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천하무적야구단 - 결과가 궁금하지 않은 게임의 즐거움...

까칠부 2010. 9. 26. 07:02

 

 

재미있었다. 사실 그동안 예능으로서의 재미는 부족하지 않은가 싶었는데...

 

하긴 지지난주 어머니야구교실이 있었다. 그거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이들.

 

시골분교다. 학생수는 달랑 7명. 야구를 하고 싶어도 팀을 나누어 할 수 없는 숫자다. 작년까지 14명이었다가 7명이 이번에 졸업하면서 더 이상 팀을 나누어 야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그래서 팀을 나누어 경기를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천하무적야구단팀이 갔다.

 

확실히 제대로 예능의 정석을 밟고 있었다. 그렇다. 아이들과 어울리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겠지. 더불어 이를 통해 멤버들을 알리고 보다 시청자와 밀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출연자들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매우 적절하다.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와 그 시절의 생활기록부와 잡다한 이야기들에 이어진 전학 상황극.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가? 멤버들은 그렇게 아이가 되어 동심의 세계로 들어갔다.

 

아마 수업이 끝나고 난 뒤일 것이다. 아이들이 자세잡고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멤버들이 도착하고 전학생 신고식을 하고 한데 어울려 수업을 받으며 놀고. 역시 아이들 눈높이에 가장 잘 맞는 것은 김현철이었다. 가장 만만하게 가장 우습게 아이들과 어울린 이가 또 김현철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야구시합. 전부 타석에 설 때는 손을 바꿔 섰다. 수비를 할 때도 힘을 뻬고 굳이 드러내지 않으며. 마지막 아이 하나가 런다운에 걸렸을 때 함께 넘어지며 아이를 살려준 탁재훈의 수비는 그야말로 나이스플레이였다. 거기서는 아웃카운트 하나 더 잡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 하면 욕을 들어먹는 경기. 상대선수임에도 맞추어주라 말하고 그렇게 던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경기. 최선을 다했다고 몸에 맞는 볼을 맞자 오히려 같은 팀에서 더 좋아라 하는 그런 경기. 승부 때문이 아니라 한 회라도 더 하도록.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회가 가도록. 재미있도록.

 

야구가 처음이라는 여자아이의 모습은 그래서 자못 새로웠다. 처음이기에 삼진도 당하고 실수도 많지만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격려하며 오히려 상대팀에서 한 번 맞춰보라 기회를 주기도 하고. 멍하니 서서 시간 가기는 바라보고 있던 아이의 모습도. 그런 넉넉함들이.

 

누가 이기고 지고... 그러나 야구에 진정 목말라 하는 이들이라면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지 않을까? 져서 억울하고, 점수를 내줘서 분하고, 하지만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뭐든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그것을 바란다면 결과따위는 상관없을 것이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얼마나 결과가 좋고 나쁘고, 단지 그것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물론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많이 보았다. 꿈을 쫓느라 현실을 잊은 이들을. 현실을 저버린 채 단지 꿈을 쫒는 몽상가들을. 그러나 더 부귀하고 더 대단하기보다 그것이 그들의 행복일 테니까. 바로 오늘의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처럼. 아이들과 어울리던 더 아이같던 천하무적야구단의 모습처럼.

 

노란팀이었던가? 투수가 참 공을 잘 던지다. 수비도 잘 하고. 야구선수가 꿈이었다던가? 상대팀 투수도 점수를 내주기는 했지만 꽤 괜찮은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생기기도 잘 생겼고. 장차 꽃미남 야구선수를 보게 될 것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까?

 

왁자하고, 시끄럽고, 그러면서도 훈훈하고, 웃음이 있으되 짓궂음보다는 따뜻함이 있다. 정겨움이 있다. 한바탕 크게 웃고 나면 나도 그 가운데 있는 것처럼. 에러하고도 웃을 수 있는 것도 그래서이리라. 삼진을 당하고도 억울해하지 않고, 점수를 내주었는데도 어느새 모두를 응원하고 있고.

 

오늘의 천하무적야구단은 무한도전 그 이상. 간만에 발에 땀이 난 것일까? 본방으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대로만 계속 이어가기를. 아주 만족스러웠다. 좋았다.

 

 

 

덧, 이하늘이 참 공부를 잘했구나. 행실도 발랐고. 하기는 무릎팍도사에 나와서도 그랬다. 어려운 형편에 할머니에 의지해 학업을 이어가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그리고 이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들... 세상에는 단순히 의지나 재능만 가지고서는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은 터라.

 

성적표를 보면서 놀라고, 그래서 그것이 또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음악인으로써 인정받는 지금의 모습이 너무나 대단해 보이고. 여전히 양아치스러운 모습이지만 그것도 이하늘 아니던가. 어떤 여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