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MBC스페셜 - 타블로 스탠포드를 가다...

까칠부 2010. 10. 2. 00:18

역시 내가 주장해 온 대로다.

 

어느 시골마을에 서울 사람이 들렀다. 들러서는 자기가 본 남대문에 대해 설명한다.

 

"서울에는 남대문이라는 게 있는데 이렇다더라..."

 

그러나 마을 사람 가운데 꽤 똑똑한 이가 있어 바로 반박한다.

 

"그런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

 

과연 논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났을까? 마을 사람 가운데 서울 가 본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상식이라는 게 그렇다. 상식이란 일반화된 체험이다. 보편화된 주관이다. 절대가 아니다. 객관도 아니다. 하지만 자기 안에서 그것은 자신의 체험일 것이기에 보편이 되고 객관이 되고 절대가 된다.

 

서울 가 본 적 없어도 상식으로 남대문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서울 사는 사람이 말하는 남대문도 부정할 수 있다. 이런 것을 다른 말로 우물안 개구리라 말한다.

 

몰라서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다. 우물안 개구리가 문제인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도 굳이 아는 양 말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단정짓고, 그것으로 결론내리고, 그것으로 심지어 다른 이를 단죄하려 들고.

 

얼마나 어이가 없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탠포드 졸업생들, 관계자들, 교수들까지 나와서 타블로의 학력을 인증하는데 그따위 소리를 하고 앉았다.

 

"왜 요구하는 자료들을 제시하지 않는가?"

"왜 자신들의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가?"

 

상관없다는 거다. 스탠포드의 입장이 어떻든. 스탠포드에서 이 일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든. 스탠포드에서 무어라 하더라도 스탠포드 졸업 여부는 자기들이 판단한다.

 

오만이다. 아집이다. 우물 안에 쳐박혀서는 우물 밖으로 나갈 생각도 우물 밖에 대해 알 생각도 전혀 없이 단지 우물 안으로 우물 밖에 대해 내가 더 잘 안다. 그래서 서울 사는 사람과 서울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사람이 남대문 가지고 싸우면 서울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사람이 이긴다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던가. 그렇게 위조가 의심스러우면 스탠포드에 메일 넣으라. 만일 그것이 위조임이 확실하면 스탠포드에 대답해 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렇게까지는 않지. 스탠포드와는 상관이 없으니까.

 

결국은 그거다. 우물 안에서 우물 밖에 대해 아는 척 하는 것. 우물 밖으로 나갈 생각 없이 우물 밖을 우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그 편협한 에고가.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힙합이나 하면서..."

 

역시 내가 주장한 바다. 이번 논란의 핵심.

 

"왜 네티즌의 의혹을 제기하는데 제깍제깍 해명을 내놓지 않는가?"

 

네티즌이 그런다고 바로 해명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어디에 있는가? 네티즌에 그런 권리가 있는가? 네티즌이라고 그렇게 요구할 권리가 어디에 명시되어 있는가? 그것으로 비난을 들어야 할 이유는?

 

하지만 네티즌이니까. 대중이니까. 그것이 권력이고. 타블로는 단지 연예인에 불과하다. 딴따라. 대중에 의해 먹고 사는. 대중이 베풀어 먹고 사는. 그러니까 따르라. 받아들이라. 복종하라.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저 말이다. 힙합이나. 스탠포드씩이나 나와서 힙합따위나 하는 게 우스운 거지. 학벌 좋으면 뭣한다고 연예인 하느냐? 학벌 좋으면 더 좋은 더 나은 일을 할 것이다. 학벌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과 연예인에 대한 비하와 멸시와...

 

더불어 그러지. 그렇게 열심히 피나게 공부해 유학도 가고 졸업도 하고 학위도 딴다. 그건 늬들 사정이고. 머리 좋은 놈들은 어디에나 있다. 솔직히 무지 열받는다. 나는 100걸음 뛸 때 단 한 걸음으로 끝나는 사람들. 나는 몇 날을 고민하는데 잠시면 끝나는 사람들. 그것을 상식으로 말할까?

 

얼마나 무식하냐면 미국에서는 미들네임은 자기가 쓰고 싶은대로다. 미들네임에 대해서는 그리 엄밀한 것이 없다. 아예 미들네임 없이 퍼스트네임과 라스트네임만 쓰는 경우도 많다. 댄은 다니엘의 애칭이다. 그것도 몰라서 이름이 몇 개더라. 그런 수준으로.

 

무엇 하나 맞는 게 있던가. 학원강사하던 이야기도 이미 유학생들을 통해 나온 이야기다. 인터뷰에 나온 스탠포드 재학생의 경우도 스탠포드의 학제나 학점 등 논란에 대해 스탠포드에 다니는 입장에서 따로 이야기한 바 있었다. 그러나 철저히 무시되었다. 그가 이미 이야기한 것들이 전혀 무시된 채 처음 그들이 주장한 그대로만 계속 떠돌고 있는 중이다.

 

성적표의 공대 과목이라는 것도 그에 대해 따로 블로그에서 설명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굳이 찾아 읽는가? 스탠포드 출신은 상관없다는데 자기들이 지레 판단하고 지랄들이다.

 

솔직히 보는 내내 저 인간들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인간이 저렇게까지 생각이 없을수가. 차라리 악하면 모른다. 왓비컴즈는 분명 나쁜 놈이다. 그러나 더 나쁜 놈들이 악의없이 정의로운 놈들이다. 생각없이 정의롭기만 한 놈들이다. 자기의 정의에 대한 아무런 의심 없이 단지 확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놈들. 오로지 자기 세계에만 갇혀 있는 바보들.

 

아마 저거 보고서도 또 헛소리들 할 것이다. 지인드립이니, 매수니, 밝혀진 건 없다느니, 위조라느니. 편집의 묘라는 말도 나올지도. 이건 이미 진실 차원이 아니다. 단지 아집이지. 믿음이고. 종교고.

 

무려 13만... 15만이던가? 정말 쪽팔린 것이다. 타블로도 말했던가? 창피하다고? 보는 내내 얼굴 붉어져 정말 저들이 이 일에 대해 어찌 생각할 것인가? 한국인과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런 일은 처음이다."

 

스탠포드 졸업생이 말한,

 

"졸업장 보여주면 끝이거든요. 그래서 의심하면 답이 없는 거죠."

 

말 그대로. 졸업장 보여주고, 졸업증명서 보여주고, 성적증명서 보여주고, 그래도 위조라... 그러고서는 아직까지도 하는 말이 타블로가 대응을 잘못한 게 원인이다. 타블로가 일찌감치 요구한 자료들을 보여주었으면 이런 일 없었다. 욕을 참아야 하는데...

 

예능에 나와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그건 시비건 당사자들이 더 잘 안다. 예능 나오면 예능감 어떻네 하면서 출연자들에 예능훈수를 두던 인간들도 꽤 되니까. 예능에 나온 말을 하나하나 다 해명하라. 예능에 나와서 한 말들이 의혹이 있으니 지금까지 의심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여튼 논리를 가만 들어보면 도둑놈이 문이 안 잠겨 있어 들어간 거니까 아무 잘못 없다. 강간범이 술 취해 쓰러져 있었으니 자기 책임이 아니다. 뭐가 다를까? 자기가 직접 해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보던가.

 

그동안 타블로 관련해서 나온 해명들, 타블로만이 아닌 네티즌에 의해 밝혀진 것들도 많다. 성적증명서에 대해서도 온라인으로 다운로드받은 스탠포드 졸업생도 있었다. 자기가 직접 노력해서 밝히고 그래서 의혹이 있으면 자기가 의심스러운 근거를 찾아 제시하거나. 그저 앉아서 의혹만. 노력도 없이 의심만.

 

인간이 어떻게 쓰레기가 되는가를 보여준 방송이라 하겠다. 어떻게 쓰레기가 한 인간을 쓰레기로 만들 수 있는가. 인간의 문제이며 한국인의 문제다. 한국사회의 문제다.

 

한두개인이면 개인의 문제겠지. 그러나 저들이 말하는 것처럼 13만명이 넘어간다. 가입은 안했어도 저들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다. 누구의 문제겠는가? 그들 개인?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부끄럽기도 오랜만이다. 정말 창피해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 해외 커뮤니티 다닐 때는 아예 가명을 만들어야 할까? 외국인인 양?

 

내가 타블로 건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말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에 내재된 문제들이라고. 단지 몇몇 사람들에게만 탓을 돌리기엔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타블로의 하소연이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컵이 컵인 것을 어떻게 믿어달라 할 수 있는가?"던 타블로의 말, 맞다. 어차피 들을 생각 없는 인간들에게는 뭐라 해도 소용없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결론이 필요한 것이지 사실이며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경험해 봐서 안다. 그런 이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다만 타블로는 연예인이었고, 한국 대중은 연예인을 뭣같이 안다는 게 문제였겠지. 어딜 감히 연예인이 대중님께...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답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책임을 당사자에 돌리는 분위기에서는 뭐라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병신일 뿐. 그게 웃기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기란 이렇게나 쉬운 일이다. 잠시 자기를 돌아보기를 잊으면.

 

그저 웃음만 나올 따름이다. 저들이 나와 같은 인간인가. 화조차 나지 않는다. 더럽다. 지랄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