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깨알이다. 찧어 뭉치지 않은 깨알. 따로따로 놀지만 그러나 고소하다.
어설픈 몽타쥬일까? 마치 모자이크를 보는 듯하다. 조각조각 파편화된 장면과 대사들이 이어지며... 물론 아직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모자이크는 조금 더 물러서서 전체를 봐야겠지?
참 산만해서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액션 장면도 어설픈 게 많고. 어색하다. 뭐랄까 치밀하게 짜여지지 않은 - 어쩌면 연기자들의 역량이 받쳐주지 않다 보니 제한되어 버린 듯한 그런 액션들. 그러나 폼나게 보이려 촘촘하게 배치된 액션들이 오히려 더 산만하고 어색해 보인다. 겉멋들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서울 시내에서 총질까지 하는데 경찰 하나 출동하지 않는 그런 개연성이란. 그냥 겉멋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이사이 보여지는 장면들은 참 깨알같이 고소하다. 이정진은 여기서도 비덩 역할인가? 사람 좋은 훈남? 다만 사람 나빠 보일 정도로 집요한 정의감이라는 것이. 의심이라고는 할 줄 모르고 오로지 앞으로만 내달린다. 딱 악역이다. 도망자류에서는 이런 정의로운 악역이 필수.
이나영은 팜므파탈로는 너무 순하다. 귀엽고. 그러나 확실히 나이가 느껴진다. HD의 위엄이다. 그래도 이나영 하나로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앞으로 과연 어떤 액션을 보여줄까?
헬리콥터 타고 나온 것이 적룡이었지? 한때는 미남배우로 손꼽혔었는데. 순간 못 알아봤다. 나이를 먹기도 먹었다. 적룡이 한창 활동하던 것이 벌써 70년대였으니.
다만 상당히 사람 정신사납게 만들었던 것이 서로 다른 외국어로 떠들기. 다니엘 헤니는 영어로, 일본 여자는 일본어로, 윤손하는 한국어로, 적룡은 중국어로, 킬러도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떠들어댄다. 그나마 다니엘 헤니 쪽이 설득력이 있는 것이, 한국어로 말하다가 한국어 표현이 막힐 때 영어로 쓰는 모습이다. 그런 경우가 있기는 하다. 외국어를 잘한다는 게 말하는 것 말고 듣는 것도 포함되니까. 하지만 한결같이 서로 다른 언어로만 떠드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조각조각 산만한데.
아무튼 그래도 깨알들이 마음에 들어서. 확실히 우리나라 드라마가 디테일이 좋다. 캐릭터의 디테일은 약한 대신 관계의 디테일이 섬세하고 맛깔나다. 일본 드라마와의 차이. 미국 드라마와도 다른 점이다. 다만 이런 식의 캐릭터가 강조된 드라마에서는 배우들이 그것을 잘 못 맞춘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그런 건 일본이 잘 하지. 아예 이건 드라마다.
이정진의 경찰 동료들도 그렇고, 비의 영업파트너들도 그렇고, 조역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참 찰지다. 전체적인 어색함과 산만함을 마치 시멘트를 바른 듯 힘겹지만 제대로 이어붙이고 있다. 첫회의 산만함이 지나치게 많이 보여주려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결과라면 힘이 빠지고 나니 그런 모습들이 비로소 보이게 되는 건 아닐까. 그것이 전체적으로 흐름을 잡아주고 단단히 여며준다.
비의 연기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 뭐랄까... 캐릭터를 완전히 자기화시키지 못한 느낌이다. 반면 이나영은 어느 정도 캐릭터를 자기화시키고 있고, 이정진은 어색해 보이는데 그게 꽤 어울린다. 정의로운 악역이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얼굴을 잘 만들어 쓰고 있다. 그것을 조역들이 아주 잘 받치고 있고.
액션만 어떻게 다듬는다면. 오히려 액션씬의 횟수를 줄이고 보다 집중해서 보여주면 어떨까? 한 번의 액션씬으로도 우와 놀랄 수 있도록. 그만한 역량은 충분할 것이다. 지나치게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아, 이미 해외로케는 끝난 거지? 의욕이 넘쳐서 어쩌면 문제가 아닐까.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다만 가능성은 보였다. 조금 더 어깨에 힘을 빼고 겉멋에 들지 않는다면. 산만함도 그러면 또다른 매력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보겠다. 다음주를 기다려 본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망자 - 처음으로 본방으로 보다! (0) | 2010.10.21 |
---|---|
도망자 - 전혀 뒤가 궁금하지 않은 스릴러... (0) | 2010.10.17 |
도망자 - 포르노에는 시나리오가 필요없다! ...2 (0) | 2010.10.08 |
도망자 - 포르노에는 시나리오가 필요없다! (0) | 2010.10.07 |
도망자 - 어설프다! (0) | 2010.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