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내는 것은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렵다. 아무래도 사리기 쉬운 - 혹은 넘치기 쉬운 일반인을 카메라 앵글에 맞추자면. 그게 또 MC의 역량일 테지만.
아무튼 느끼는 게 노인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 노인과 아이에 잘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한다. 노인들은 말도 늦고 감정도 늦다. 듣기도 느리고 내뱉기도 느리다. 더구나 감정의 기복도 심해서 맞추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나 감각도 다르다.
유재석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 박명수까지. 확실히 노홍철은 누구든 자기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다. 그러면서도 애교가 있어서 오히려 일반인 상대일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겠다. 정형돈의 진행능력이야 뭐... 하지만 길과 하하가 없었다면 또 썰렁했을 테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억지감동이 없었다는 것. 이런 프로그램 보면 꼭 억지감동을 집어넣으려 하더라. 굳이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집어넣어 포장하려 든다. 혹은 어머니의 이미지를, 혹은 농촌의 삶을, 그렇게 고정된 이미지에 자꾸 끼워맞추려 들고...
그러나 노인분들이라고 그분들의 삶은 그분들의 것이다. 그분들의 일상은 또한 그분들의 것이다. 정작 노인분들은 아흔이 넘었어도 자기가 늙었다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젊고 싶어하고 당당하고 싶어한다. 그런 식의 억지감동은 단지 노인을, 그 늙음을 소모하는 것이라. 대단히 결례일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그분들의 일상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는 것. 그분들의 일상의 웃음을 그대로 시청자들에 전했다는 것. MC나 제작진이 아닌 그분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 그 대단한 무한도전 멤버들조차 여기서는 단지 조역일 뿐이었다.
말 그대로 재롱잔치였다. 그것일 제대로 알고 있었다. 과연 이런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행을 하는 게 아니다. 재롱을 떨어야 한다. 어르신들 모시고 그분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철저히 그분들을 주인공으로 모시고 그 앞에서 놀아드려야 한다.
아주 잘 놀아드렸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박명수와 정준하도 나이가 어지간할 텐데... 하지만 요즘 일흔은 나이 든 축에도 들지 못한다. 그저 어르신들 보기에 예쁜이일 뿐. 노홍철의 어수선함이나 길의 무리수나, 그저 보기에 예쁘기만 할 터다. 그만금 그늘이 없고 거리낌이 없다.
생각난다. 노인요양시설에 잠시 들렀을 때 거기 한 할머니께서 그렇게 야단을 치셨더랬다.
"사람이면 당연히 일가를 이루어야지!"
"대를 이어야 할 것 아녀!"
옛날 분들 앞에 결혼하지 않는 것도 꽤 큰 흠이다. 야단맞을만 했다. 정준하도. 기타등등. 나이 서른 - 아니 마흔 넘어서도 결혼을 않고... 혼난다.
누에를 보니까 엣날 생각 난다. 우리 큰 댁에서도 누에를 길렀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 양잠산업이 완전히 훅 가버려서. 꽤 되었다. 더 이상 누에를 기르지도, 누에고치를 사들이지도 않게 된 것이. 번데기도 수입해서 먹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건강식품용으로 누에를 기르는구나. 격세지감이랄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진도 찍고, 주인이 되어 무한도전 멤버들도 맞고, 부부끼리 서로간에 애정표현도 하고... 힘들고 고단한 삶이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 그런 모습들이. 자식들에게 고향 내려 올 때 조심해 내려오라 하니까 카메라에 대고 하시는 말씀,
"나 방송 나오니까 잘 녹화해뒀다가 봐라!"
따님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유재석과 한 팀이여!"
그러고 보면 예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다. 서세원이 진행하던. SBS였는데. 제목이... 하지만 철저하게 어르신들을 중심에 놓고 스스로 오브제를 자처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감각 - 혹은 PD의 연출은 색다른 맛이 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시구나. 이렇게 유쾌하시구나. 편견도 많이 깨뜨리고.
그래서 이런 프로들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예능감이란. 예능감이라기보다는. 넉살이겠지. 유쾌함일 테고. 어우러짐일 것이다. 그 전에 사람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냄새라는 것이다. 온갖 풍상을 겪고 켜켜이 내린 주름마저 녹아든 나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넉넉함 같은 것들이.
소소하다기에는 빵빵 터지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던, 그렇다고 억지로 쥐어짠 웃음보다는 한가위 보름달 같이 넉넉하고 송편처럼 구수하게 스미는 것이. 그냥 방송을 켜 놓고서 드문드문 마치 일상을 대하듯 보아서 더 좋았을 것 같은 에피소드였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즐거웠고, 웃긴다기보다는 흐뭇하고 유쾌했고.
좋았다. 무척. 무한도전다웠고. 무한도전이라서였고. 그러나 추석이었고. 더구나 정작 무한도전임에도 주인공은 무한도전 멤버가 아닌 어르신들이었고. 그분들의 순박함이. 그 유쾌함이.
사람이 좋아서 웃는다. 사람이 재미있어서 즐겁다. 그런 것이 버라이어티라면. 사람이 좋아 웃고, 사람이 재미있어서 즐겁고, 그래서 프로그램까지 좋아지는. 멋있었다. 진정.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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