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음악에 대해서는 지난주 잔뜩 써놓은 터라. 새로 할 이야기도 없다. 사실 아껴야 한다. 오래된 음악들은 원래 그런 것들로 채우는 거다. 한 말 또 하고... 재미있겠나?
아무튼 오늘은 순수하게 예능으로 즐겼다. 아무래도 음악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고. 지난주의 충격이 너무 컸던 터라 오늘은 그만저만 하다. 무척 다행스럽게도 저분들의 음악이 내게는 생소하지가 않다.
무척 재미있었다. MC는 단지 거들 뿐. 그런 데에서 바로 MC 유재석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겠지만. 과연 프로그램의 중심이 누구인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전설이라 불리울만한 - 이미 환갑이 넘어 버린 이들의 리얼토크가 시간을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조영남이 저리 곤란해하는 모습은 과연 언제 보았을까? 조영남은 항상 자신감이 넘쳤고 자기 페이스대로이기를 좋아했다. 그렇게 이끌어갔고 그것이 조영남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윤형주를 만나서... 그리고 송창식을 만나서... 특히 윤형주가 제대로 저격수다.
하긴 조영남처럼 제멋대로인 사람에게는 윤형주와 같이 올곧은 사람이 딱 천적이기는 하다. 보기에도 완고해 보이지 않은가? 그런 입장에서 조영남과 같은 프리스타일은 과연 어찌 다가올까?
이야기를 주도하지는 않더라도 적재적소에서 반전을 주는 송창식의 토크는 또 어떻고. 느긋느긋 나릇나릇한 이야기들이 노래처럼이나 맛깔나다. 다만 막내인 김세환은 예능출연의 경험이 있다는 것치고는 너무 수줍지 않은가. 그러나 그게 또 막내라는 것이니까.
이장희에 대한 이야기... 이장희도 참 아까운 음악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마 김현식을 이장희가 발굴했지? 묘하게 나른하면서도 퇴폐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당시의 시대를 보여주는 듯 하다. 70년대의 탐미적인 패배주의를 그대로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런 비겁한 정서를 저렇게까지 아름답게 승화할 수 있는 것은... 요즘으로 말하면 루저문화일 것이다.
하기는 그것은 당시 포크가 말하던 저항정신 가운데 하나였다. 루저문화라는 것이 단순히 패배자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비극이란 단지 비극을 겪는 슬픔이 아닌 비극이 놓인 현실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억압적이고 강압적이던 말도 안 되던 시절에 대한. 그런 시절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었던 데 대한.
김민기도 역시. 원래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대단한 시대정신을 담은 노래가 아니었다. 단지 아침의 아름다움을. 마치 윤동주의 서시에서와 같이 내일을 맞이하는 젊음의 순수한 열정과 각오에 대해서. 그러나 그런 노래에 시대정신을 뒤집어 씌운 것은 바로 당시 정권이었다. 물론 윤동주의 "서시"도 원래는 저항시가 아니었을 터였다. 젊음의 순수한 양심조차 불온한 것이 되던 시대. 비겁할 수밖에 없었고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얼마나 말이 안 되던 시대였던가. "왜 불러"가 금지곡이 되어 버린 사연. "고래사냥"이 금지곡이 되어야 했던 이유. 무엇보다 "아침이슬"이 금지곡이 되어야 했던 "붉게 타오르고"...
그래서 떠난 이들이 많았다. 음악을 접고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강제로 음악으로부터 멀어져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모두가 우리 문화의 자산일 터였다. 70대 왕성하게 일어나던 우리의 소리는 그렇게 80년대 단절되어 긴 공백기를 가져야 했었다.
윤형주가 말했다. 우리의 소리라고. 청년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기성세대에 의해 생산된 것이 아닌. 기성세대에 의해 주입되는 것이 아닌. 그러나 그것은 무척 불손한 것이었고 불순한 시대에 그것은 불온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10대가 대중문화의 중심에 선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일 테지만, 그런 것이 당시에는 "상식"으로 통하고 있었다. 몰상식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야 말로 그 시절을 거쳐온 산 증인들일 테니까. 지천명을 넘어 이순에 이르고 나면 어지간한 일들은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10년 넘게 짓고 있다는 송창식의 집에 대해서는 들은 바 있었다. 설마 아직까지 짓고 있었던 것일까? 돈이 생기는대로 벽돌을 사서 쌓아 올리는 집이란 얼마나 낭만적인가? 당사자로서는 낭패일 따름이지만.
이장희의 기행도. 하기는 그런 것이 낭만이던 시절도 있으니까. 낭패가 낭만이 되고 낭만이 낭패가 되던. 그런 것들이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여지던. 요즘 연예인이 그러고 제멋대로 산다고 하면 어떨까? 가식없는 그런 순수함이 이해되던. 저들의 그 재기넘치는 음악들도 그래서 가능했으리라.
소소한 이야기들이. 어떤 것은 들어 아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처음 듣는 것도 있고. 하지만 오랜 관계 속에서 나오는 그런 자연스런 대화들이. 물고 물리고 서로 타박하며 보듬는 정겨움들이.
그래서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게 인기인 것이겠지. 저들이 40년을 쌓아온 관계를 그래서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일 게다. 예능감이라. 단지 즐길 뿐. 오랜 친구를 만나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어르신들 만나면 그렇게 하실 말씀들이 많으시다.
아무튼 내가 가창력이네 뭐네 외설적이네 어쩌네 선을 긋고 구분을 두고 억지로 배제하려는 모든 의도들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일 것이다. 음악성 어쩌고 사회적 영향 어쩌고 단지 선을 긋고 제약하고 가두어두려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다. 저때도 그랬다. 그 말도 안되는 금지곡들과 이유들이.
지금에 와서도 그런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국을 그리 부러워하더라. 음악이란, 대중문화란 그것을 즐기는 단 한 사람이 있어도 그것으로 가치가 있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그들 자신일 것이다.
김세환의 말처럼 다음에는 이장희, 조동진, 양희은, 김민기, 당시의 전설들이 모두 함께 나와 이야기보따리를 풀 수 있었으면. 그 시절의 이야기들과 그들 자신의 이야기들과. 기대하는 바 크다.
물론 그 전에 제목부터 바꾸어야 한다.
"놀러오세요."
개인적으로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는 한국 가요사상 명곡 가운데 꼽힌다고 본다. 노래방에서 라스트로 반드시 부르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능글맞은 송창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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