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두 남자의 이야기...

까칠부 2009. 11. 15. 23:03

1. 김국진과 김태원...

 

이경규가 스케줄을 가고 집에 둘만 남은 김국진과 김태원, 빨래널기배 가열찬맞고를 시작하는데...

 

140점이 넘지 않으면 만족을 못해? 또 한 손이 의수야? 누가 타짜 아니랄까봐 구라부터 제대로 턴다. 확실히 김국진도 남자의 자격에서 김억삼씨와 허세 캐릭터로 자리를 잡은 듯. 그 결과...

 

이미 났다. 그리고 김태원은 1점 남긴 상황. 그때 김국진은 말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고를 부르지 않겠지만 나는 다르단 말야!"

 

부추기는 김태원,

 

"진정한 갬블러는 고를 부르는 거야!"

 

그리고 결국 고! 그러나 고를 부르자 마자 태원옹 손에서 떨어지는 패.

 

났다.

 

"여기서 끝낼 거야?"

"내가 바보냐?"

 

졸지에 고를 부르고 바보가 되고 만 김국진. 낄낄낄낄...

 

화투패도 보아 하니 비 피가 두 장이나 되는 등 정상이 아니다. 비 껍데기 하나를 10짜리로 하자고 하니까 어느샌가 태원옹 손에서 튀어나오는 10짜리. 그리고 은근슬쩍 시도해 보는 손장난...

 

참 노친네 - 라기에는 아직 한참 젊지만 - 둘이 노는 것도 이렇게 재미있구나. 김국진은 특히 낯을 많이 가려서 이런 자연스런 모습을 보이기가 흔치 않은데.

 

 

2. 김성민과 이정진...

 

또 윤형빈이 놀린다.

 

"그런데 왜 여자친구가 없어요?"

 

끝내 지친 김성민이 혼자 뇌까린다.

 

"웃겨서 여자친구가 없는 걸까?"

 

그러자 구석에서 힘없이 중얼거리는 이정진.

 

"나는 웃기지도 않고 여자친구도 없고..."

 

이 친구가 확실히 대놓고 웃기는 건 없는데 때에 따라 상황 봐서 곧잘 터뜨려준다. 포장지에 비덩으로 자리잡고서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확실히 자학캐릭터로 자리를 잡은 듯. 잘생긴 자학이란 또 의외지.

 

아무튼 그렇게 아내가 사라진 미션이 끝나고 09학번 미션이 시작되었는데, 윤형빈과 이정진, 김성민이 함께 같은 과로 가게 되었다. 기숙사도 함께 쓰게 되었는데, 가는 길에서...

 

여자친구 없는 문제로 서로 틀어지더니만 김성민은 혼자서 열심히 떠들고 이정진은 한쪽에서 투덜거린다. 귀마개를 해야겠다느니 뭐라느니...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별 것 없는데, 사내자식들이 별 것 아닌 일로 꽁해서 토라진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원래 남자가 그렇다. 대범한 척 해도 한없이 속이 좁아서 별 일 아닌 일로 저렇게 다투는 것도 아니게 틀어지곤 한다. 물론 친한 사이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은근슬쩍 이정진 vs 윤형빈 구도에 김성민 vs 이정진 구도가 만들어질 듯. 김성민 vs 윤형빈은 이미 있었고. 남자들만의 소소한 삐짐과 소소한 갈굼... 재미있었다.

 

 

간만에 이경규옹이 분발했다. 79학번이라... 태원옹과 국진옹이 각각 65년생이니까 84학번쯤 될텐데, 참 차이가... 하긴 윤형빈은 아예 79년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천상륙작전 기억나지?"

 

당시에는 대학생들이 학교 뱃지를 하고서 다녔던 모양이다. 나도 그런가는 모르는 일인데, 아무튼 무슨 선사시대의 이야기를 듣는 양 실감이 나지 않는 이야기에 김국진이 한 마디 한다. 그나마 촬영감독의 증언으로 그렇기도 하겠거니 넘어갔지만...

 

참 세대차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같은 대학 이야기인데 경규옹 이야기가 다르고, 국진옹 이야기가 다르고, 윤석, 성민, 정진, 형빈이 다 다르다. 시대가 다른 만큼... 하긴 가끔 경규옹도 지나가듯 그리 말하곤 했었다.

 

"우리때는 하숙방이 아지트였어. 거기서 독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던 시절이었다는 거겠지.

 

결국 09학번 미션 초반분량의 상당부분은 경규옹이 담당하게 되었다. 경규옹이 대학교 다니던 70년대말, 80년대 초의 대학가 - 특히 하숙집 풍경을 소재로 썰을 풂으로써 대학신입생 되기는 단순히 신입생을 체험하는 것을 넘어 세대를 초월하는 대학시절의 추억으로 확장되어 갔다. 모르는 이야기가 있어 즐거웠고, 또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신기했고... 모르겠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하숙진 주인 부부와 그렇게 말이 잘 통하는 이경규의 모습에서 세대란 이런 것이구나, 시간을 지나온 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그 시간과 우리는 이렇게 함께 하고 있구나...

 

참 의미있다 하겠다. 60년대의 시작 이경규, 60년대에서 꺾인 김태원, 김국진, 70년대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그리고 끝물의 윤형빈... 이렇게 넓은 시간차 사이로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으며 다양한 사연이 있을까? 자전거편에서 느꼈던 그리움? 향수? 노스텔지어? 아름다운...

 

 

그러나 역시 다음주가 기대되는 것은 진정한 재미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국진옹의 골프수업과 김태원옹의 락밴드 동아리, 그리고 남자뿐인 공대로 간 탓에 미팅에 목을 매는 불순한 성민, 정진, 형빈의 과미팅까지... 흐뭇하면서도 또 신기하고...

 

기억을 거스르는 것을 즐길 때가 되면 이제 슬슬 삶을 정리할 나이가 되었음을 인증하는 것이라는데...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웃음이... 

 

시트콤이 되어 버린 남자의 자격... 어느샌가 버라이어티라기보다는 일곱 남자가 만들어가는 유쾌한 드라마가 되어가는 것 같다. 좋다. 그것이. 견딜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