어제도 말했다. 고통을 극복하는 것은 감동일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위해 고통을 만들고, 혹은 방치하는 것은 단지 가학일 뿐이다. 굶주림에 지친 아이와 그 아이를 노려보는 독수리의 사진처럼. 사진은 감동적이지만 그 아이는? 그래서 말들도 많았다.

 

하고자 해서 하는 것도 사실 문제다. 아무리 스스로 하고 싶다고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아마추어들을 그런 위험한 경기에 내보내나? 그렇다고 직업적인 프로레슬러도 아니고. 단지 예능을 위해서.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넘어가더라도 도저히 못하겠다는데 그것을 강제로 떠밀려는 심보는 무엇인가?

 

지난주로 그런 글들을 보았다.

 

"다른 예능도 이렇게 했으면..."

 

소름이 좌악 돋았다. 진짜 무한도전은 운이 좋았다. 훈련과정에서의 실수가 하나라도 경기장에서 제대로 일어났다면 사고도 이런 대형사고가 없다. 보아하니 이번에도 유재석이 걸었던 기술이 꽤 위험하게 걸렸다던데. 그러다 삐끗 사고라도 나면...

 

하긴 그것도 감동일 것이다. 큰 부상을 당해 실려나가는 멤버와 그를 안타까워하는 다른 멤버들... 그러다가 심각한 후유증이라도 나타나면 그것은 다큐멘터리 인간승리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될 테고.

 

참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이다. 그리고 가학적이다. 자기 감동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고통을 강요하기까지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물론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 사서도 한다는 말에서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과 남들이 시켜서 하는 것과의 차이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면 그것은 자발일까? 타율일까?

 

차라리 의사로부터 검사를 받는 장면이 나왔다면. 경기가 끝나고서도 정밀검진 등을 통해 몸관리를 철저히한다는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 경기 도중에서 의료진과 상담해가며... 무리일까? 훈련 때도 적절히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를 갖추고.

 

감동이 없겠지. 사람은 첨단과학의 힘을 빈 드라고보다 원시자연에서 몸으로 부딪혀 힘을 기른 록키 발보아를 더 원하니까.

 

참 아침부터... 그렇게 말들이 쉽다. 말하기도 쉽고, 내뱉기도 쉽고. 그리고 쉽게 동의하고.

 

내가 무한도전 프로레슬링편을 불편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아마 가장 클 것이다.

 

이런 식의 예능은 안 된다. 제작진도. 그리고 시청자도. 출연자가 아닌 그런 여건들에 대해서.

 

때로 참 인터넷이란 의미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해서.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