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이 표절을 않기 위해 음악을 안 듣는다 했을 때 내 주위의 반응은,
"뭐야 그게?"
원래 창작이란 탐욕이다. 욕심을 내는 거다.
우연히 어떤 음악을 들었다. 무척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그래서 그런 음악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문득 어떤 소설을 읽었는데 무척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 소설을 쓰게 되는 것이고.
물론 그대로 만들고 그대로 쓰고, 표절이다. 실제 그렇게 해서 표절의 유혹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표절한다는 생각조차 없이 그런 게 좋으니까...
하지만 아티스트라면 그런 정도는 극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탐을 내되 그것을 자기화시켜서.
그렇게 음악은 발전해 왔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시작은 베끼기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다. 남의 것을 보고 듣고, 남의 것을 탐내고, 그것을 자기화시키면서,
김태원도 처음에는 레드 제플린의 음악을 카피하면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도 수많은 다른 음악을 들으며 지금의 자기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그의 스타일이다.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위해 남의 음악을 안 듣는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찬양받을만한 것인가. 남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그것을 탐을 내어 항상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하긴 장르적 유사성이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나, 다 구분 않고 표절이라 하는데는 결국 살아남는 것은 김태원 정도일 테지만. 아니 김태원은 자기복제로 욕을 먹나?
당장 조용필만도 그렇게 음악을 많이 듣는다. 신해철도 마찬가지다. 음악 하면서 음악 안 듣는다는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거기서 영감을 얻고, 그 대신 그 영감이 단지 답습이나 베끼기는 아닌가 보다 더 엄격하게 자기검열을 해야겠지.
표절을 하지 않기 위해 남의 음악을 안 듣는다? 자기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학교 수업을 안 받는다. 혹은 나만의 가설을 지키기 위해 남의 논문을 잘 안 읽는다... 말하지만 아티스트로서 그것도 자기만의 스타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찬양받을반한 일인가는...
결국에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 만연한 표절문제가 만들어낸 신화라 할 것이다. 개나소나 다 표절을 하는데 그래도 김태원은 아니다. 김태원은 괜찮다. 이런 사람도 있더라.
뭔가 좀 안쓰러운... 한국 대중음악의 비극이라 할 것이다.
"그 사람 참 특이하게 음악을 하는군."
딱 그 정도면 족할 것을. 표준이 될 수 없는 개인적 성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저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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