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군대만 의무인가?

까칠부 2010. 9. 29. 09:26

4대 의무가 있다.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그리고 국방의 의무.

 

제대로 교육도 받았고, 자기 일도 있고, 세금도 성실히 내고 있고... 아, 국방의 의무?

 

여성도 군대 안 간다. 장애인도 군대 안 간다? 남성 가운데서도 일정 요건이 안되면 병역의 의무가 면제된다. 그러면 그들에게는 국방의 의무가 없는 것일까?

 

간단히 과거 미국에서 징병제를 유지할 때를 떠올려 보면 된다. 제비뽑기로 징병대상자를 뽑았다.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그 가운데 제비를 뽑아 입대자를 정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아무 상관이 없을까?

 

어차피 전쟁이 나면 징발이 이루어진다. 인신과 물자에 대한 징발이 이루어지며, 징집대상자가 아니었어도 추가징집을 통해 전장으로 보내지게 된다. 물자 역시 마찬가지. 직접 무기를 들지 않더라도 각종 군수공장이나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국방의 의무다.

 

외국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물론 외국인을 징집해서 전방으로 보내는 것도 막장이겠지. 하지만 물자의 징발을 요구할 수 있고, 노동력을 징발하여 사용할 수 있다. 역시 포함되는 것이다.

 

단지 현역으로 가지 않았다고. 혹은 공익으로 갔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군대 가지 않는다고. 그러나 최소한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일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으니 사회기여도에서 한참 더 높다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에 대해서도 더 많은 세금을 냄으로써 국방에 더 기여하고 있을 걸?

 

참 웃기는 것이다.

 

"군대도 안 갔다온 주제에..."

 

우리나라는 병영국가가 아니다. 그렇게 억울하면 군복무자에게 혜택을 더 주거나. 군대 안 갔다오고 멸시하고 차별하는 것은 도대체 어느나라 법인가?

 

심지어,

 

"군대 갔다 오면 용서해줄게."

 

외인부대냐? 아니면 군대가 교도소냐?

 

가끔 무척 모욕감마저 느낀다. 내가 갔다 온 군대가 그런 의미였을까? 괜히 으스대고. 괜히 거들먹거리고. 다른 이를 멸시하고 차별하고. 공격을 정당화하고.

 

물론 아니겠지. 그보다는 열등감이 더 클 것이다. 가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가기 싫었을 테니까. 그런데 갔다와야 했고. 그래서 오기에.

 

"너는 왜 안 가?"

 

그러고서는 온갖 이유를 붙인다. 그 속내를 누가 모를까? 아마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경우도 많을 듯.

 

가야 하는데 가지 않았다면 죄다. 그것은 법적인 처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가지 않아도 되어서 가지 않았다. 도대체 그것이 뭔 문제가 되는 것일까? 법적으로도 문제 없다고 하고, 어차피 군대 가는 것이 도덕적인 문제인 것도 아니고. 가지 않아도 된다면 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단죄하고.

 

군대라는 게 이렇게 값쌌구나. 가벼웠고. 하찮았고.

 

군대 갔다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오가 합리화되는 것은...

 

덧붙여 군대란 바로 자유민주주의 -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조직일 것이다. 국방의 의무란 단순히 국경을 지키는 것이 아닌 이 나라의 이념과 정체성을 지키는 것일 게다. 그러면 이 나라의 이념과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군대 가서 지켜야 하는 그것은? 분명 그것은 증오나 차별이 아니었을 텐데.

 

같잖은... 정말 그깟 군대 왜 갔을까 뒤늦은 후회마저 든다. 내 2년 넘는 시간들이 정말 아까울 뿐이다.

 

한심할 따름이다. 국군의 날을 앞두고. 저런 것들이 국군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