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비교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비슷한 시기 방영된 터에, 더구나 같은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보니. 무엇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다르다. 다만 무엇이 다른가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
간단히 슈퍼스타K는 프로를 뽑는 오디션이다. 반면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은 아마추어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 마디로 그거다. 흔히 말한다.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
나도 강추하는 말이다.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더 이상 그것을 즐거움으로만 여기지 못하게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하나의 직업을 갖는다는 것, 프로가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김그림을 비난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녀야 말로 슈퍼스타K의 주제와 걸맞는 존재라 생각한다. 그녀는 말했다.
"두 번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기회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란 그렇게 나약하다. 그러면서도 강하다.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그 의지가 강한 만큼 유혹에도 쉽게 넘어간다. 유리할 것 같으니 팀장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니 팀을 바꾸고, 그러고서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명을 하고, 탈락하고서도 기회를 얻고자 힘들게 손을 들어 다시 기회를 구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노래를 골라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비난하는 것은 아마도 그만한 절실함을 느껴보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이 단 한 사람이라면 그 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란 없는 것이다.
허각과 존박은 그렇게 친해 보였다. 하지만 하나의 무대 위에 경쟁자로 섰을 때 남는 것은 승자와 패자 뿐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패자부활전이라는 변덕으로 의미가 퇴색되기는 했지만, 결국에 마지막 남는 승자가 한 사람이라면 나머지는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기회를 얻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또 그 가운데는 영영 기회를 놓치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세계다. 그러한 치열함과. 그러한 절박함과. 그에 따른 애통함과 억울함과 좌절과 절망이. 모든 것을 이룬 기쁨과 환희 만큼이나 깊이 교차하는 곳. 승자로서 쌀아남은 이들의 기쁨이 있는가 하면 끝내 떨어진 이들의 슬픔이 있다.
그런 만큼 더 가혹하게. 더 처절하게.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낫고자.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자. 모두가 사이좋게... 마음이야 그렇더라도 현실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성격 좋고 인성이 좋아도 타고난 재능과 실력이 없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고, 승자가 되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는 세계다. 그런 점에서 그룹미션에서 이제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아이를 집어넣은 것은 확실히 무리수랄 밖에.
반면 아마추어는 자기가 즐거우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내가 만족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다.
"합창대회에서 몇 등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수 있는 것이 목표다."
아마 그것이 프로합창단이었다면. 흥행을 책임져야 할 뮤지컬 연출자이자 음악감독으로써의 위치였다면. 과연 그렇게 물렁하게 단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좋겠다 말할 수 있을까? 과연 그녀는 어떻게 마녀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관계자로부터 듣게 되었을까?
그냥 우리가 만족해서. 그게 아닌 것이다.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투자자에 대한 의리 때문에라도 최소한의 제작비는 건지기 위해서.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견뎌내야 하는 것들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박칼린이 또 말했다. 해외에서는 연기자들이 분장실도 같이 쓰지 않는다고. 말도 않는단다. 당연하다. 내가 승자가 되어야 하니까. 내가 승자가 되어 대중에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 부와 명예가 뒤따른다. 단순한 현실적 욕망이라기보다는 그 또한 프로로서의 하나의 성취감일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니까. 어차피 다들 자기 직업이 있고, 평생을 할 것도 아니고, 일과성으로 하고 마는 것이니까. 짬짬이 틈나는대로 즐기고 말면 되는 것이니까. 그런 여유가 바로 출연자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실수에 대해서조차 관대한 모습들을 통해서. 서로 다그치거나 서로를 윽박지르거나 서로 갈등하고 다투고 하는 모습이 없는 그런 모습들을 통해서.
단지 그 차이다. 슈퍼스타K가 더 흥미진진하고, 혹은 슈퍼스타K가 아무래도 불편하게 여겨지고. 남자의 자격에서라면 김보경의 가정사는 함께 공감하며 살려나가야 할 서로의 이야기일 테지만, 그러나 슈퍼스타K에서는 프르로서의 실력, 혹은 가능성 외에는 단지 부수적인 곁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시청율에 도움이 되니 잠시 이용하고 말 뿐인. 그런 세계의 이야기와 그와는 한참 거리가 먼 아마추어의 유희와는.
유희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란 유희다. 그렇다고 그것이 아무렇게나 허술하게만 이루어지는가. 천하무적야구단에서도 아마추어 사회인야구팀이 많이 나온다. 자기 일이 있다. 자기 직업이 있다. 그것에는 프로들이다. 그러나 야구는 아마추어다. 하지만 얼마나 열심인가. 다만 그럼에도 프로와는 달리 단지 개인적인 만족을, 성취감만을 노릴 수 있기에. 프로라면 성적이 곧 연봉이겠지만 아마추어라면 다음에는 더 잘 하자는 성취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어느쪽이 더 낫고 못하다. 그건 아닌 것이다. 슈퍼스타K에는 슈퍼스타K가 추구하는 어떤 가치와 목표가 있고, 남자의 자격에는 또한 그만의 가치와 목표가 있다. 그것은 비단 이 두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무한도전도 그렇고, 천하무적야구단도 그렇고, 1박 2일도 그렇고.
슈퍼스타K는 스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꿈과 열정이, 그 치열함이. 남자의 자격에서는 단지 그 꿈을 이루려 하는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들이. 그러나 결국에는 후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탓인 게지.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슈퍼스타K나 남자의 자격이나. 슈퍼스타K가 남자의 자격같이 되어서도 안되고, 남자의 자격이 슈퍼스타K같이 되어서도 안 된다. 각자가 갖는 개성이고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일 터이니. 비교가 되어야 한다면 바로 그런 부분들이 아닐까.
아무튼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프로로써의 꿈을 쫓는 이들과 아마추어로서의 꿈을 즐기는 이들과 그에 이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클래식과 가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있고.
흥미로운 글이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남자의 자격과 슈퍼스타K. 결론은 둘 다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전자지만. 규정을 자꾸 임의로 바꾸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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