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다. 시작부분을 놓쳤지만 그래도 빵빵 터졌다. 특히 그 대놓고 조작질...
"우리 엄마가 본단 말야."
"걱정하시니까..."
그래서 턱걸이도 다른 멤버 엎드리고 그 위에 올라가서 시늉만, 제자리 멀리뛰기도 자를 뒤로 당겨놓고는 1미터도 못 뛴 걸 1미터 70이나 뛰었다고...
이놈의 조작방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좋았던 것은 마라톤이라고 무작정 뛰게만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방송들의 문제였다. 마라톤이 그리 쉬운 운동이 아닌데 뛰는 것만 보여줬지 그 준비단계를 안 보여줬거든.
이정진 20킬로, 김성민 의외로 15킬로, 이윤석은 3킬로, 김태원은 2킬로미터... 뛸 수 있는 한계 - 즉 목표란다. 그를 위해 테스트도 하고. 무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나와서 직접. 마라톤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는 않겠다는 뜻이리라.
이렇게 힘든 운동이다, 이렇게 어려운 운동이다, 그러나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그런 좋은 기분들은 방송이 끝나고 공식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을 보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뭐라? 왜 열심히 않느냐고? 왜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고? 도재체 저 몰골을 보고 그런 소리 나오는가?
예전 그런 사건이 있었다. 심장이 안 좋은 아이였는데, 그래서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체육도 빠지고 그랬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어린 소견머리에 그것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터라,
"너는 왜 아무것도 않는데?"
그래서 그 아이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다가 마침내 때려 숨지게 했다고.
아이들 교육상 안좋다?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이 아이들 보기에 안좋다. 딱 떠오른 일화가 이것이었다. 그래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으니 애새끼들이 심장도 않좋은 아이를 따돌리고 괴롭히고 죽이기까지 한 것 아니겠나? 애새끼 교육 참 잘 시키겠다.
솔직히 욕나온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남들만큼 하는 것도 버거워한다. 하다못해 블로그에 자기 생각을 쓰는 것조차 겁내하는 사람도 있다. 하물며 몸을 쓰는 것이야. 몸이 안따라주는데? 그런데 억지로 맞추라?
바로 이런 게 근대성의 부작용이다. 근대성이란 보편이다. 보편은 일률적인 세계다. 국민국가가 나타나고 산업화시대가 열리면서 더욱 표준화된 어떠한 인간을 요구하게 되었다. 거기서 또 보건이니 건강이니 하는 개념이 나왔고, 그래서 19세기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가 있때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히틀러도 장애를 갖거나 한 사람들에 대해 게르만의 순수성을 지킨다고 강제로 안락사시켰던 것이었다.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그런데 넌 왜 그래?"
남들 다 하는 것 못하고, 남들 다 되는 것 안되고, 아무튼 남들에 모자르고, 남들에 못미치니까. 한 마디로 균질된 세계에서 혼자 톡 튀니까.
왕따라는 것도 거기서 발생한다.
"너는 우리와 달라!"
키가 크거나, 키가 작거나, 살이 쪘거나, 몸이 말랐거나, 외국인이거나, 혼혈아이거나, 피부가 까맣거나, 피부가 하얗거나, 어찌되었든...
그냥 있을 수 있는 비난인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내가 이리 화를 내는 것이다. 저리 깡마른 얼굴로, 저리 앙상한 팔다리로, 병색마저 완연한 사람에게, 남들처럼 땀도 흘리고 숨도 차라...
차라리 죽으라 하던가. 하긴 그러지는 못하니 나가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에 밉보였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밥줄이 끊기던 연예인들처럼.
솔직한 심정으로 이렇게까지 욕먹으며 하느니 차라리 남자의 자격 그만두었으면 싶다. 김태원이 아무리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할까? 그래도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인데.
차라리 남자의 자격 그만두고 정양하면서 음악활동에 전념하기를. 정히 필요하면 그때 토크쇼 게스트로 나와 또다시 입담을 들려주면 좋고. 김태원의 빈 자리는 그리도 좋아하는 운동선수 하나 데려다 맡기면 되겠다. 아니면 김종민처럼 몸 건강한 다른 연예인 시키거나.
몸이 건강하지 못하니 배척하고, 몸이 남들만 못하니 비난하고, 하긴 그러니 사회소수자들이 방송출연할 엄두나 날까? 그나마 김태원은 몸이 건강하지 못한 것 뿐인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약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약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리 앙트와네트가 그랬지.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되지?"
딱 그대로. 어딘가 비정규직 어려움을 호소한 기사에 보니 그런 리플 달렸더라.
"그러길래 열심히 하지."
딱 그대로.
좋게 보고, 재미있게 보고, 어느샌가 좋은 감정이란 없이 짜증만 남은 이유다. 인간들이... 그런 현실들이...
답답하다. 무척.
아, 참고로 김태원 얼마전까지 병원에 입원했었다더라. 스타랭킹에서 김구라가 인증했다. 김태원에게 전화했는데 김태원이 직접 그랬다.
"나 입원했다는 사실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지 마라."
방송 도중에도 통원치료니 하는 이야기 나오지? 의사선생님 어쩌고. 그거다.
하긴 뭐 그런 게 뭐 중요할까? 알든 모르든 결국 그에 대한 일방적인 단정과 비난이 문제인 건데.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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