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의 미니앨범이 나왔구나. 이제 들었네? 요즘 신곡체크를 게을리 하다 보니...
하여튼 희한한 밴드다. 처음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떠올린 것이 이박사. 묘하게 오버랩된다.
얼핏 싸게 느껴질 정도로 진부하고 청승맞은 분위기의 곡들이다. 그러나 저 도발적인 가사는 무언가? 가사를 잘 듣지 않는 나조차 한 귀에 가사부터 찾아봤을 정도로 발칙한 내용들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어찌 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별 내용이 없다는 것이. 기승전결의 구조도 없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게 왜 필요한데? 바로 그 자체가 파격이고 도전일 것이다.
더구나 얼핏 싸게 느껴진다고 그 사운드마저 싼 것은 아니다. 지루하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계속해 귀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집요할 정도로 치밀한 진지함에서 비롯된다. 바로 그런 진지함과 치열함이 있기에 싸게 불러도 전혀 싸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놓고 싸게 부르는 이박사와 차이가 난다 하겠다. 하지만 본연의 원초적인 감수성을 두드리는 그것은 둘 다 통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듣다가 웃음을 픽 하니 터뜨려 버리고 만 것은, 아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이제야 깨달았다네. 이런 비호감적인 음악을 해봤자 더 이상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늦지 않았어. 그 기타를 팔아버리고 옷을 한 벌 더 사. 그리고 노래방에서 연습한 알앤비를 그녀에게 들려줘, 베이베"
하긴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은 데뷔앨범을 내면서부터 그것이 자기들의 마지막 앨범이라 선언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돈 때문에 다시 뭉치 것까지 계획하고 발표하고 있었다. 기믹일까?
어쩌면 그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일 것이다. 그들의 과장된 마초패션처럼. 단지 음악이나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만이 아닌 음반을 내고 활동하는 그 자체가 그들이 보여주고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일지도. 이런 특이한 팀이 있다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에 얼마나 큰 축복인가.
우연찮게 클릭해 듣게 된 음악. 그러나 무심코 듣다가 빠져들고 말았다. 가사를 보며 따라 부르고. 이런 팀이구나 고개도 끄덕이고. 대중음악치고는 그다지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러나 또 뭐 어떤가? 그들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소수도 대중일 텐데.
과연 이것이 마지막 음반이 될 것인가. 어느날 갑자기 돈 떨어졌다며 재결합해 컴백앨범을 낼 것인가. 무척이나 저속하고 상업적이며 대중적이고 성의없는 음반을 기대해 보는데... 열광하는 대중의 환호가 보인달까?
무척이나 듣는 재미가 있었던, 들어서 의미가 있었던 음악이었다. 나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가사를 미리 듣고 들으면 재미가 없다. 가사따위 신경쓰지 말고 듣기 바란다. 가사는 자연히 들려온다. 참으로 발칙하고 의미없는 가사들이. 의미는 자기 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참으로 파격적인, 그러나 무척 유쾌한 밴드일 것이다. 그들의 음악 역시. 좋았다. 무척.
'대중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록이 한국대중과 유리된 이유... (0) | 2010.09.28 |
---|---|
B사이드... (0) | 2010.09.23 |
아이돌 - 순위에 대한 집착... (0) | 2010.09.22 |
놀러와 - 세시봉, 한국대중음악의 역사를 만나다! (0) | 2010.09.21 |
록이 한국 대중과 유리된 이유... (0) | 2010.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