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째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바로 끄적이는 것이라. 나중에 한 번 모아서 정리해 볼까? 또 덧붙여 쓰고 싶은 것도 있는데.
아무튼 이번에 할 이야기는 록이란 참 비싼 음악이라는 것. 정확히는 밴드음악이겠지.
아이돌 나와서 춤을 추고 노래 한다. 다른 것 일요 없다. 조명과 스피커와 앰프와 그리고 MR, 혹은 AR. 다른 것 필요한가? 몇 명이 나와 노래해도 따로 준비할 거라고는 무대셋팅 뿐. 물론 그게 돈이 많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밴드 나오려면 일단 악기세팅부터 해야 한다. 또 각 밴드별로 세팅이 다르니 밴드 하나 올라갔다 내려오면 또 다시 세팅. 그래서 부활도 음악방송 가면 핸드싱크 한다. 도리 있나? 잘나신 피디님들께서 밴드 하나 때문에 그 고생 하기 싫으시다는데.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힙합가수, 혹은 댄스가수, 발라드, 특히 트로트. 다른 것 필요 없다. MR, 혹은 AR시디 한 장. 그리고 그것이 나올 수 있는 음향시스템 정도. 튜닝이며 세팅이며 뭐 그리 번거로울 게 있는가.
아니 악기 들고 다니는 것도 문제다. 몸만 달랑 가면 되는 솔로나 그룹들에 비해 밴드는 악기까지 일일이 챙겨 가지고 다녀야 한다. 악기만이 아니라 앰프며 자기들 쓰는 장비까지 챙겨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다 돈이다. 노력이고. 시간이고. 또 방송국이나 행사측과도 이래저래 부딪힐 여지고.
그러니까 라디오스타에서도 그래도 밴드인 노브레인이 행사 무대 서는데 드럼이 없어서 드럼 없이 무대에 서고 했다지 않은가. 그렇게도 무대에 세울 수 있다. 아니 그렇게라도 무대에 서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것을 감당 못하겠으면 밴드는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자리도 별로 없고.
그래서 플요한 것이 첫째가 인내심이다. 부처가 되어야 한다. 김태원도 그랬지. 그동안 하도 싸우다 보니 이제는 초월했다. 이승환도 굳이 싸우기보다 그냥 립싱크 해버린다. 그에 비하면 굳이 연주자 필요 없이 MR/AR 하나면 끝나는 개인이나 그룹은 얼마나 편한가 말이다. 저비용고효율.
무대에 세우기도 번거롭고, 무대에 서기도 걸리는 게 많고, 그래서 밴드라면 라라라 같은 음악전문프로그램에나 출연해야지 인기가요나 음악중심같은데 출연하자면 꽤나 애로사항이 많다. 그런 만큼 또 대중은 그런 밴드들을 볼 기회가 줄어들고. 그러고 보면 90년대 록이 대중음악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이블 등 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방송에서도 꽤 되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지금이야... 라라라 할 시간이면 대개 자야 한다. 초콜릿이든 음악창고든 스케치북이든.
아니면 박제처럼 고정된 MR을 밴드음악이랍시고 듣고 있거나. 그런 무대라면 갤럭시 익스프레스 같은 놀 줄 아는 밴드는 죽어버리고 말겠지. 이래저래.
80년대 중후반 록의 전성기가 있었다지만 사실 그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음향은 엉망이었고, 방송출연하고서는 다시는 하기 싫다는 밴드가 있었을 정도였고. 아이돌이 처음 공중파무대를 장악했을 때 피디들이 한 말이 있었다.
"굳이 손보고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무대를 꾸밀 줄 아니까."
오히려 발라드보다 편하다. 발라드도 사실 무대에 신경쓸 것은 별로 없다. 댄스도. 세트야 뭐.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인가 Mnet과 같은 음악전문 케이블TV도 음악방송보다는 예능으로 더 유명하더라는 거지. 90년대까지도 하루종일 뮤직비디오 틀어주는 게 일이더만. 뮤직비디오와 라이브와. 요즘은 케이블을 통 보지 않아서.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무튼 한때 김종서와 이승환이 공중파 출연 않겠다. 콘서트로만 돌던 이유가 그것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콘서트로는 크게 돈도 되지 않았고. 다만 한국 공연문화의 수준은 이승환이 확실히 끌어올렸다. 뭐 그런?
얼마전에도 소녀시대 태연 관련해서 얼마나 음악방송들 음악에 소홀한가 드러난 바 있었는데. 그래도 밴드 핸드싱크하는 것 욕하지 방송국 욕은 않는다. 인이어 없어서 스트레스받는 가수를 욕하지 인이어조차 제대로 준비 않은 피디를 욕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대중이 공범인 이유. 음악은 그냥 공짜로 나오는 줄 안다. 그런 반면 어떤 음악들은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대충 그렇다 하겠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런데 돈은 안 된다. 자우림의 김윤아가 한 말이 있다.
"내가 돈 벌려면 밴드 하겠냐?"
한국밴드의 현주소라 할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유현상더러도 돈 벌려고 백두산 한다고 하겠지만... 그러나 트로트가 백 배 돈은 더 잘 번다. 밴드는 돈이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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