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무한도전 - 딱 예능이다!

까칠부 2010. 9. 26. 00:48

한참을 웃었다.

 

솔직히 이런 식의 남 골탕먹이고 괴롭히고 하는 류의 예능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새 당하는 입장에 이입해버라고 하는 편이다 보니. 그런데 전혀 그런 거리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동안 구축되어 온 무한도전만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짓궂음과 가학의 차이가 그것이다. 얼마나 당하는 사람도 즐거운가. 당하는 사람도 웃을 수 있는가. 그것은 결국 관계에서 비롯될 것이다. 상대에 대한 신뢰다. 이것이 단지 악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해꼬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기믹을 통해 완성되겠지.

 

물론 다른 예능에서도 가학적이라고 실제 고통을 주려 했을까? 단지 괴롭히고자 그리 했을까? 당하는 사람도 일단은 웃고... 하지만 그것이 방송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안다. 방송이기에 어쩔 수 없이 웃기 싫어도 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것이 오히려 더 가학성을 부각시키기도 하는 것인데...

 

그러나 리얼버라이어티 아닌가. 벌써 몇 년인가? 리얼리티라는 틀 안에서 쌓여 온 관계라는 것이 있다. 박명수와 유재석과 노홍철과 정준하와 정형돈과 하하와 길... 저 사람들이라면 저리 놀 것이다. 저 사람들이라면 모여서 저리 놀아도 어쩐지 어울려 보인다. 여지가 생기고 그만큼 열리고 다가가고. 그래서 단지 친한 친구끼리 노는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리얼버라이어티의 강점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더 독한 것을 해도 그것을 관계가 흡수한다. 출연자 사이의, 그리고 출연자와 시청자 사이의, 더불어 방송을 통해 또 구축되는 출연자와 제작진, 시청자와 제작진 사이의. 그것이 재미를 증폭시키고 그것이 다시 불안요인을 흡수하게 되고.

 

아무튼 마음껏 웃었다. 과연 언제 어떻게 해야 웃음이 나오는가를 안다. 출연자들도. 그리고 PD도. 바로 이런 것을 두고 내공이라 하는 것이겠지. 전혀 생각없이 단지 웃을 수 있다는 것.

 

재미있었고 만족스러웠다. 역시 무한도전은 무한도전이다. 인정.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