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아이돌 - 순위에 대한 집착...

까칠부 2010. 9. 22. 16:49

어쩌면 이것도 한국대중음악의 문제가 아닐까...

 

전부터도 느낀 것이지만 아이돌 팬들, 그렇게 음악프로그램 순위에 신경쓰고 집착한다. 누가 몇 번 1위를 했네, 누가 더 오래 1위를 했었네, 음원사이트 올킬이네...

 

하지만 세상에는 지구상에서 오직 나만이 좋아하는 음악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공연장 찾아가면 10명, 20명, 그리고 그 가운데 내가 있어 그에 열광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음악은 수준이 낮은가?

 

착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대중음악은 대중 들으라고 만드는 게 아니다. 대중 들으라고 듣는 것도 아니다. 음악인은 음악을 하고 대중 가운데 개인은 듣는다. 모든 것이 개인이다. 음악을 하는 것도 개인, 음악을 듣는 것도 개인. 그 가운데 공감이 있을 때 선호가 생기고 팬이 만들어지고 대중적으로 인기도 얻고 하는 것이다. 그 개인이 모이면서 대중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자기완결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음악이 좋다.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음악인이 차트에서 몇 위를 하든, 음반을 몇 장을 팔든, 콘서트에 몇 명이 찾든, 물론 그러다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게 될 지 모른다는 걱정에 더 열심히 음반도 사고 공연장도 찾고 하는 것일 테지만. 이미 그것으로 그는 가치가 있고 나는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몇 위라서가 아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음악시장 걱정하는 사람들도 같다. 그렇게 순위만 신경을 쓴다. 왜 마이너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차트에 이름이 오르지 않는가. 다양한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왜 공중파 차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가. 그러나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물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공중파에서도 순위에 오르고... 예를 들어 뜨거운 감자의 "고백"처럼. 그러면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 그렇게 좋아서 듣다 보면 언젠가는 순위에도 오르고 하겠지만 아니더라도 내가 그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내게 있어 그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는 것도.

 

하지만 사회분위기 자체가 어떤 경쟁적인 분위기라. 음악도 그리 순위매기기를 좋아한다. 음악에 순위를 매기고 음악에 순위가 높으면 좋고. 더 문제는 바로 그런 순위가 높은 음악을 쫓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니까. 내가 그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음악 좋다니까. 그래서 또 하는 말,

 

"차트에서 1위한 음악이거든?"

 

어쩌면 그것도 의미는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음악이니까. 하지만 자기가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된 이유로는 약하지 않은가. 과연 진정 그 음악이 좋아 듣는 것인가? 그 음악의 인기가 좋은 것인가?

 

분명한 것은 대세를 쫓는 어떤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 정점에 순위가 있고, 그 순위를 비판하면서도 그 순위에 얽매이는 사람들이 그리 많고. 음악은 순위가 아닌 자기가 듣는 것인데.

 

결국에 지금 우리나라 가요계가 획일화되고 있는 이유, 바로 순위일 것이다. 몇 위를 했다. 얼마나 인기가 있다. 대세다. 그에 집착하고 그에 끌리는 사람들이. 결국 1위를 할 수 있는 음악이란 한정되어 있을 테니. 1위를 할 수 있는 음악들만 살아남는 게 아닌가.

 

아이돌만도 소녀시대가 있고, 원더걸스가 있고, 2NE1이 있고, 카라가 있고, 티아라가 있고, 애프터스쿨과 포미닛과 시크릿이 있고... 다 하는 음악이 다르다. 보여주는 무대도 스타일도 다르다. 아마 그런 가운데 자기의 취향이라는 게 있을 터다. 1위를 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들의 무대를 좋아하니까. 음악을 좋아하니까. 스타일을 좋아하니까. 혹은 마음이 가는 멤버가 있으니까. 굳이 1위를 해서인가?

 

왜 그렇게 순위프로그램을 비판하고 콘서트까지 열어가며 반대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확실히 이래서야 대중음악 전반에 좋을 게 없다.

 

예전 히트곡만을 모아 놓은 리어카 카세트 테이프처럼. 음악이 아닌 단지 "히트곡"만이 들어 있던 부클릿조차 없던 그런 테이프야 말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실이 아니겠는가. 아이돌 팬들조차 자신의 아이돌에 대해 순위로써 가치를 부여하려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음악을 듣는 것은 나 자신. 음악의 가치도 나로부터. 순위든 히트든 단지 결과일 뿐.

 

아니 어쩌면 이것은 대중음악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획일화되고 서열화되는.

 

오늘따라 부쩍 순위를 따지는 저들이 불편하다. 내가 듣는 음악은 음원사이트 차트에도 없는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