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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 - 육상은 가장 순수한 스포츠다...

까칠부 2010. 9. 27. 15:57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스포츠라면 뭐가 있을까? 아마 태초에도 사람들은 서로 달리기를 겨루었을 것이다. 그리고 힘쓰기를 겨루었겠지. 멀리 던지고, 멀리 뛰고, 높이 뛰어넘고,

 

서로 부딪히는 것이 없다. 서로 부딪혀 상대를 넘어뜨리고 하는 것이 없다. 오로지 순수한 자기 자신의 힘으로. 오로지 순수한 자기 자신의 육체의 힘으로만.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만 달리고 뛰고 넘는 모습은 그래서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론 이기고자 하는 스포츠다. 상대와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그러나 상대를 해치려는 악의란 없다. 단지 순수한 자신의 육체의 힘으로만. 오로지 그것으로만 자신과 싸워 상대를 넘어선다.

 

얼마나 더 빠른가. 얼마나 더 멀리 뛰는가. 얼마나 더 높이 뛰는가. 올림픽에서 육상에 가장 많은 메달이 주어지는 것은 그것이 스포츠 본연의 모습인 때문일 것이다.

 

아마 작년의 구사인볼트 때문이겠지. 사실 작년 "달콤한 걸"에서 마지막 달리기를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많이들 그런 반응들을 보이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걸그룹 데려다 참 값싸게들 노는구나. 하지만 그 짧은 레이스로 구사인볼트라는 스타가 탄생한 것이었다. 한 아이돌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으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빠르더라는 것이. 그리고 마지막의 아쉬운 반전의 비극이.

 

확실히 시청율도 높게 나왔다. 화제도 된다. 솔직히 다른 장면은 설렁설렁 보고 오로지 경주하는 장면만 집중해 보았다. 많이 어설프다. 과연 선수들이 하는 것과 같을까?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장면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들이.

 

다만 그럼에도 아쉽다는 것은 작년의 구사인볼트는 역시 없다는 것이다. 구사인볼트가 화제가 된 것은 역시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하루종일 이런저런 게임을 하던 끝에 방송국 옥상에 마련된 허술한 트랙에서 경주를 하다가 거의 승리하려는 순간에 꽈당.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부여하고 한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이었다.

 

단순히 달리기만 잘했다면. 그때 넘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구사인볼트가 있었을까? 그 한 번의 넘어짐이. 그러나 그런 드라마가 다시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제 와 넘어진다고 그가 구사인볼트는 될 수 없으니. 씨야의 이보람이 두 번이나 넘어졌어도 단지 안타까움으로 끝나는 것처럼.

 

더불어 여전히 경기결과와 함께 거론되는 구사인볼트의 전설. 하나같이 하는 말이 과연 구하라가 출연했다면. 과연 구하라가 출전해 다른 출연자들과 겨루었다면. 구하라보다 빨랐을까? 구하라보다 더 빠를까?

 

한 번의 강하게 각인된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사인볼트가 다시 이런 경기에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전설은 이미 전설인 것이니. 굳이 확인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전설이 되고 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니. 나와서 이겨봐야 본전치기, 지면 쪽박.

 

이미 구사인볼트는 이룰 것을 다 이룬 셈이다. 더 이룰 수 있는 것 없이 잃을 것들로만. 출전하지도 않은 대회에서 그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자체로.

 

확실히 빠르기는 조권이 빠르다. 하지만 허들의 빠름은 단지 발의 빠름과는 다르다. 보라는 허들과 100미터 다 빨랐던가? 그리고 느끼는 것은 바로 자세. 구하라가 또 화제가 되었던 것은 육상선수를 연상케 하는 완벽한 폼이었다. 폭발적으로 속도를 높여가는 것이 - 넘어지던 당시도 가속중이었다. 그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육상을 해 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왜 구하라의 폼이 그리 좋으며 빠를 수 있는가? 그건 자칫 능욕이 될 수 있으므로 패쓰. 유이가 의외로 느린 것과도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다. 세계적인 여성 육상선수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과연.

 

아무튼 한 가지 아쉽다면 내가 육상경기를 즐겨 보는 이유는 바로 근육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 가운데 근육이 가장 아름답게 움직인다. 그런 점이 많이 아쉽지 않았는가. 그냥 체육대회같은.

 

작년처럼 전설은 없었지만 진실함은 있었다. 최선을 다해 뙤약볕을 달리는 그런 순수함이 있었다. 그런 게 바로 육상일 터이지만.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덧, 그리고 남자들 경기는 사실 관심이 별로 없었다. 사내자식들 뛰는 것 봐서 뭣하는가? 이름도 다 모르는데. 앞으로는 걸그룹만 출연시켜 대회를 열기를. 개인적인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