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록이 한국 대중과 유리된 이유... 기계음과 디스토션...

까칠부 2010. 9. 16. 19:37

흔히 하는 말로 한국 대중음악에서 일렉트릭 기타 소리가 10초 이상 이어지면 그 음악은 망한다 한다.

 

물론 모두는 아니다. 그러면 그 많은 기타세션들은 뭘 먹고 살게? 정확히는 일렉트릭 기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디스토션 걸린 찌그러진 소리를 싫어하는 것이다. 물론 록 마니아들은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타소리라 그런다.

 

원래 기타는 멜로디악기였다. 멜로디를 연주하고자 만들어진 악기가 기타였다. 기타의 원형이랄 류트나 비파나 현악기란 대개 멜로디를 위해 만들어졌었다.

 

그러나 어린아이를 데려다 피아노 치라 하면 일단 두들겨대듯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기타란 기타를 두드리기 십상이다. 젊은 혈기에라도 그렇다. 현악기가 타악기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록의 기타였다.

 

록밴드에서 기타는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는다. 리듬을 연주하며 비트를 연주한다. 또다른 리듬악기이며 타악기다. 더구나 드럼이나 베이스에 비해 상당히 고음역에서 형성되는 소리이기에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듣기에 그 소리는 매우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릴 수 있다.

 

록이라 해도 상당히 멜로디컬한 - 흔히 록발라드라 불리우는 장르들은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니 비틀즈나 70년대 소프트록들은 그다지 대중에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윤수일이라든가 조용필이라든가.

 

그러나 록이 양식화되면서 록 사운드도 역시 양식화되기 시작했다. 디스토션 걸린 기타사운드가 록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음으로 들리고 있었고.

 

간단히 지금의 기계음에 대한 어떤 반응들을 떠올려 보면 되겠다. 내가 그렇다. 기계금만 들리면 인상이 찌푸려진다. 시끄럽다. 피곤하다. 그냥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귀가 지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음악을 신난다 멋있다 좋아하고.

 

물론 이것이 전부인가? 당연히 아니다. 아마 이 제목으로 쓴 게 꽤 될 걸? 다섯개였나? 네 개였나? 생각나는대로 쓰고는 있는데... 복합적인 것이다. 한국에서 유독 록이 인기 없는 이유.

 

하지만 정작 인기가 없다기에는 젊은 세대들 가운데서는 넥스트도 있었고, 노바소닉도 있었고, YB도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고, 특히 서태지... 특정화되었다는 것이고 장르화되었다는 것일 게다. 그것은 기계음에 대한 반응과도 얼추 걸친다.

 

같은 록을 해도, 샤우팅을 해도 일렉트릭 기타 소리만 들리지 않으면...

 

참고로 예술이란 그렇다. 고전시대의 예술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현대의 예술은 땅을 딛는다. 천상의 아름다움과 땅의 욕망과. 음악도 역시.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던 기타가, 몽환적인 사이케델릭이, 그러나 디스토션걸린 일그러진 소리가 되어 사람들을 열광시킬 때. 그러나 고전적인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있어 그것은 소음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다. 추상화따위 그게 뭔 그림이냐 하는 것처럼.

 

기계음도 마찬가지. 나는 짜증난다. 피곤하다. 싫다. 하지만 좋다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열광하는 이들이 있다. 록밴드의 콘서트에 몰려든 수만의 군중들처럼. 단지 시대가 바뀌었을 뿐인 게지. 그럼에도 그에 익숙하지 않아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 테고.

 

내가 억지로 록을 들려주었을 때 돌아오던 반응들,

 

"시끄러!"

 

그리고 지금 내가 기계음으로 떡칠된 음악을 들으며 보이는 반응,

 

"시끄러!"

 

어쩌면.

 

아무튼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음악이란 멜로디다. 그리고 가사다. 요즘 들어서는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