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상식파괴일 것이다. 통념을 깨뜨린다. 참 이렇게 희한한 제작진이 있을까?
리얼리티란 기믹이다. 그것이 실제이든 아니든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다른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그렇게 애를 쓴다. 실제이면 실제 그대로, 꾸며진 것이더라도 그것이 실제처럼 보이도록.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도대체...
지난주는 잡초투성이 논을 통해 그동안 청춘불패가 추구해왔던 "농사일 하는 버라이어티"라는 컨셉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물론 대부분 알고 있었다. 설마 일주일에 하루 가서 일을 하면 얼마나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잡초가 거의 태반인 논이라는 것은... 도대체 그동안 뭘 했던 것일까?
그러더니만 이번에는 전혀 생소한 마을주민들이다. 농촌 마을 주민 몇 안 된다. 유치리는 가보지 못했지만 대개 수십 가구 정도 모여 산다. 벌서 1년 가까이 가서 촬영을 하는데 그리 생소하고 어색한가.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동안 촬영하면서 얼굴이라도 익은 시늉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유치리 주민들과 함께 하는 버라이어티라는 컨셉은 그러면 어디로 간 것일까?
좋았다. 추석에 어울렸고.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의 포맷과 컨셉에도 맞았고. 소소하고 왁자하고 즐겁고. 함께 밤도 줍고, 깨도 털고, 송편도 빚고, 밥도 해서 나누어 먹고... 사진도 찍고, 낮잠도 같이 자고...
크게 대단하게 웃긴다거나 재미있다거나 한 것은 없었지만 그야말로 고향의 풍경을 보는 듯한 정겨움이 있었다. 비록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어도 모두가 꿈꾸는 마음의 고향 - 그곳으로 돌아간 듯한 그리움이 있었다. 멤버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고.
그러나 너무 늦지 않았는가. 보다 일찍 이런 것들을 해야 했을 것이다. 연예인 게스트 부르기 전에. 아이돌 불러다 러브라인 찍기 전에. 출연자 사이에 관계를 만들고, 유치리 주민들과도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을 것이다. 농사일만큼이나 유치리라는 농촌마을에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실제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보여지도록. 기왕에 농사일 하는 것 마을주민들과도 함께 했으면 얼마나 그림이 보기 좋았을까?
원래는 그런 게 보였었다. 아주 초창기 글이다. 청춘불패 PD가 욕심이 많다. 단순히 아이돌만 출연시키는 버라이어티가 아닌 마을 전체를 한데 아우르는 버라이어티로 만들려 한다. 마을주민들까지 프로그램 안에 끌어들여 뭔가 멋진 그림을 만들어보려 하는 것 같다. 굉장히 칭찬했었다. 거의 찬양수준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시청률 때문일 것이다. 어떤 조급증이 빨리 결과를 내고자 무리수를 둔 탓에 정작 가장 소중한 것을 놓아버렸다. 진정으로 청춘불패가 추구해야 했던 것. 청춘불패만의 개성이며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부분들. 단순히 아이돌 출연하는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그 이상의... 하지만 지금의 청춘불패의 모습이란.
일단 김신영에게 주연은 그야말로 보물과 같은 존재다. 아웅다웅 티격태격, 지금까지 가운데 김신영의 모습이 가장 활기차 보인다. 생동감 있고 재미가 있다. 억지예능을 꾸미려 하기보다 주연과 단지 짐이네 뭐네 서로 디스하며 어울려 노는 것이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낫다. 재미있다.
어차피 아이돌이다. 걸그룹이다. 매력적인 존재들이다. 크게 웃기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림이다. 그 가진 바 매력 자체가 예능이다. 재미있지 않을 것이면 착하게. 최소한 착한 모습을 보면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더구나 그 자신이 매력적이면 그것으로도 즐거움이 된다. 그런 것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러면서도 넉살들이 좋은 것이 단지 그네들의 예능감 탓만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구하라는 물론이고, 주연이고, 선화고, 효민이고, 하나같이 넉살들이 좋다. 한선화는 거의 MC였다. 주연은 사건을 끊임없이 만들었고, 구하라 역시 특유의 넉살로 사건을 만들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다만 그것이 어떤 캐릭터나 관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한계일 것이다.
아쉽다면 여전히 소극적이기만 한 소리. 조금 더 과감하게 들이대 보면 어떨까? 어차피 신인인데 욕 좀 먹어봐야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은 없다. 구하라가 깐족거리며 자꾸 건드리고 있으니 그것을 가지고 관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소리가 안 되면 제작진이라도. 작가라도.
그런 점에서 송은이의 존재가 기대가 된다. 확실히 안정적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말과 말을 이어주고, 그러면서 산만하지 않게 정리해주고. 전체적인 틀을 잡아 그 안에서 어떤 체계적인 흐름을 만든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이제까지 청춘불패에서 없던 부분이다. 고정인 것일까? 그렇다면 기대해 볼만할 텐데...
멤버들이 매력적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플러스. 그리고 마을 주민분들의 자연스런 모습들이 또 플러스. 그러나 역시 이런 것은 보다 일찍 초기에 했어야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관계를 만들어갔다면 지금의 청춘불패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을
"호진"이를 부르던 순이할머니는 무엇 하고 계시는지. 그런 것들을 계속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바로 제작진의 능력일 것이다. 호진이 나르샤가 어떻게 대중들에 호감을 받게 되었는가. 그런 소소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은 그만큼 진정성을 더해줄 것이다. 웃기지 못할 것이면 차라리 착하기라도 하게.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채로 지금에 이르렀으니.
작가가 바뀐 것일가? 아니면 PD가 비로소 제정신을 차린 것일가? 그도 아니면 얻어걸린 것일까?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걸어보고 싶지만. 추석연휴 끝나면 또 남자아이돌 나와서 러브라인 만들고 하지 않을까.
참 이런 걸 기대했던 것이었는데. 청춘불패를 보면서 이런 모습을 보기를 발랬던 것이었는데. 너무 멀리 왔고, 감탄하고 칭찬해주기에도 돌아갈 길이 너무 멀다. 나는 어떻게 해도 청춘불패 제작진을 믿지 않는다.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청춘불패답지 않았을까. 청춘불패답지 않아서 오히려 청춘불패다웠던. 출연자들의 고군분투에는 항상 감탄하고 있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없어도. 아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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