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타블로와 정보의 바다의 맹점...

까칠부 2010. 9. 25. 21:29

원래 사람이란 게 그렇다. 뷔페에 갔다. 온갖 다양한 맛난 음식들이 한가득 있다. 그러면 과연 그 음식들을 골고루 챙겨먹으려 들까?

 

좋아하는 것만 먹기도 바쁘다. 좋아하는 것만 집어먹다가도 배가 부른다. 그런데 누가 그리 맛도 없는 것을 굳이 챙겨먹으려 들까. 인터넷이라는 속성이 그렇다.

 

그동안 10년 넘게 인터넷여론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아 오면서 느낀 것들이다. 진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예를 들어 내가 남자의 자격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글만 찾아 읽으려 한다 생각해 보라. 사실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그냥 간다. 내 취향에 맞는 글만 찾아 읽기도 하루가 버겁다. 그렇게 정보량이 많다. 어디 커뮤니티에라도 가입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끝이다.

 

폐인이라는 말이 왜 나올까? 인터넷중독이라는 것도 그래서 나온다. 현실세계에서는 내가 싫은 것들도 그리 많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들도 그리 넘친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집착하게 되고 그만큼 절대시하게 되고.

 

대표적인 예가 환빠를 비롯한 재야사학빠들이다. 어디서 주워듣는 건 많다. 자기들끼리 주장하고, 자기들끼리 검증하고, 자기들끼리 인증하고, 딱 그만한 소리들밖에 안 들으니까. 다른 주장들은 들을 생각이 없다. 조작이거나, 왜곡이거나, 아니면 음모거나... 환빠는 정말 답이 없다.

 

참 신기하더라는 것이다. 법무부장관이 타블로의 병역기피의혹이나 국적세탁 의혹에 대해 근거없다고 밝힌 것이 꽤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병역기피의혹이고 국적세탁 의혹이다.

 

타블로가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곡들, 그러나 정작 그 가운데 타블로가 쓴 곡은 몇 안 되더라는 것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이 또 꽤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타블로표절의혹 30곡이다.

 

심지어 지금도 타블로더러 졸업장 공개하라는 사람들이 있다. 졸업증명서 공개하라고. 성적증명서 공개하라고. 논문번호 내놓으라고. 차라리 동명이인이네 밀봉된 것이어야 하네 주장하는 사람들은 귀엽다는 것이다. 그들은 최소한 반증이라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테니까.

 

아직까지도 말한다. 어떻게 3년 반만에 석사졸업이 가능한가?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하지만 그 역시 스탠포드에서 인증해주었다는 것이다. 저들이 주장하는대로 동명이인이든 뭐든간에.

 

뭐냐면 내가 말한 인터넷에서의 정보편식현상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신기하니까. 재미있으니. 그쪽이 믿음이 가니까. 그래서 그런 쪽으로만 찾아보려 들지 그 반대쪽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

 

그만큼 일방적이다. 자기 주장만 하려 하고. 자기 요구만 하려 하고. 타블로가 제시한 근거들이나 주위에서 나오는 인증들에 대해서는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래서 항상 무한반복. 또냐?

 

타블로의 말이 맞다.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믿지 않는 것이다."

 

그러도록 되어 있으니까. 그럴 수 있게끔 되어 있으니까. 그래도 상관없으니까. 서로 모여서 머리 맞대고 소설을 써대는데 그 소설에 개연성이 없다면 어지간히 돌대가리라는 소리겠지. 그것을 가지고 논리적이네 어쩌네... 하다못해 성적증명서가 위조라면 스탠포드에 보내서 인증받는 노력이라도 하던가.

 

아무튼 참 신기한 현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동안 지켜보아온 인터넷의 속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회의란 없다.

 

인터넷의 커뮤니티 문화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커뮤니티란 좋은 것이다. 서로 어울리고 서로 소통하고. 그러나 그것이 어떤 특정한 하나로 편중된다면. 다른 여지가 없이 비슷한 무리들만 모이려 한다면. 어떠한 비판적 입장도 허용되지 않는 그러한 커뮤니티 문화들에 대해서도.

 

내가 타블로 사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에픽하이 음악은 역시 내 취향은 아니더라. 하지만 그 이면에 보이는 한국인의 현주소라는 것이. 그들의 수준과 그들의 한계와. 재미있는 샘플일 것이다.

 

10월 1일 MBC스페셜로 모든 문제는 종결될 것인가. 타블로가 스탠포드 나오지 않았다 결론이 내려지면 종결이 될 것이다. 아주 깔끔하겠지. 그 반대라면? 인증은 어떤 사실이 아닌 자기 믿음과 논리인 것이다. 역시 답은 없다 하겠다. 그게 바로 인터넷이고 한국 네티즌이니. 그냥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