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라 쓰고 개티즌이라 읽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타겟을 타진요로 잡았구나.
내가 줄곧 주장해 온 바다. 바로 이런 게 한국 인터넷문화의 현실이다. 현주소다.
어제 이혜수의 W에서 돌팔매형에 대해 나오는 것을 보고 어느새 공감하고 말았다. 바로 저 모습이라고.
무언가 잘못이 있을 것 같으면 득달같이 달려가 돌맹이를 던진다. 그나마 이란에서는 재판이라도 거친다. 그냥 잘못이라 싶으면 일단 돌부터 던진다. 그러면 옆에서 함께 던진다.
"지금 왜 던지는 거야?"
던지면서 그제야 묻는다. 아니 아예 묻지조차 않는다.
"맞을 짓을 한 네가 잘못한 거야."
그 앞에 신중론을 말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못하고.
언제는 안 그랬는가? 내가 하이텔시절부터 거의 20년을 온라인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경험한 바다.
어설픈 정의감. 오로지 자기가 옳다고 하는 편협함. 그리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맹목. 무엇보다 무엇 하나 스스로 알려 하지 않는 나태. 가장 중요한 그럼에도 나는 아니라는 무책임.
군중은 개인을 그렇게 바보로 만든다. 모두가 모여 떠드니 그것은 실체를 갖는다. 없는 귀신도 만들어지고, 귀신은 신이 되어 이적을 일으킨다. 바람이 부는 것도 모두 신이 한 것이 된다. 군중 안에서 그에 따르기만 하면 틀린 것이 아니게 되고 집단 속에 자신도 힘을 갖게 된다. 알려 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판단할 필요도 없고.
당연히 자기가 잘못한 게 없으니 자기 아닌 누군가가 잘못해야겠지. 타진요가 그렇게 타블로를 물어뜯는 것도. 타블로 의심하던 자들이 지금 와서 타블로 탓을 하는 것도. 그에 부화뇌동하던 것들이 타진요를 욕하고 나서는 것도 모두 한 가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타블로에게도 책임이 있다. 당당히 그리 말해놓고서는 이제 와서 타진요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불확실하던 때 타진요에 대해 갖던 신뢰의 일부를 타블로에게 가져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서 또 한 가지, 바로 동류에 대한 맹목적 믿음. 같은 네티즌이니까. 혹은 대중이니까. 설마 네티즌이 틀리겠느냐. 네티즌이 그러는데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그러니 타블로가 밝혀라.
타블로만 윽박지른다. 그 의심이 타당한가의 여부는 생각도 않은 채 타블로의 대응이 나빴다고. 도대체 이슈가 된 지 일주일만에 성적증명서 공개. 그래도 안 되니 스탠포드 관계자의 증언. 도대체 고작 찌질이 악플러 하나 의혹 제기한다고 그것을 그대로 들어 공개해주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네티즌이라는 거다. 네티즌은 옳다. 정의롭다. 그러므로 연예인따위 네티즌이 원하면 뭐든 밝혀야 한다. 그것이 설사 악플러일지라도. 악플러가 연예인보다 가깝다. 악플러는 네티즌이지만 연예인은 네티즌이 아니니까. 타블로더러 검은머리 외국인이라 욕하는 심리와 같다고나 할까?
지금도 욕한다. 학력위조에 대해 결백이 밝혀진 지금도 다른 이유로. 다른 일들로. 비호감이라고. 싫다고. 기분 나쁘다고. 망했으면 좋겠다고. 타진요가 어디서 왔겠는가?
한두사람이면 개인의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백 사람, 천 사람, 만 사람이 되면 사회의 문제다. 13만이면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다. 네티즌 전체의 문제다.
그동안도 줄곧 지적해 온 부분이다. 바로 이런 것이 한국 인터넷 문화의 현주소다. 여성을 돌팔매로 쳐죽이는 이슬람과 마찬가지로 글과 말로써 단죄하여 그들을 내모는 야만사회며 야만인들이다. 한국 인터넷문화란 그렇게 야만에 가깝다. 벌거벗은 채 적의어린 눈으로 사냥감을 쫓아다니는.
단지 타진요를 욕해서? 과연 타진요는 누구인가? 누구의 모습인가? 지금 내가 내뱉는 증오는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가?
반성을 모르면 인간은 나아가지 못한다. 반성을 모르는 인간은 항상 그 모양 그 꼬라지일 뿐이다.
누구의 문제인가? 한국 네티즌의 문제다. 한국사회의 문제다. 한국인의 문제다.
나도 말했을 것이다. 인터넷은 이미 권력이다. 그것을 감당할 주제도 못되는 것들이 너무 크고 너무 강한 칼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휘둘러 보고. 최소한의 자각이라도 있었으면.
내가 한국 인터넷문화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된 것이 언제일까?
"인터넷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그런 믿음을 갖고 있던 어떤 사람들. 그러고 보면 악플러에 우호적인 인간들이 그쪽에 속한다.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으려면 먼저 사람부터 되어야겠지. 사람이 아닌 것이 이룰 수 있는 건 지옥 뿐일 테니. 사람만이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타진요를 욕하기 전에 먼저 자기를 돌아보기를. 과연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장담한다. 저들은 또 다시 희생양을 찾을 것이다. 타블로를 대신해서. 타진요를 대신해서. 저 가운데 누군가.
답이 없다는 건 이런 것이다. 부끄러움도 염치도 모르는 인간들이. 주제도 분수도 모르고.
역겹다. 토할 것 같다. 이게 바로 한국 인터넷문화의 현주소다. 추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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