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논쟁의 법칙 -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

까칠부 2010. 9. 30. 10:25

예전 무려 두 달에 걸쳐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하이텔 시절이다.

 

처음에는 열 줄짜리 글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500라인 꽉 채워서 서너개씩 올리곤 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런저런 주변이야기 다 들어주가다가는 끝이 없다.

 

내가 정황에 대해 무시하게 된 계기다.

 

핵심이 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정작 논쟁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따로 존재한다. 나머지는? 주변이다.

 

논의를 흩뜨리는 기술이기도 하다. 전혀 상관없는 일로 논지를 넓히기. 나도 거기 말려든 것이었다.

 

상관없는 부분은 무시하는 것이다. 상관있더라도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면 무시한다. 나중에 결론이 내려지고 그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옛날 이야기 가운데 이런 게 있다.

 

한 죄인이 염라대왕 앞에 잡혀왔다. 염라대왕이 물었다.

 

"내가 오늘 기분이 좋다. 어지간하면 봐줄테니 좋은 일 한 것 있으면 얘기해 봐라."

 

그러자 죄인은 대답했다.

 

"거지에게 500원 적선해주고, 노숙자에게 3000원짜리 설렁탕 사줬습니다."

 

염라대왕은 판결한다.

 

"저 죄인에게 3500원을 돌려주고 지옥에 쳐넣으라!"

 

고작 500원, 3000원 적선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일단 선행을 한 것이 있으니 그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겠지?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이런저런 주변 이야기로 이야기를 뻗칠 때 - 아, 내가 욕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무시한다. 그런 건 나중에 중요한 요점이 되는 결론을 내리고 따질 문제지 지금 이야기할 게 아니다. 당연히 욕 먹는다.

 

아무튼 너무 주변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닐 텐데도.

 

다만 나같은 타입은 어딜 가도 욕을 들어먹기 때문에. 그것 일일이 상대 안 해 주면 삐진다. 무례하고. 논리도 없고. 논지도 없고.

 

그러나 역시 하고픈 말은, 주변은 주변일 뿐 핵심이 아니다. 원래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울 텐데.

 

논쟁이라는 게 그래서 답답하다. 사람이 다 같지는 않으니. 하여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