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과 김태원이 65년생이다. 윤종신이 69년이던가? 김구라가 70년생일 것이다. 참 나이들도 많이 먹었다. 바로 김민희, 안정훈이 한창 활동하던 그때 사람들이다.
아마 "똑순이"라 하면 기억하는 사람 이제는 몇 없지 않을까? 배두나도 요즘 애들 자기 스캔들 모를 거라 하던데. 이게 벌써 1980년 드라마다. 드라마 안에서 누군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그리 부르던 것이 기억난다. 추송웅이었을까?
아무튼 당시 똑순이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느냐면, 드라마에서 똑순이의 부모로 고 추송웅씨와 김승현씨가 나왔는데, 그 뒤로도 한참을 우리 어머니께서는 이 두 사람을 똑순이 아빠, 똑순이 엄마로 기억하고 계셨다. 지금도 김민희 나오는 것 보시면 똑순이가 저리 자랐다고 하신다.
지금도 기억나는 대사,
"봐라봐라 똑순이 어매야!"
추송웅이 아내 역의 김승현을 부를 때 쓰던 독특한 경상도 억양이 있었다. 그리고 똑순이 엄마 김승현은 그걸 뭐라 하더라? 양말이나 목장갑 만들 때 쓰는 편직기 같은 것이 있다. 손잡이를 잡고 좌우로 움직이면 씨줄에 날줄이 얽히며 천이 짜여지는 간이 방직기다. 그것을 쓰는 게 무척 재미있었다. 손과 머리를 반대로 하면서. 그것도 많이 따라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무릎팍도사에 나왔던 노주현씨도 여기 출연하고 있었다. 연정훈의 아버지로 이제는 더 유명한 연규진씨도. 그리고 어린 마음에 연규진씨 부인이라 생각했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이낙훈씨가 집주인으로 나왔었고. 부인이 강부자씨였나? 뭐 워낙 오래된 드라마니까.
"홈런이다 홈런"도 기억난다. 안정훈이 거기서 포수 역할이었을 것이다. 맞을까? 당시 프로야구 붐을 타고 시작되었던 야구드라마였는데, 그 주제가가 지금도 기억난다. 아니 기억날 수밖에 없는게 이후 리틀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나 만화영화에서 계속 다시 쓰이고 있었으니까.
"달려라 홈런 홈런이다. 달려라 홈런 지구끝까지.
힘차게 날아라. 우리는 독수리. 창공을 주름잡는 하얀독수리.
승리는 우리의 것 우리의 희망.
일곱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나라.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나라.
내일은 우리의 것. 하늘까지 날아라."
가사가 맞는가 모르겠다. 여기서 하얀 독수리가 안정환이 속해 있던 팀 이름이었다. 동네 꼬마녀석들이 야구팀을 만드는데, 뭘 아나? 그래서 무모하게 야구팀 만들고 다른 리틀야구팀과 붙어서 "27대 0" 코드게임.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갈등하며,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의리와 그리고 어린이드라마다운 꿈과 희망이, 더 의미있었던 것은 결국 하얀독수리가 승리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스코어가 아마 9대 1이던가? 9대 2던가? 아무튼 마지막 회까지 경기하고서는,
"너희들은 이만큼 성장했다."
너무 어린 나이라 그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이후 여러 스포츠물을 보면서 이것이 얼마나 파격적인 엔딩이었는가. 슬램덩크에서도 그랬지. 우승이 중요한 게 아니다. 승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야구를 하는 그 열정이. 서로 함께 단합해 시합을 꾸려가는 우정과 신뢰가, 무엇보다 꿈과 희망, 긍정과 낙천이.
장영실도 기억한다. 강수연이 나왔던가? 그건 잘 모르겠고. 그것 말고 몇 개 어린이 드라마에 출연했었는데. 내 기억으로 장영실 말고는 주연급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인상깊은 조연?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 점령된 어느 말을을 소재로 한 상당히 특이한 드라마에서도 안정훈이 나왔었던 것 같다.
김민희에 대해서도, TV에서 "미워도 다시한번 80"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아"와 항상 헷갈렸던 것이 이 두 영화가 기둥줄거리가 아마 거의 비슷했을 것이다. 더구나 아역으로 김민희가 나왔고. 다만 아빠 역으로는 한진희와 이영하라는 당시 라이벌이. 사랑하는 사람아는 정윤희... 무지 예뻤다. "미워도 다시 한 번80"에서는 누가 엄마 역으로 나왔는가 기억이 없다.
이인혜에 대해서는 솔직히 모른다. "쾌걸 춘향"에 나왔던 게 이인혜였지? 아역출신이라지만 내가 드라마를 보지 않은지가 꽤 되어서. 그래서 별로 이야기할 게 없다. 이인혜의 분량이 적은 것이 나로서는 오히려 다행이었을지도. 그렇게 두 사람이 반가웠다.
물론 김민희도 이후 연기활동을 계속 해 오고 있었다. 아마 "대장금"에도 선배의녀로 나왔었던가? 안정훈도 차태현과 김정은이 사이코 커플로 나왔던 "해바라기"에 출연한 바 있었다. 아, 카이스트에서도 나왔었구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나이를 먹고 커리어를 쌓았어도 사람들에게 김민희란 여전히 달동네에서의 똑순이일 테니까. 안정훈도 똘망똘망하던 아역일 테고. 그들의 뿌리이며 대중에 각인된 이름이다. 아마 한참 늙어 손주를 볼 나이가 되어서도 김민희는 똑순이라 불리지 않을까.
아무튼 그래서 또 보면서 생각한 것이, 안정훈이 출연한 드라마는 거의 하나같이 어린이드라마였구나. 요즘은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예전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는 방송 3사 모두 어린이 시간대였다. 이때는 만화영화를 비롯 어린이 교양프로그램이나 어린이 드라마들이 집중적으로 방송되어 나같은 꼬맹이들을 TV앞에 붙잡아 놓고 있었다. 아니 워낙 이 시간대 시청율이 좋았는지 7시가 넘어서까지 만화영화며 방영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명작도 많았고, 스타도 많았고.
수많은 아역스타를 배출했던 "호랑이 선생님",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명탐정 바베크", 그 바베크가 원래 MBC 모여라 꿈동산에서 방영하던 것이었다. 꾸러기 탐험대였던가? 이문세가 진행하던 교양프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아마 그것이었을 거다. 여기서 김정식과 최양락이 꺼꾸리 장다리로 콤비로 나왔었다. 하희라도 어린이프로그램에서 어린이합창단으로 나오며 사내아이들의 눈길을 잡았었고.
아 기억이 넘친다. 그런데 하나도 분명한 것이 없다. 너무 오래 전이다. 그러나 TV 앞에서 자기를 위해 생산된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던 기억들이. 내 또래의 이야기라는 것들이. 그래서 김민희와는 또 다른 의미로 안정훈은 내게 굉장히 친근한 이미지다. 윤유선도 그렇게 아역으로 먼저 알렸었고. 또 누가 있지? 만화조차 아이들이 보는 명랑만화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시절과는 사뭇 다른 기억들이라 하겠다. 그만큼 그리운 것이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의 깔깔거리며 웃던 기억만큼이나.
추억이 있어 좋았고, 그런 만큼 반갑기도 했고, 또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중이라는 것이 마음이 놓였다. 아, 저들도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구나. 그때 그들이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는 생각에.
김태원의 캐스팅은 대성공이었다. 신정환과는 또 다른 엉뚱함으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김구라가 지난주 그랬던 것처럼 무리하게 멘트를 던지지 않아도 신정환이 그랬던 것처럼 무리수를 던지며 김구라와 서로 대립각을 세운다. 차이라면 김국진과의 친분도 있고, 같은 음악인으로서의 인연도 있어 보다 관계가 원활한 것이라고나 할까? 김국진과도 윤종신과도 티격태격 주고 받는 것이 제법 잘 어울린다. 그러나 대본조차 아예 접어 놓는 모습은 MC로서는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출연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대본도 잘 못 읽고. 하지만 그런 것이 김태원의 캐릭터일 테니까.
김민희가 중학생 일 때 처음 나간 미팅에서 김태원을 보았다는 이야기. 말했잖은가? 김민희는 전국구 스타였다고. 달동네는 흔히 말하는 빈민가를 부르는 명칭을 달동네로 바꾸어 버릴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던 드라마였다. 김민희가 중학생 때면 아마 부활 1집 아니면 2집일 텐데, 그러나 스타라는 자각 없이 아는 연예인을 보면 이름을 부르며 외치고 싶어지는.
"이승철씨가 부활을 나간 이유가 있었어."
순간 완전히 터져버리고 말았다. 김민희와의 옛인연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항상 회자되는 김태원과 이승철의 관계로 이어진다. 그때도 엉뚱했던 김태원과 그를 말리는 이승철. 그 관계도 재미있는데 그것을 부활과 이승철의 헤어짐에 빗대 자학개그로 마무리. 탁월하다는 건 이런 것일까?
하여튼 니콜도 아니고 "엄친아"의 뜻도 몰라서 "엄청 친한 사이"... 4차원이란. 그래 모르니까 상상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으니 이런 재미도 나온다. 어쩌면 니콜의 롤모델은 김태원일지도 모르겠다.
재미있었다. 김태원의 토크 버라이어티 MC도전도 신선했고, 오랜 기억들도 그리웠고, 익숙한 얼굴들도 반가웠고, 이런 게 또 라디오스타의 분위기라. 바른생활의 진지함으로도 웃길 수 있음을 보여준 안정환은 예능감에 대한 나의 해석을 더했고. 굳이 웃기려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웃지 않는가.
신정환의 빈 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 물론 조금은 있었지만 - 이 대신 틀니라고. 틀니를 하고 있어 더 틀니에 어울렸던 김태원.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감 넘치는 게스트들과. 즐거운 시간이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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